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끓어오르는 ‘영끌’ 열기...가계대출 이달 2조 급증 ‘빨간불’

허서윤 기자(syhuh74@mk.co.kr)

입력 : 2025.06.15 10:11:03 I 수정 : 2025.06.15 10:13:23
금융당국, 전 금융권 소집해 ‘대출조이기’...“현장 점검도”


[연합뉴스]
금리 하락 기대와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자산가격 상승 기대감이 겹치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열기가 재점화되고 있다. 특히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대출 증가 속도가 가팔라지며, 하반기에도 가계대출 급증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전 은행권을 긴급 소집해 ‘대출 조이기’를 주문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이달 12일 기준 750조792억원으로, 5월 말(748조812억원)보다 1조9980억원 증가했다. 하루 평균으로는 1665억원씩 늘어난 셈으로, 이는 작년 9월 이후 최대 수준이다.

가계대출은 지난해 8월 9조6259억원 증가하며 정점을 찍은 후 당국의 규제 강화로 감소세를 보였지만, 올해 2월부터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다. 2월 3조931억원, 3월 1조7992억원, 4월 4조5337억원, 5월에는 4조9964억원으로 증가폭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 포함)은 이달 들어서만 1조4799억원 늘어난 595조1415억원을 기록했고, 신용대출도 6002억원 늘어난 103조9147억원에 달했다. 특히 신용대출은 하루 평균 500억원 증가하며 전달(265억원)의 두 배 준으로 뛰었다.

가계대출의 선행 지표인 대출 신청 규모도 급증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신청 건수는 1월 4888건에서 5월 7495건으로, 금액은 1조1581억원에서 1조7830억원으로 약 50% 증가했다. 이달 12일까지도 이미 4281건(8261억원)이 접수돼,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하반기 대출 집행도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은행 관계자들은 고객 상담 과정에서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와 함께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주택시장 과열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6% 올라,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높은 주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는 물론, 마용성(마포·용산·성동)과 경기 과천·분당 등으로 상승세가 번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금융당국도 긴급 대응에 나섰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오는 16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5대 은행 가계대출 담당 부행장을 대상으로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과도한 대출 증가와 부동산 과열을 진단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투기 수요나 규제 우회 시도 등으로 시장 질서가 훼손되거나 실수요자 자금이 위축돼선 안 된다”며 “은행들에 책임 있는 대출 관리를 주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금감원은 최근 가계대출 증가 폭이 컸던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 등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에 착수했으며, 추가로 세부 대출관리 계획 제출도 요구한 상태다.

이번 부동산 과열의 배경에는 금리 하락 기대, 공급 부족, 그리고 새 정부 출범 후 “세금으로 집값을 누르지 않겠다”는 시그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도 지난 12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이 참여하는 ‘부동산시장 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서울 부동산 시장이 엄중하다”며 전 부처가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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