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어디로 가야 하나요”…美 관세폭탄에 울고 中 국산화에 진퇴양난

유준호 기자(yjunho@mk.co.kr)

입력 : 2025.06.02 06:06:44


트럼프 관세가 촉발한 세계 무역전쟁이 대한민국 수출 전망을 잿빛으로 만들고 있다.

한국 양대 수출 시장인 미국과 중국을 향한 한국의 수출이 지난달 나란히 8% 이상 급감했고, 품목별·국가별 관세 영향으로 자동차와 일반기계, 반도체 등 대미(對美) 주력 수출 품목은 수출액이 줄줄이 뒷걸음쳤다. 여기에 더해 중국이 그동안 수입으로 충당해 오던 중간재를 자국산으로 대체하면서 한국의 대중국 수출마저 암운이 드리웠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5월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미국이 품목별 관세를 부과된 수출품을 중심으로 수출 부진이 심화됐다. 지난 3월 25%의 관세가 부과된 철강은 지난달 대미 수출액이 20.6% 줄었고, 4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25%의 관세가 부과된 자동차와 차부품 수출액은 지난달 각각 32.0%, 8.3% 감소했다.

지난 4월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10% 기본관세도 대미 수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수출액 기준 2대 수출 품목인 일반기계의 경우 지난달 수출액이 5.6% 감소했고, 가전제품 수출액도 25.4% 급감하며 부진이 이어졌다. 2차전지와 바이오헬스 수출액이 각각 33.6%와 9.1% 늘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전체 대미 수출액 감소세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3위 수출 품목으로 대미 수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반도체마저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1~4월 중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31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6% 늘어났는데, 지난달에는 수출액이 17.6% 감소했다.

향후 미국의 관세 불확실성은 우리 수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통상 전문가들은 국가별 상호관세(한국의 경우 25%)를 두고 미국 행정부와 사법부의 불협화음이 커지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추가 품목별 관세를 통한 ‘정밀 타격’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최근 50%의 관세 부과를 공식 거론한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반도체와 의약품 역시 품목별 관세가 적용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무역전쟁 심화에 따라 한국이 최대 수출 실적을 올리는 중국 시장까지 수출이 부진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의 대중 수출액은 1월 -13.9%, 2월 -1.4%, 3월 -4.4%로 줄어들다가 지난 4월에 수출액이 3.9% 늘며 깜짝 반등했다. 하지만 5월 대중국 수출액은 또다시 8.4% 급감했다.

특히 반도체, 석유화학 등 중간재를 중심으로 한국의 대중국 수출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대중국 수출액의 약 30%를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14.6% 줄어들었고, 석유화학 수출액도 11.4% 감소했다. 여기에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지난달 일반기계의 수출액도 13.6% 줄었다.

홍지상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우리나라 대중국 수출액이 줄어드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에 원인이 있다”며 “반도체 뿐만 아니라 석유화학 등에서 수출품을 자국산으로 대체하는 과정이 본격화되고 있고, 이는 중장기적으로 우리 대중국 수출에 부담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양대 수출 시장을 대신할 수 있는 시장 개척도 여의치 않은 상태다. 지난달 미·중 양국을 포함해 우리나라 9대 주요 수출 시장 중 7개 지역에서는 수출액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 우리나라 3대 수출 시장인 아세안은 전년 대비 수출액이 1.3% 줄어들었고, 일본과 중남미도 각각 8.7%, 11.6% 수출액이 감소했다. 그나마 유럽연합(EU) 수출액이 자동차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3개월 연속 늘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결국 한미 관세 협상과 앞으로 90일간 시간을 번 미·중 관세 협상이 한국 수출 실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라며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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