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면 벌수록 오히려 손해입니다”…가난 탈출 의지 꺾는 근로장려금

류영욱 기자(ryu.youngwook@mk.co.kr)

입력 : 2025.06.06 20:35:16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현행 저소득층 소득 보전 제도들이 오히려 수급자에서 벗어나려는 저소득층의 ‘탈수급’ 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매년 4조7000억원이 넘는 재원이 투입되는 근로장려금은 제도 명칭과 달리 빈곤층의 근로 의지를 끌어내는 데 효과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6일 조세연이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근로장려금 제도의 개선점은 크게 2가지다. 우선 빈곤층 대상 생계급여 지급 체계와 상충이 있다는 것이다.

근로장려금은 돈을 더 벌수록 많이 받는 구조다. 홑벌이 4인 가구 기준 50만원을 버는 A가구는 월 20만원(연 244만원)을 받고, 100만원을 버는 B가구는 약 24만원(연 285만원)을 받는다. 반면 생계급여는 가구별 지급 기준이 있어 수급자의 실제 소득과 지급 기준의 격차를 정부가 메우는 식으로 작동된다. 올해 4인 가구의 지급 기준은 월 약 195만원이다. A가구는 생계급여로 145만원을, B가구는 95만원을 받아 월 195만원 소득이 맞춰진다.

A가구보다 B가구가 더 많이 일해 더 많은 소득을 올렸지만 실제 손에 쥔 돈은 큰 차이가 없다. 즉 저소득 가구 입장에서는 근로장려금이 일할 의지를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근로장려금은 생계급여 대상을 결정하는 소득인정액에 일부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일을 더해서 생계급여 수급자에서 탈락할 우려도 있다. 조세연은 “근로장려세제의 근로 유인 제고 효과가 생계급여 지급방식에 의해 상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일을 더하더라도 장려금은 오히려 깎이는 ‘점감 구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홑벌이 4인 가구 기준 연 소득이 1400만원 이상이면 돈을 더 벌수록 근로장려금이 점차 감소한다. 소득이 3200만원까지 증가하면 근로장려금은 0원이 된다. 이 같은 점감 구간에 걸친 저소득 가구들에는 장려금 제도가 근로 유인을 떨어뜨린다는 것이 조세연의 문제인식이다.

보고서는 근로장려세제를 포함한 소득 보전 정책의 통합을 제안했다. 개별적인 제도 운영으로 인한 비효율을 상쇄하기 위해 단일한 사회보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과 비슷한 문제를 겪었던 영국은 2013년 ‘유니버설 크레디트’란 복지 체제를 구축해 이런 문제를 해소한 바 있다. 조세연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영국의 사례와 같이 현 소득 보장 제도들을 모두 통합하여 단순한 형태의 단일 제도로 운영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같은 문제점을 인식해 제도 개선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근로장려금 제도의 성과를 분석하고 생계급여를 포함한 다른 제도와의 연계 등을 통해 저소득층의 자활 근로 의지를 끌어올린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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