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포기자 학력 살펴보니…대졸자 >중졸자 첫 추월

류영욱 기자(ryu.youngwook@mk.co.kr)

입력 : 2025.07.22 17:47:39 I 수정 : 2025.07.22 23:08:44
대졸 비경제활동인구 304만명
고학력 청년 일할 직장 태부족
10년간 60만명 구직활동 단념 기업 "올해 신규채용" 60.8%
1999년 조사 이래 가장 낮아
일본 '취업 빙하기 세대'처럼
사회문제 비화땐 후유증 심각
"한국판 잃어버린 세대 징후"




22일 서울의 한 대학 캠퍼스에 걸려 있는 취업지원 안내 현수막 앞으로 대학생이 걸어가고 있다. 김호영 기자


대학교 졸업장이 더 이상 취업의 보증 수단이 되지 않는 시대다. 고학력 비경제활동인구가 처음으로 중졸 이하 비경제활동인구를 넘어섰다. 일자리 감소 속에 취업 문턱에서 대기 중인 '고학력 대기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대학교 졸업 이상(4년제)의 비경제활동인구는 304만8000명으로 중졸 학력의 비경제활동인구(303만명)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비경제활동인구는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15세 이상 인구다. 단순한 실업률 통계로는 드러나지 않는 고용시장 구조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다.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거나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층, 일자리를 포기한 고학력자 등이 대표적이다.

10년 전에는 대졸층과 중졸층의 격차가 100만명 이상이었지만, 고령층 중심의 중졸 인구가 줄고 고학력 대기자는 빠르게 늘었다.

이러한 변화는 고학력 청년들이 취업을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구조적 고용위기가 그 배경으로 지목된다. 고학력 구직자들은 주로 고부가가치 제조업이나 전문 서비스업 일자리를 선호하지만, 이들 일자리는 제한적이다. 게다가 저성장 기조 속에서 기업들의 채용 여력까지 줄어들면서 청년층의 고용시장 이탈이 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시 고용인원 100명 이상인 500개 기업 가운데 신규 채용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0.8%로 1999년 조사 실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런 흐름이 지속되면 고학력 청년층이 첫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사회 진입 자체가 지연되고, 결과적으로 '잃어버린 세대'로 고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구조화되면 장기적인 사회·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대졸자 취업률은 1991년 81.3%에서 2003년 55%까지 추락했고 당시 취업 기회를 놓친 세대는 이후 40·50대가 될 때까지도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실제로 일본은 1990년대 초 버블경제 붕괴 이후 비슷한 경로를 밟았다. 일본 노동당국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전체 근로자의 평균 월급은 약 1만엔(9만3000원) 증가했지만, 40대 후반의 월급 상승폭은 1000엔을 소폭 웃도는 데 그쳤다. 50대 초반은 오히려 월급이 줄었다. 금융자산이 100만엔 미만인 40대 비율도 2003년 대비 2023년에 2배 이상 늘어 전체의 14%를 차지했다. 노동시장 진입이 늦어지면 이후 소득, 자산, 소비 능력 전반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한국에서도 유사한 징후가 나타나고 있지만 정부의 대응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새 정부는 신산업, 특히 인공지능(AI)에 초점을 맞춘 산업 전략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AI산업은 고용 창출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2월 보고서를 통해 국내 근로자의 51%가 AI 도입으로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학력 청년의 고용단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청년들이 눈높이를 낮출 수 있도록 일자리 자체의 질과 다양성을 높이는 구조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의 근로환경을 개선하고 상대적으로 낙후된 서비스업의 생산성과 고용여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서비스업의 구조적 전환 없이 청년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진단이 힘을 얻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 민간 서비스업 종사자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20년 넘게 제조업의 40%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서비스업 비중도 약 6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74%)에 크게 못 미친다.

청년정책을 맡은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제조업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며 "청년 고용 수요를 감당하려면 향후 고급 서비스업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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