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빚 못갚는 50대 사상 최대 올 상반기에만 1만명 넘어

한상헌 기자(aries@mk.co.kr)

입력 : 2025.07.22 18:05:25 I 수정 : 2025.07.22 18:24:01
은퇴 후 제2인생 준비하지만
경기불황에 채무 변제 못해
정부가 갚아준 돈만 2500억






불황과 이로 인한 소비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올해 상반기 50대 이상 장·노년층의 부채 상환 여력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 보통 50대는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해 원래 있던 소득이 줄고 새로운 자영업 등을 시작하며 '인생 2막'을 설계하는데, 경기 불황으로 폐업 등이 늘면서 50대 이상 고령층의 재무 상태가 나빠지는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복위에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해 원금 감면이 확정된 인원은 4만7750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 중 50대 이상 장·노년층의 개인워크아웃이 크게 늘었다. 50대 이상 연령대에서 워크아웃이 확정된 사람은 1만9656명이었다. 이 중 50대는 1만1633명, 60대 이상은 8023명이었다. 모두 역대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한 것이다. 2024년 대비 증가율로 보면 60대 이상 워크아웃 확정자가 13.1% 늘어 전 연령대에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개인워크아웃은 빚을 갚기 어려운 대출자에게 신복위의 중재를 통해 빚을 최대 70% 감면해주는 제도다. 기초수급자, 장애인 등 사회취약계층의 경우 감면 범위가 90%까지 늘어난다. 이자 부담도 낮춰 빚을 갚을 수 있게 해준다.

워크아웃이 확정된 사람이 늘다 보니 국가가 이들 대신 갚아줘야 할 돈도 늘어났다. 올해 상반기 개인워크아웃을 통해 감면해준 금액은 8771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7768억원 대비 1000억원 넘게 늘어났다. 이 중 50대 이상 비중은 44.2%, 금액으로는 3878억원이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경기가 악화하면서 취업 전선에 내몰린 고령층이 빈곤층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요즘 50대에 접어들면서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퇴직으로 인해 소득 공백이 생기고, 연금을 받더라도 기존 월급 대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추 의원은 "최근 고령층에서 워크아웃 신청이 증가하는 것은 고령층의 금융 회복력과 노후 대비가 취약하다는 경고"라며 "고령층 맞춤형 금융안전망과 중장기 채무조정 장치를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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