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공습 확전 우려…韓 '중동 에너지 수입' 불안감 고조
중동 원유 수입 비중 72%·LNG 36%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원유·LNG길 막혀석유·가스값 상승에 공공요금 인상 압박까지 '최악의 시나리오' 우려
이슬기
입력 : 2025.06.15 13:36:55
입력 : 2025.06.15 13:36:55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이스라엘이 이란 핵·군사 시설에 이어 가스전과 미사일 기지까지 공습하면서 중동 지역의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단행된 이번 공격은 양국 간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만약 이란이 대응 수단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설 경우, 원유의 70% 이상, 액화천연가스(LNG)의 3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은 에너지 수급 불안과 물가 급등 등 경제·산업 전반에 직접적인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5일 외신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심 에너지 시설로 공습 범위를 확대했고, 이란도 이스라엘 주요 도시를 겨냥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 남부 걸프해역에 있는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14광구 정제시설에서 큰불이 났다고 전했다.
양국 간 공격이 단순 보복을 넘어선 전면전으로 비화한다면 중동 지역에 에너지 수입을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한국 경제도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한국석유공사 자료 갈무리.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석유공사의 '2023년 국내 석유시장'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대륙별 원유 수입 비중 중 중동이 71.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미주(19.1%), 아시아(6.9%) 등 순이다.
사우디아라비아(32.6%·1위), 아랍에미리트(UAE·10.9%·3위), 쿠웨이트(9.6%·4위), 이라크(9.0%·5위) 등 주요 수입국 대부분이 중동 국가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전후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이 줄어든 2021년 이후 중동 의존도는 다시 높아졌다.
2020년 69%였던 중동산 원유 비중은 2021년 59.8%로 하락했다가 2023년 71.9%까지 올랐다.
지난해 기준 에너지믹스에서 석유(34.7%)에 이어 2위인 LNG(24.1%)도 중동 수입 비중이 3분의 1 이상이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LNG 수입에서 중동 국가인 카타르(24%)와 오만(12%)을 합치면 36%에 달했다.
LNG 주요 수입국은 호주(26%)가 1위였고, 이어 카타르(24%), 오만(12%), 말레이시아(12%), 미국(11%) 순이었다.

[구글맵.재판매 및 DB 금지]
문제는 중동산 원유와 LNG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는 점이다.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해를 연결하는 호르무즈 해협은 하루 약 2천만 배럴의 원유 및 석유가 통과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석유 수송로로 꼽힌다.
이는 전 세계 석유 수송량의 5분의 1에 육박하는 규모다.
에너지 업계 안팎에서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거나, 이곳을 지나는 유조선을 공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이란은 지난 2018년 미국이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파기하고 제재를 재개하자, 호르무즈 해협 폐쇄를 경고한 전례도 있다.
이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시장에 '오일쇼크급' 충격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에너지 100%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은 휘발유·가스 가격 인상은 물론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전반의 인상 압력에 놓일 수 있다.
밀러 타박의 최고시장전략가 매트 말레이는 지난 13일 "호르무즈 해협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가 관건이다.
이란은 그곳을 봉쇄할 수 있으며 하루 1천300만 배럴의 원유와 천연가스를 차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만일 사태가 장기화하고 호르무즈 해협이 영향을 받으면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이란으로서도 '최후의 수단'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호르무즈 해협은 1990년 걸프전 당시에도 봉쇄된 적은 없었다"며 "이란이 봉쇄를 감행할 경우 주변 중동국을 적으로 돌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 6개월 이상 석유·가스 비축분이 있으며, 이번 공습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우리 에너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wise@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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