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기습에 긁힌 러, 응징 고심…강경파는 "핵 타격" 으름장

격분한 친정부 인사들, 새 핵 교리 언급하며 '핵무기 보복' 주장"실제 핵 사용 가능성은 낮아…기존 방식대로 미사일·드론 보복할 듯"
임지우

입력 : 2025.06.04 20:03:37 I 수정 : 2025.06.05 15:47:19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
(이르쿠츠크 AP=연합뉴스) 지난 1일(현지시간) 러시아 시베리아 이르쿠츠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으로 트럭이 불타고 있다.2025.06.04 [이고르 코브제프 이르쿠츠크 주지사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러시아군 핵심 자산인 전략폭격기를 노린 우크라이나의 드론 기습에 당한 러시아가 대외적으로는 반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강경파를 중심으로 핵 공격을 포함한 강도 높은 보복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미국 CNN 방송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일 벌어진 우크라이나의 드론 기습 공격 이후 러시아의 일부 친정부 평론가와 블로거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핵 공격까지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분노를 공개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10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지닌 인기 텔레그램 채널인 '투 메이저스'는 게시글에서 이번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핵 타격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단순한 구실이 아니라 그래야 하는 이유"라면서 "(핵 폭발로 인한) 버섯구름을 보고 나서야 누가 거짓말을 했고 어떤 실수를 했는지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또 다른 인기 블로거인 알렉산더 코츠는 러시아가 "결과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우리의 모든 힘을 가지고 (우크라이나를) 공격해야 한다"고 적었다.

러시아의 강경파 인사들이 핵을 언급하며 우크라이나와 서방을 위협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일각에서는 지난해 개정된 러시아의 새 핵 교리를 구실로 실제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일부 러시아의 평론가들은 이러한 개정 핵 교리 내용을 언급하며 우크라이나의 이번 공격이 러시아가 핵 공격에 나서는 것이 가능한 상황을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지난해 11월 러시아는 4년여 만에 핵 사용 교리를 개정하면서 러시아와 동맹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중대한 위협'을 주는 재래식 무기 공격에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국영 TV 진행자인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는 우크라이나의 이번 드론 기습 작전은 "핵 공격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면서 키이우에 있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을 타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이러한 강경파들의 주장을 실제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은 매우 적다는 전망이 아직 우세하다.

핵무기 사용은 중국과 인도 등 핵심 무역 파트너 국가들과 관계를 망칠 뿐더러 이들 국가의 군사 행동을 촉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는 러시아가 핵무기에까지 손을 댄다면 국제 무대에서 완전히 고립되는 것도 예측 가능한 수순이다.

러시아 정치 분석가인 세르게이 마르코프는 소셜미디어(SNS)에서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러시아의 "진정한 정치적 고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산산조각이 난 러시아 군용기들의 잔해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위성기업 카펠라 스페이스가 2일(현지시간) 합성개구레이더(SAR·Synthetic Aperture Radar) 위성으로 촬영한 러시아 이르쿠츠크주 벨라야 공군기지에 러시아군 전략폭격기의 잔해로 보이는 물체가 널려 있는 모습.2025.6.3

다만 우크라이나의 값싼 드론에 허를 찔리는 '공개 망신'을 당한 러시아가 아무런 대응 없이 넘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전날 텔레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드론 기습에 대해 "응징은 불가피하다"며 보복을 촉구했다.

우크라이나는 드론 기습 이틀 만에 또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다리에 폭발 공격을 감행하는 등 러시아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이런 상황에 맞서 다시 전쟁 주도권을 되찾아야 한다는 대내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을 수 있다고 CNN은 짚었다.

과거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을 지낸 야권 인사인 블라디미르 밀로프는 CNN에 러시아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계속해 온 것과 같은 '야만적인' 미사일 및 드론 공격을 더 늘리는 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밀로프 전 차관은 "현재 러시아는 다른 대규모 군사 공격을 감행할만한 역량이 없기 때문에 다른 방법이 없다.

그들은 그럴만한 충분한 인력이 없다"면서 "사람들은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해 말하지만, 내 생각에 이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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