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디올 모기업 올 들어 주가 30% 빠져 명품 관련 ETF도 하락세 '갓성비' 코치는 잘 나가 태피스트리 주가 32%↑
'명품 가방 대신 명품주를 사라'는 격언이 무색하게 주요 명품 기업 주가가 하락했다. 반면 중저가 명품 브랜드 주가는 상승세를 타며 업종 내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프랑스 명품 대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주가는 449.3유로를 기록하며 올해 들어 29.29% 하락했다. LVMH는 루이비통, 디올, 셀린느, 티파니의 모기업이다. 주가 급락의 여파로 2024년 5월 세계 1위 부호였던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은 이날 9위로 순위가 밀렸다.
구찌와 생로랑 등을 거느린 프랑스 케링은 같은 기간 21.9% 내렸다. 프라다(-24.32%), 에르메스(-1.13%), 몽클레르(-6.12%) 등 주요 명품 기업도 줄줄이 약세를 나타냈다.
반면 중저가 명품인 코치의 모회사 태피스트리는 이 기간 32.7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버버리도 16.23% 상승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소비 위축이 명품 업계 전반의 주가를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명품 산업의 핵심 소비처인 중국의 수요 둔화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중국 시장 내 명품 판매액은 지난해 말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0% 급감했다. 베인앤드컴퍼니는 올해 중국 내 명품 판매가 정체될 것으로 예상했다.
주요 기업의 실적도 부진하다. 케링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했다. 구찌와 생로랑 매출은 각각 24%, 8% 줄었다. TD카우언은 올해 구찌의 매출 전망을 15% 하향 조정하며 연간 기준으로 전년 대비 20% 감소할 것으로 봤다. 또 생로랑이 관세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경쟁사보다 늦게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LVMH는 같은 기간 매출이 2% 감소했는데 매출 비중이 가장 큰 패션·가죽 부문이 특히 부진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LVMH의 수익 기대치가 계속 낮아지고 있다고 평가하며 목표주가를 560유로에서 510유로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도 부담을 더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6월부터 모든 유럽산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이를 7월 9일까지 유예한 상태다. LVMH는 관세 이슈가 불거진 후 일부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미국은 LVMH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 중 하나다.
명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하락세다. 'HANARO 글로벌럭셔리S&P(합성)'는 올해 들어 7.82% 내렸다. 'KODEX 유럽명품TOP10 STOXX'는 2.19% 하락했다.
반면 가격 접근성이 높은 브랜드들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태피스트리는 지난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했고, 주당순이익(EPS)은 27% 늘었다. 자회사인 코치가 고가 유럽 명품 브랜드 대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주목받으며 젊은 소비자층을 성공적으로 유입시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심지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노후화된 이미지가 있던 코치가 리브랜딩을 통해 10대들 호응을 얻고 있다"며 "태피스트리가 마이클코어스 모기업 캐프리홀딩스를 무리한 가격에 인수하려다가 철회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버버리는 올해 1분기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며 주가가 올랐다. 회사는 비용 절감을 위해 2027년까지 전 세계 직원의 18%에 해당하는 1700명을 감원하는 계획도 내놓았다.
심 연구원은 "명품주는 소비 심리의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시한인 다음 달 9일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확인하고 투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