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불법추심 피해 4배 늘때…법률지원은 제자리

김혜란 기자(kim.hyeran@mk.co.kr)

입력 : 2025.07.22 18:05:24 I 수정 : 2025.07.22 20:46:23
채무자대리인 제도 도입해
정부, 피해자 구제 나섰지만
5년간 담당변호사 증원 없어
올 소송진행률 1%·조정은 '0'






불법 사금융 피해자가 늘면서 정부가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채무자대리인 제도를 만들었지만, 밀려드는 신청 대비 성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해야 할 채무 건수는 전년 대비 2배 급증했지만, 이를 지원할 변호사는 오히려 2년 전보다 7명이나 줄었고 실제 소송으로까지 이어진 사례는 전체의 1%에 불과했다.

22일 금융위원회가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 말까지 채무자대리인을 신청한 채무 건수는 3897건(채무자 962명)으로 반년 만에 지난해 전체 건수(3096건)를 넘어섰다. 하지만 이 같은 채무구제 신청을 처리할 변호사 수는 2023년 69명에서 지난해 61명으로 줄었다가 올해 단 1명 증원해 62명에 그쳤다. 이마저도 전담이 아닌 겸임 형태로 업무를 맡고 있다.

2020년 도입된 채무자대리인 제도는 불법 추심 피해자에게 변호사를 지원해 무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금융위가 운영하지만, 현행법상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만 채무자대리인을 맡을 수 있어 실무는 법률구조공단에 위탁한다. 대리인은 불법 추심 전화 대응뿐 아니라 법정 최고금리(연 20%)를 초과한 대출에 대한 반환 청구, 불법 추심 손해배상, 채무부존재확인 소송 등을 대리한다.

올해 신청자 중 95%는 불법 사금융 피해자였으며, 제도권 대부 업체에 의한 피해는 5%였다. 피해 유형별로는 불법 채권 추심이 2339건(77.9%)으로 가장 많았고 최고금리 초과는 172건(5.7%), 두 가지 모두 해당하는 경우는 490건(16.3%)이었다.

대부분이 불법 사금융 피해자임에도 현장에서는 인력이 부족한 탓에 대리인이 불법 추심 전화를 대신 받아주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고, 적극적인 법적 구제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실제 올해 6월 말 기준 소송으로 이어진 사례는 43건으로 전체의 1.1%에 그쳤으며, 소송 전 조정으로 피해를 구조한 사례는 지난해와 올해 모두 0건이었다.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건수는 집계조차 되지 않았다. 피해자들의 채무가 정리됐는지에 대한 사후 관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불법 추심 전화를 막아주는 것만으로도 피해자 입장에서는 당장 고통을 덜 수 있다는 것이 당국 등의 입장이지만, 지원 기간 내 실질적인 채무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불법 추심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채무자대리인 제도 지원 기간은 6개월이며 한 차례 연장을 통해 최대 1년까지만 가능하다.

금융위는 지난 6월 예산안 심사 당시 올해 채무자대리인 신청 건수가 7200건에 이를 것으로 보고 예산 증액을 요청했으며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4억4000만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그러나 늘어난 예산이 대리인 충원에는 쓰이지 않는다. 여당 의원들이 예산 심의 과정에서 대리인 증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으나, 금융위는 법률구조공단이 법무부 산하라 금융위 예산으로는 인력을 늘릴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전해진다.

이인영 의원은 "채무자대리인 제도는 취약 채무자 보호의 마지막 장치이기 때문에 법률대응권 보장이 중요하다"며 "경찰·금융당국과의 연계, 사후 관리 체계 정비 등 실효성 제고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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