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미국에서 가상자산이 빠르게 제도권에 편입되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종전 입장을 바꿔 가상자산을 제도권 자산으로 인정했다. 미국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심사에서도 가상자산을 인정하는 수순에 돌입하는 등 가상자산이 빠르게 제도권에 편입되고 있다.

파월 의장은 25일(현지시간) 연방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으로부터 ‘가상자산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에 대해 바뀌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지난 몇 년 동안 가상자산 산업은 성숙해졌으며 주류(mainstream)가 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수년 전 가상자산 시장에는 사기와 구조적인 실패가 많았다”며 “이 때 결정됐던 사안들에 대해 재검토(revisiting)하고 있고 일부 지침은 철회(withdraw)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가상자산에 대해 기존에 갖고 있던 비판적인 입장에서 변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파월 의장은 지난 2021년 “가상자산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화폐로 인정할 수 없다”며 “비트코인도 가치 저장수단으로서 유용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등 가상자산을 비판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기관 자금이 대규모로 비트코인에 흘러 들어오고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화를 위해 미국 상원이 지니어스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가상자산의 영향력이 커지자 이전보다 완화적인 입장을 취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방주택금융청(FHFA)은 모기지 심사 기준에 가상자산 보유량을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윌리엄 풀테 FHFA 청장은 국책 모기지 보증기관인 패니 메와 프레디 맥이 은행으로부터 모기지를 구입할 때 주택 구매자의 가상자산 보유량을 대출 심사 기준에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맷 콜 스트라이브 CEO는 X(구 트위터)에서 “앞으로 비트코인 보유자들은 비트코인을 팔지 않아도 집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패니 매와 프레디 맥의 모기지를 암묵적으로 보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비트코인의 리스크를 짊어지기로 결정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가상자산이 제도권에 편입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자 비트코인도 한때 10만8000달러를 돌파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26일 한때 10만8305.54에 거래됐다. 단 이후 상승폭을 줄이며 이날 오후 2시 30분 기준 10만7612.23달러를 기록했다.

한편 스트래티지가 ‘비트코인 비축 전략’으로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모습을 보인 이후 미국 나스닥 상장사 중 유사한 전략을 채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심지어 비트코인이 아닌 알트코인을 비축하는 기업들도 등장하고 있다.

비트코인 채굴 기업이던 비트디지털은 25일(현지시간) 이더리움 비축 및 스테이킹 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비트디지털은 지난 3월 31일 기준 이더리움 2만4434.2개와 비트코인 417.6개를 보유하고 있었다. 단 보유 중인 비트코인을 모두 이더리움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비트디지털은 이같은 전략을 발표했지만 애프터마켓에서 주가가 약 4% 가까이 하락했다.

이처럼 비트코인이 아닌 알트코인 비축 전략을 사용하는 사례는 나스닥 상장사들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비트디지털에 앞서 스포츠 베팅 플랫폼 기업인 샤프링크 게이밍도 이더리움 비축 전략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샤프링크 게이밍은 지난 20일(현지시간) 기준 18만8478개의 이더리움을 보유하고 있다. 이 이더리움을 모두 스테이킹해 지난 2일 이더리움 비축 전략을 도입한 이후 120개의 이더리움을 추가로 얻기도 했다.

에너지 솔루션 기업 비보파워는 XRP 중심의 비축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비보파워는 이를 위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주식 사모발행으로 1억2100만 달러를 조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