투자 대세로 자리잡은 ETF … 국내상품 1000개 돌파 증시 활황에 ETF 투자 급증 美 중심 벗어나 국내로 유턴 단순 대표지수 추종 상품 넘어 투자자 목적에 맞춘 상품 다양 미래산업·원전·뷰티 등 테마형 커버드콜 등 구조화 ETF 늘어 파킹형, 하루만 넣어도 수익 예적금 금리보다 높아 인기
◆ ETF로 머니무브 ◆
"국내 주식 상장지수펀드(ETF) 비중이 5% 내외였던 고객들이 최근엔 '10% 이상 넣어달라'는 요청을 자주 합니다. 심지어 50%까지 비중을 높여달라는 고액 자산가도 있어요. 같은 5% 수익이라도 미국 ETF는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이지만, 국내 ETF는 매매차익이 비과세여서 실효 수익률 측면에서 체감 차이가 큽니다. 여기에 국내 증시가 활성화되자 ETF에 자금이 몰리고 있습니다."
김정혜 KB국민은행 골드앤와이즈더퍼스트 압구정센터 부센터장이 전한 부자들의 변화된 투자 패턴이다.
국내 ETF 상품 수가 22일 1000개를 돌파한 것은 국내 투자 업계 전반에서 ETF가 대세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테마형·파킹형·액티브 ETF 등 다양한 전략형 상품이 투자자의 선택폭을 넓히며 ETF로의 머니 무브(자금 이동)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새 정부 들어 고액 자산가들까지 미국 중심의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국내 주식형 ETF로 옮겨가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ETF 중에서도 관심 종목이 다양해졌다. 단순히 KODEX200과 같은 ETF를 담던 방식에서 벗어나 방산·조선·원전·화장품 등 특정 테마에 집중한 ETF와 액티브 전략 상품에 대한 수요가 뚜렷하다. 비과세 혜택과 맞물려 단기 대응이 용이한 섹터형 ETF에 대한 문의가 꾸준히 늘고 있다.
ETF 상품이 1000개를 넘을 정도로 늘어나다 보니 투자자들은 각자의 목적에 맞게 자금을 운용할 수 있게 됐다. 개인의 투자 목적에 맞는 ETF를 선택하는 것만으로 단기 자금 예치, 국내외 대표 지수 추종, 유행 산업 집중 투자, 고급 투자 전략 구사가 모두 가능하다.
미래 산업을 겨냥한 테마형 ETF 증가도 투자자들의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신규 상장된 ETF 90종 가운데 특정 산업이나 메가트렌드를 추종하는 테마형 ETF는 36종으로 40%에 달했다.
휴머노이드, 양자컴퓨터, 중국 기술주 관련 상품이 특히 많았다. 트렌드를 놓치고 싶지 않은 투자자의 심리를 파고든 자산운용사들이 앞다퉈 미래 유망 산업을 ETF에 담았기 때문이다. 유망 산업에 분산 투자할 수 있는 것도 테마형 ETF의 장점이다.
파킹형 ETF는 금리가 2%대 초반까지 낮아진 예·적금의 대체투자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파킹형 ETF는 단기 금리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단 하루만 자금을 넣어놔도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올해 들어 이날까지 국내 ETF 중 순유입량이 가장 많았던 ETF 1·2위는 'KODEX 머니마켓액티브'(2조6646억원)와 'TIGER 머니마켓액티브'(1조8990억원)로 파킹형 ETF다. 이날 TIGER 머니마켓액티브의 만기기대수익률(YTM)은 2.7%로, 2%인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다.
복잡한 파생 전략을 접목한 구조화 ETF도 늘고 있다. 복잡한 파생상품 전략을 개인이 직접 구사하기는 쉽지 않지만 ETF를 통해 운용사가 대신 구현해주면서 단순한 지수 추종을 넘어 고급 투자 전략을 펼치고자 하는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콜옵션을 매도해 안정적 현금 흐름을 만들어내는 커버드콜 전략은 기본이고, 새로운 전략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날 상장된 'KIWOOM 미국테크100월간목표헤지액티브'는 '프로텍티브 풋 전략'을 활용한다. 상방은 열려 있고 하방이 닫혀 있는 구조로 커버드콜 전략과 정반대 성격을 갖는다. 삼성자산운용은 아시아 최초로 버퍼 ETF를 선보였다. 이 ETF는 일정 수준의 하락 구간에서는 손실을 완충하면서 상승 시엔 수익을 추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액티브 ETF의 성장도 눈에 띈다. 올해 상장된 ETF 90개 중 39개가 액티브 상품으로, 전체의 43%를 차지했다. 지난해까지 상장된 ETF 912종 중 액티브 비중이 25%인 점을 고려하면 크게 늘었다. 액티브 ETF는 펀드매니저가 직접 종목을 고르고 리밸런싱해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