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테더를 비롯한 스테이블코인 결제 규모가 지난해 15조6000억 달러로 비자·마스터카드 결제액 대비 각각 119%와 200% 수준이다. 스테이블코인 결제는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현실이다. ”

1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3회 매일경제TV 개국포럼에서 주제발제자로 나선 톈웨이 리우 스트레이츠엑스(StraitsX) 대표는 “싱가포르에서는 관광객이 그랩(Grab) 앱을 통해 별도 앱이나 월렛(지갑) 없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즉각 결제할 수 있다”며 “싱가포르에서는 이미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일상이 됐다”고 강조했다.

미래 산업과 관련된 비전을 제시해온 개국포럼은 올해 ‘스테이블코인, 금융 미래를 바꾼다’를 주제로 개최됐다.

달러나 등 실물자산에 가치를 연동시킨 스테이블코인은 다른 가상화폐들보다 가격 변동성이 낮은데다 화폐처럼 사용할 수 있어 금융산업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작년 3월 1332억 달러였던 스테이블 코인 시장은 일년만에 두 배 가까운 2373억 달러로 급성장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스테이블코인 혁신 사례가 집중 조명됐다. 스트레이츠엑스는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디지털 결제 인프라 기업이다. 그랩 등과 협력해 싱가포르를 방문한 외국 관광객이 자국의 결제앱으로도 국경을 넘는 결제 체제를 지원하고 있고, 태국의 은행과 협업하며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국내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체계 조차 없는 상태다. 홍콩이 최근 관련 입법을 하는 등 경쟁국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리우 대표는 “글로벌 주요국들이 관련 규제 체계를 정비하고 있고, 명확한 규정은 스테이블코인 발행기업에게 안정성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김지윤 DSRV 대표는 시연을 통해 싱가포르 관광객이 제주도에서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를 이용하는 장면을 소개했다.

싱가포르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그랩페이만 가지고도 걱정 없이 제주도에서 결제를 할 수 있다. 제주도의 상점에서 이뤄진 결제는 온체인상에서 바로 원화로 정산돼 가잼정주에게 지급된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 기반 결제로 가맹점 수수료를 3~5%에서 0.2~0.5%로 낮추고, 2~5일 걸리던 결제를 2~5초로 단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는 정·재계 인사 등 200여 명이 참석해 성황리에 열렸다.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장(국민의힘)과 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여야 대표로 참석해 정부와 국회가 스테이블 코인 산업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윤한홍 위원장은 축사에서 “우리나라는 아직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제도가 없지만, 미국 등 일부 국가는 이미 금융의 미래를 시연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스테이블코인 중심으로 가상자산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투자자 보호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제는 시장 활성화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병덕 의원은 “스테이블코인은 가상화폐의 한 형태가 아니라 통화전쟁의 최전선”이라며 “글로벌 경제 네트워크가 미국 통화정책의 확장판이 되고 있어, 비기축통화 국가인 우리나라는 원화 기반 생태계를 잃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디지털코인,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선택이 아니라 국가 생존전략”이라며 “민간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시각으로 변화를 직시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스테이블코인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고, 일상에 본격 도입되면 기존 금융산업의 근간을 뒤흔드는 변화가 올 것”이라며 “스테이블코인 중심 금융혁신의 뜨거운 물결에 대한민국이 뒤처지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 업계 모두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