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화력 경상정비 하청업체 중 한전KPS만 '재하청업체' 뒀다

알고 보니 한전KPS 퇴직자 관련 회사…"발전소 카르텔" 지적
강수환

입력 : 2025.06.19 19:51:19


고 김충현 씨 일터였던 태안화력발전소
(태안=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하다 숨진 재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충현 씨의 영결식이 18일 오전 충남 태안군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엄수된 뒤 김충현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와 유족들이 김씨가 일하던 한전KPS 태안사업처를 행진하고 있다.2025.6.18 swan@yna.co.kr

(태안=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내 경상 정비공사 부문에서 서부발전이 발주한 하청업체 3곳 중 한전KPS만 유일하게 재하청업체를 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한국서부발전은 태안화력의 경상정비 공사를 한전KPS, 금화PSC, 두산 에너빌리티 등 세 기업에 발주했다.

이 가운데 2차 하청업체를 두고 업무를 위탁한 곳은 한전KPS가 유일하다.

경상정비는 발전소 전력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설비를 상시 점검·정비하는 작업이다.

한전KPS는 경상정비 공사에서도 전기 분야 업무는 삼신에, 기계 분야는 한국파워O&M에 각각 재하청을 줬다.

한국파워O&M 소속이던 재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충현 씨는 지난 2일 한전KPS 태안화력사업소 기계공작실에서 발전설비 부품을 절삭가공 하다 숨졌다.

노동 당국은 이 사망사고와 관련해 한전KPS가 2차 하청업체가 없는 금화PSC, 두산 에너빌리티 두 업체와 달리 어떻게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지방노동청 관계자는 "세 업체가 어떻게 어떤 구조로 운영되고 있는지 관련 자료를 통해 비교하며, 한전KPS 도급 관계에 문제는 없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한전KPS에서 발생한 산업재해자 수는 지속해 증가하고 있다.

2020년 9명, 2021년 12명, 2022년 12명, 2023년 19명, 지난해에는 24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전KPS 태안사업처 사무실
(태안=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하다 숨진 재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충현 씨의 영결식이 18일 오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엄수됐다.사진은 태안화력 내 한전KPS 태안사업처 사무실.김충현 씨는 지난 2일 오후 2시 30분께 태안화력 내 한전KPS 태안화력사업소 기계공작실에서 작업을 하다 공작기계에 끼이는 사고로 숨졌다.2025.6.18 swan@yna.co.kr

늘어나는 산업재해자 수가 방증하듯, 경상정비 분야에서 유일하게 재하청을 둔 한전KPS가 그만큼 산업 현장의 안전 문제에 대해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마저도 2차 하청업체가 한전KPS 출신이 차린 민간업체이거나 재취업한 업체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충현 씨가 속했던 2차 하청업체인 한국파워O&M 부사장도 한전KPS 퇴직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전KPS의 또 다른 2차 하청업체인 삼신도 설립자가 한전KPS 퇴직자로, 현재는 가족이 이어받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신의 경우 경상 공사 부분에서 24건의 공사입찰을 따냈는데, 이 중 한전KPS로부터 수주받은 입찰이 19건에 달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10년전부터 한전KPS가 퇴직 직원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다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한전KPS 측은 "공정하게 전자 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하기에 일감 몰아주기는 있을 수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김충현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대책위)는 이를 발전소 내 한전KPS 카르텔이라고 지적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이쪽 업계에서는 한전KPS 고위 간부들이 퇴임 이후 민간업체를 만들거나 민간업체에 재취업해 한전KPS의 하청업체로 들어가는 것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라며 "(한전KPS 출신 인사들에) 재하청을 주는 카르텔 구조속에서 이들은 인력사무소처럼 하청업체를 운영하며 수수료를 챙기고 노동자들의 노무비를 떼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swan@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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