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침] 사회(교착 빠진 서울시내버스 노사 임단협…준공영…)

김기훈

입력 : 2025.06.05 07:06:47
교착 빠진 서울시내버스 노사 임단협…준공영제 개편 목소리도통상임금 문제로 노사 평행선…'갈등 장기화·교통서비스 질 저하' 우려사측 "무리한 임금인상, 감차로 이어질 것"…노조 "책임 떠넘기기" 반발

서울 버스 파업은 면했지만, 버스 대란 불씨는 여전히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임금·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이 결렬됐지만 예고한 파업을 미루기로 한 28일 서울 시내의 한 공영버스 차고지에 버스들이 세워져 있다.파업이 유보됨에 따라 이날 첫차부터 파업 예정이었던 서울 시내버스는 첫차부터 정상 운행됐다.2025.5.28 superdoo82@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정수연 기자 = 서울 시내버스 노사 간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부산, 창원 등지에서 시내버스 협상 타결 소식이 들리지만, 서울의 경우 통상임금 문제에 발목이 잡혀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노조가 예고했던 파업을 미루면서 당장 교통대란은 피했지만, 파업의 불씨는 아직 살아있는 데다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서울 대중교통 체계의 근간인 버스 준공영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인건비 부담이 급증하는 가운데 노선 조정이나 감차를 통한 효율적 운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마지막 단체교섭 결렬 뒤 일주일 넘게 진전 없어…이견 팽팽 5일 시내버스 노사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노사 단체교섭이 결렬된 지 일주일이 넘도록 임단협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실무 차원의 대화는 이어지고 있지만 사실상 진전은 없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노사 간 핵심 쟁점은 임금 체계 개편이다.

사측은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하고 노조의 인상 요구를 모두 수용할 경우 25%의 임금인상 효과가 생긴다며 임금체계 개편을 요구해왔다.

우선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할 경우 연장·야간 근로수당 등이 자동으로 오르게 돼 임금이 약 15% 오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다 기본급을 8.2% 인상해달라는 노조 요구안까지 수용 시 월 평균 임금이 최대 25%가량 오르게 된다.

사측이 요구하는 임금체계 개편안은 일단 상여금을 기본급에 포함하면서 기본급과 각종 수당을 기존 월 임금 총액과 같게 맞추자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기존 임금을 100% 보전한 상태에서 임금인상률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노조는 이런 방식의 임금체계 개편을 거부하고 있다.

통상임금은 법원에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 교섭 대상도 아니라는 게 노조의 기본 입장이다.

또 상여금이 기본급에 녹아들면 통상임금도 늘고, 이에 연동되는 수당도 자연히 오르는데, 임금 총액을 100%로 유지한 상태에서 임금인상을 논의하면 사실상 임금 삭감이라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근로시간을 어느 정도로 인정하느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10∼15%가량 임금 인상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기본 전제로 깔고 나서야 임금인상 협상에 응할 수 있다는 게 노조 입장이다.

서울 시내버스 노조, 파업 유보…버스 정상운행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임금·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이 결렬됐지만 예고한 파업을 미루기로 한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사거리에서 버스에서 하차한 시민들이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파업이 유보됨에 따라 이날 첫차부터 파업 예정이었던 시내버스는 정상 운행되고 있다.2025.5.28 superdoo82@yna.co.kr

◇ 준공영제 운영에 천문학적 재정 부담…감차·감원 불가피 전망도 이처럼 노사가 임금체계 개편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면서 노사 갈등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당장 파업 등으로 인한 시민 불편은 없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안정적 교통서비스가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서울시는 기본적으로 임단협은 노사 간 협의할 문제라며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서울 시내버스는 준공영제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버스업체의 적자 등을 보전해주는 대신 취약지역 노선을 유지하는 등 공공성을 유지하는 제도다.

상여금의 통상임금 반영에 따른 인건비 상승은 결국 시에 막대한 재정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시에 따르면 노조 요구를 모두 수용할 경우 예산은 2천800억원가량 추가로 필요하다.

재정 투입을 늘리지 않고 모두 시내버스 요금 인상으로 이 금액을 충당한다면 요금을 현재 1천500원에서 1천800원으로 올려야 한다.

앞서 시는 2023년 8월 12일부터 서울 시내버스 요금을 간·지선(카드 기준) 300원(1천200원→1천500원) 올린 바 있다.

요금 인상은 물가 부담 등을 고려하면 쉽게 꺼낼 수 없는 카드다.

시가 준공영제 운영에 쓰는 돈은 천문학적 규모다.

서울시는 시내버스 적자 보전을 위해 최근 4년간 총 2조5천억여원을 집행했다.

올해 재정지원 중인 금액까지 합하면 지원 규모는 2조9천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선 임금인상 압박이 이어질 경우 결국 해법은 감차(減車)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복 노선 등의 버스 운행을 줄여 비용 발생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마침 서울시는 시내버스 노선 체계 전면개편 연구용역에 착수한 상태다.

이를 통해 장거리·중복 노선을 손보고 노선 굴곡도는 완화할 계획이다.

연구용역은 감차를 전제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익성이 낮은 노선 등은 감차를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발언하는 박점곤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위원장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박점곤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위원장이 29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임금·단체협약(임단협) 2차 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2025.4.29 [공동취재] hwayoung7@yna.co.kr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가 지원하는 원가를 기준으로 버스 1대당 운행사원 인원은 2.89명이다.

즉 1대를 감차하면 운행사원 2.89명, 100대를 감축하면 운행사원 289명의 감원이 불가피한 셈이다.

또 1대 감차 시 적게는 2억 많게는 3억원가량 경비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사측 관계자는 "사실상 시내버스 요금 인상이 어려운 상황에서 노조 측의 무리한 인금인상 요구는 감차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과도한 재정 부담 탓에 감차를 결정하면 시민도 피해를 보고, 운행사원도 줄일 수밖에 없어서 근로자의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회사에 잉여금이 쌓여 있고 감차를 결정할 유인도 없다"며 "서울시 준공영제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인건비 상승 요인이 있으면 시에서 다 보전하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또 "서울시가 전시행정을 줄이면 인건비를 충분히 부담할 수 있다"며 "감차로 결론지어놓은 준공영제 개편의 원인을 노조에 떠넘겨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kihun@yna.co.kr, jsy@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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