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만 쌓여가고 있다”...혁신기술 있어도 힘든 스타트업, 특허 없는 곳 무려 43%
이호준 기자(lee.hojoon@mk.co.kr)
입력 : 2025.06.29 21:00:47
입력 : 2025.06.29 21:00:47
팬데믹 후 투자 위축
R&D 자금 줄어들어
3557곳 중 1547곳
특허 단 하나도 없어
지난해 창업한 곳은
무특허 비율 87.1%
VC도 3년새 1/3토막
특허심사 길단 비판도
R&D 자금 줄어들어
3557곳 중 1547곳
특허 단 하나도 없어
지난해 창업한 곳은
무특허 비율 87.1%
VC도 3년새 1/3토막
특허심사 길단 비판도

# 2019년 설립된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기업 A사. ‘세상에 없던 AI를 만들겠다’는 일념하에 연구개발(R&D)에 매진했지만 현재까지 등록한 특허는 없다. A사 대표는 “벤처 혹한기를 맞아 지난해 투자유치액이 채 1억원이 되지 않아 더 이상 추가적인 R&D를 진행하는 게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 반도체 검사장비에 들어가는 핵심 칩을 개발한 B사는 특허 심사 결과를 1년 넘게 기다리고 있다. B사 대표는 “결과가 빨리 나와야 해당 기술로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데, 심사가 너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매출도 나오지 않으면서 빚만 쌓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성공의 핵심 요소는 혁신 기술이다. 그러나 정작 국내 스타트업 10곳 중 4곳은 특허가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 위축된 스타트업 투자로 인해 R&D에 쓸 수 있는 자금이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29일 벤처투자정보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설립된 국내 스타트업 3557곳 중 43.5%에 달하는 1547곳이 특허가 단 1개도 없었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9년 설립된 스타트업 890곳 중 특허가 전무한 기업은 264곳으로 29.7%를 차지했지만, 이 비율이 2023년엔 71.5%, 지난해엔 87.1%까지 치솟는다. 특허 등록까지 소요되는 기간을 감안하더라도 특허를 가진 기업이 매우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스타트업계에 혁신이 사라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를 지원받는 기업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2019~2024년 설립된 스타트업 중 기술창업 팁스 프로그램인 ‘일반형 팁스’를 지원받는 기업 수는 1492곳이었는데, 이 중 29.6%인 442곳이 등록 특허가 없었다.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최근 벤처투자(VC) 혹한기를 맞아 투자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스타트업이 R&D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분석했다. 실제 2021년 17조9000억원에 달했던 국내 VC 투자는 지난해 6조800억원으로 무려 3분의 1 토막이 났다. 업계 관계자는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 특성상 투자금으로 R&D 비용을 충당하는데, 투자를 받지 못해 자금이 부족하면 기술 개발에 전념하기 어렵고 특허 등록 자체도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국내 특허 심사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허청에 따르면 특허 등록까지 걸리는 기간이 2019년엔 15개월이었지만 작년 5월 기준 22개월까지 늘어났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초반 몇 년이 고비인 스타트업은 이른 시일 안에 특허를 받아 기술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소중하다”며 “특허 심사에 너무 긴 시간이 소요돼 회사가 휘청거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준영 이성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국내 스타트업은 초기 특허 등록이 빨리 이뤄져야 자금 조달과 R&D 과제 등 여러 면에서 유리한데 10곳 중 4곳 이상이 특허가 하나도 없다는 건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변리사는 “특허청은 특허 심사 기간을 줄여 더 많은 초기 기업이 특허를 신속히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스타트업 투자를 늘리고 우수 인력을 많이 뽑을 수 있는 생태계를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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