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그만두면 한푼이 아쉬운데”…전문가들, 연금 더 많이 받으려면

류영상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ifyouare@mk.co.kr)

입력 : 2025.06.27 10:36:06
서울 여의도 직장인들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은퇴 후 노후 소득보장 차원에서 국내 퇴직연금제도를 ‘확’ 바꿔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나왔다.

국가의 책임과 규제를 강화하면서 공동으로 위험을 분담하는 사례가 우선 순위로 꼽힌다.

최근 국민연금연구원은 ‘퇴직연금의 유형화 및 유형별 퇴직연금제도 비교 분석’ 보고서를 통해 한국 퇴직연금의 노후소득보장 기능 미비 등을 지적했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총 431조7000억원으로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어서며 빠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연금으로 수령하는 비율은 2023년 말 기준 10.4%에 그쳐 대부분이 일시금으로 소진되는 상황이다.

더욱이 적립금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DB형 퇴직연금은 지난해 연간 수익률이 4.04%로 확정기여형(DC) 5.18%, 개인형 퇴직연금(IRP) 5.86%보다 낮았다.

주요국 퇴직연금 4가지 유형 살펴보니…
연구팀은 세계 각국의 퇴직연금제도를 ‘적용 범위(의무/자발적 가입)’와 ‘노후소득보장 역할 정도(위험부담 주체/국가 규제)’라는 두 가지 기준으로 총 8가지(A∼H) 유형으로 이론적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D, E, F, H 유형에 해당하는 실제 국가 사례를 찾기 어려워 제외하고, 실제 국가 사례가 있고 한국에 시사점을 준다고 판단한 A(스위스), B(네덜란드), C(호주), G(영국) 등 4가지 유형을 심층 분석했다.

A 유형인 스위스는 ‘국가책임-의무가입’ 모델이다.

국가(연방의회)가 법으로 최저이율(2024년 1.25%)과 연금 전환율(2024년 6.8%)을 정해 실질적인 DB(확정급여)형 제도로 운영하며, 노령·유족·장애연금까지 보장해 공적연금의 성격이 짙다.

B 유형인 네덜란드는 ‘노사 공동 책임-준(準) 의무가입’ 모델이다.

산업별 노사 단체협약을 기반으로 운영하며 최근 DB형의 지속가능성 문제로 근로자간 위험을 분담하는 CDC(집합적 확정기여) 형태로 전환 중이다. 연대기금 설립을 의무화해 수급권을 보호하는 등 연대의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C 유형인 호주는 ‘개인책임-의무가입’ 모델이다. 모든 투자 위험은 근로자 개인이 부담하며 정부는 제도 내용보다 시장환경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 관리하에 운영되는 디폴트옵션을 통해 시장경쟁을 유도, 수수료를 낮추고 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을 취한다.

G 유형인 영국은 ‘개인책임-자발적 가입(선택적 탈퇴형)’ 모델이다.

2012년 자동 가입제도를 도입해 가입률을 79%(2021년)까지 끌어올렸으며, 저소득·중소기업 근로자를 위해 국가 주도 퇴직연금(NEST)을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 = 연합뉴스]


보고서는 각 유형의 장단점을 분석하며 한국 현실에 가장 적합한 모델로 네덜란드의 CDC 방식을 꼽았다.

스위스 모델은 국가가 최저수익률을 보장하는 등 노후보장 기능이 가장 뛰어나지만, 이는 사실상 고용주나 퇴직연금 사업자에게 다시 책임을 부담시키는 방식이어서 저성장 시대에 국내 수용성이 낮을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호주와 영국 모델은 디폴트옵션 등을 통해 시장을 활성화하지만,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지우고 종신 연금화율이 낮으며 DC형에 대한 직접적인 수급권 보호 장치가 거의 없어 노후소득보장 기능에 한계가 뚜렷하다고 평가했다.

결론적으로 네덜란드식 CDC 모델을 최적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CDC는 DC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가지면서도, 기금을 공동으로 운용하고 위험을 함께 분담, 연대의 특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네덜란드는 DC로 전환하면서도 수급권 보호를 위해 연대기금 설립을 의무화하고, 연금 수급을 원칙으로 하되 일시금 수급은 10% 이내로 제한하는 등 노후소득보장 기능을 지키려는 노력을 병행 중이다.

연구팀은 “퇴직연금을 노후소득보장 강화 측면에서 발전시키고자 한다면 스위스나 네덜란드 형태가 바람직하다”면서도 “제도 수용성 등을 고려할 때 네덜란드의 CDC 형태로 개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퇴직연금에 대한 국가의 인식이 제도의 성격을 결정한다”며 “우리나라도 퇴직연금을 노후소득보장제도로 명확히 인식하고 장기적인 발전 방향을 새롭게 설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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