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코리아' 출간한 '정책통'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 AI 늦은 한국 기회 잡으려면 조선 등 1위 산업 활용해야 현장인력 기술 노하우 접목 용접 로봇 등 개발도 필수 전국민 대상 AI 교육 체계화 범국가적 창업 붐 일으켜야
최근 'AI 코리아' 책을 출간한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이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분야에서 후발 주자인 한국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는 전략이 시급합니다. 국내 기업들이 강점을 보이는 산업 분야의 데이터를 AI에 학습시키고, 로봇을 비롯한 현실의 물리적 장비에 연계해 혁신을 이끌어야 합니다. 향후 관련 산업 진흥책과 인재 양성 방안도 이 같은 '물리적 AI'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한국의 AI 성공 전략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1989년 행정고시(32회) 합격을 계기로 재무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한 그는 기획재정부 2차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을 역임한 정책 전문가다. 2022년 33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치고 현재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달 그간의 경험을 집약한 책 'AI 코리아'를 출간했다.
구 전 실장은 "현재 AI 기술은 빛의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대다수 국민은 AI에 대해 피상적으로만 인식하고 있다"며 "AI를 기술 관점에서 보는 것은 소수의 AI 기술 전문가로도 충분하다. 이미 개발해놓은 AI 기술을 일반 국민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AI를 한글처럼 쓸 수 있을 때 AI 창업을 비롯한 산업 혁신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 전 실장은 모든 분야에서 AI를 활용하는 'AI+X' 전략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국가기관과 기업은 물론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각종 사물에 AI를 접목해 업무 혁신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특히 특정 분야의 최고 현장 전문가가 쌓은 암묵지(경험이나 학습을 통해 개인에게 체화됐지만 언어나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지식)의 데이터화를 촉구했다. 구 전 실장은 "조선업에서 선박 건조의 용접이 대표적인 예"라며 "이 분야는 전문 인력이 부족해 현장에서 어려움이 크지만 기존 로봇 기술로는 대처하기 어려워 골치를 앓았다. 현장 전문가의 노하우를 습득한 AI 로봇이 현실화한다면 엄청난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AI+X 실현을 위해선 새 정부가 당장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와 데이터 표준화,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가 양성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 전 실장은 "GPU는 AI 모델 학습과 추론 과정에서 연산을 가속화해 성능을 향상시키는 등 사람의 뇌 역할을 한다. 무리해서라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며 "산업 데이터를 AI가 학습할 수 있도록 표준화하는 작업은 GPU 확보와 별개로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AI를 계속 활용하고 생활화하는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사업화도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민간에서 AI를 활용한 각종 비즈니스 경진대회를 개최하고, 우수 아이디어를 선별해 그에 대한 창업 자금을 지원할 것을 제언했다.
그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AI 교육을 체계화할 것도 주장했다. 유아기는 물론이고 초중고, 대학에서 모든 학생이 AI 교육을 이수할 수 있도록 정규 교육 과정에 포함하는 것을 시작으로 꼽았다. 대학에 AI 관련 학과나 AI 대학원을 신규로 설치하기보다 급변하는 기술 속도에 대응하기 쉽도록 온라인 기반의 'AI 교육센터'를 운영할 것도 제언했다. 다만 대면 교육이 필요할 경우 권역별 AI 관련 신기술 교육센터 운영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구 전 실장은 "사람들이 쉽게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은 초보 단계"라며 "AI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려면 기본적인 작동 원리를 개개인에게 내재화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개인 맞춤형 학습 알고리듬을 구축할 수 있다면 AI 활용도는 더 커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AI가 막대한 전력을 사용하는 만큼 안정적인 발전원 확보를 비롯해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는 첨단 재료의 확보도 '필승 전략'으로 꼽혔다. 구 전 실장은 "아직 발전량이 미흡한 신재생에너지 발전 확대는 물론 기존 원전의 단점을 만회한 소형모듈원자로(SMR)의 상용화 시점을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며 "고온·고압의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면서도 전력 소비는 적은 SiC(탄화규소) 전력 반도체 같은 신소재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AI의 오남용을 막을 수 있는 거버넌스 구축은 AI가 핵보다 더 날카로운 '양날의 검'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노파심의 발로다. 특히 물리적 AI 보편화로 로봇이나 자동차, 드론같이 움직이는 물체에 AI가 접목됐을 때 '나쁜 목적'이 개입한다면 곧바로 테러 위협으로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인간을 대상으로 한 AI 윤리 교육은 물론 '인간을 해할 수 없다'는 절대 원칙을 담은 AI를 위한 AI 윤리 교육 도입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구 전 실장은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유엔총회의장협의회(UNCPGA)에서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유엔 차원에서의 AI 사용 가이드라인 마련을 제안했다"며 "AI의 등록 관리부터 소유권 이전 관리, 소득·저작권 인정과 과세 등 A부터 Z까지 모든 요소를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AI격 기관인 유엔 산하 '국제 AI 기구'(가칭 IAIA)의 국내 유치 등으로 한국의 영향력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