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 더는 못 버텨”...비장의 무기 ‘배드뱅크’ 들고나온 정부
김혜란 기자(kim.hyeran@mk.co.kr)
입력 : 2025.07.08 20:12:30
입력 : 2025.07.08 20:12:30
LH 주택 매입과정 시간 걸려
피해자들 내몰릴라 대책 마련
금융권에 재원 분담 요청할듯
부실채권 사들여 LH 넘기거나
기관과 협약맺어 채권 탕감∙조정
“선순위 담보실태부터 조사하겠다”
피해자들 내몰릴라 대책 마련
금융권에 재원 분담 요청할듯
부실채권 사들여 LH 넘기거나
기관과 협약맺어 채권 탕감∙조정
“선순위 담보실태부터 조사하겠다”

정부·여당이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를 위한 별도의 ‘배드뱅크’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건별로 사기 주택을 매입하는 과정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소요돼 그 사이 피해자들이 거리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전세사기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별도의 배드뱅크를 만들면 일단 여기에서 일괄로 부실채권을 사들여 정리할 수 있다. 그만큼 피해자들 입장에선 구제까지 걸리는 시간이 단축될 수 있다.
문제는 재원이다. 정부 예산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은행 등 금융권에 분담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모두 전세사기 피해자 돕기에 이미 수십억 원씩 자체 예산을 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부실채권을 털어낼 수 있으면서 상생의 의미도 있는 만큼 배드뱅크 설립에 은행 등 금융사들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금융당국과 국토교통부가 전국 피해 주택에 설정된 선순위 담보채권 현황을 전수조사한 뒤 구체적인 배드뱅크 설립안에 대한 논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구상 중인 배드뱅크안은 크게 두 가지다.
배드뱅크가 부실채권을 직접 사들여 권리관계를 정리한 뒤 LH에 넘기는 방식과 금융기관과 협약을 맺어 담보채권을 일정 비율 탕감·조정하는 ‘협약형 배드뱅크’ 모델이다.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정부가 배드뱅크를 통해 담보부 부실채권을 일괄 인수해 주택 소유권과 권리관계를 정리한 모델을 참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금융기관·신탁사·LH가 건별로 협상해야 하는데, 배드뱅크가 담보채권을 일괄 정리하면 LH의 매입이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통해 금융사는 부실채권을 털고, 피해자는 공공임대에 그대로 살 수 있다.
지금 구조에선 선순위 담보권을 가진 금융기관이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쫓겨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신탁사까지 낀 신탁사기는 구조가 더 복잡해 해결이 어렵다. 국토부가 파악한 1203건의 신탁전세사기 피해 중 LH가 매입한 사례는 아직 한 건도 없다. 이에 민주당은 그동안 당내 전세사기특별위원회를 통해 신탁사와 금융기관, LH를 하나하나 만나 명도소송 중단과 주택 매입을 요청해왔다.
개별 협의로는 속도가 나지 않다 보니 배드뱅크 도입을 통한 일괄 해결이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대상 역시 신탁사기뿐만 아니라 전체 전세사기로 확대됐다. 현재 파악된 전세사기 피해자는 3만1437명인데, 경매가 진행된 뒤에야 피해 사실을 깨닫는 경우가 많아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피해가 계속 방치되면 정부에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은 전세사기와 관련한 실질적인 구제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신탁사기 피해자 구제를 위한 사회적 협약식’에서 배드뱅크 모델을 직접 언급하며 “금융감독원과 국토부가 서로 책임만 미루며 실태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는데, 이재명 정부에서는 신속히 선순위 담보 실태부터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도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 문제에 대해 1년 안에 해결을 봐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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