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임차점포 무더기 폐점위기…입점주·직원 불안

임차점포 61개와 임차료 협상중…17개점포에 계약해지 통보17개점포 입점매장 300곳 안팎…점주들, 보상 없이 나앉을까 걱정홈플러스, 임차료 50% 인하 등 요구…건물주들 난색임차점포 연간 임차료 4천억원대·리스부채 약 3조6천억원
전성훈

입력 : 2025.05.26 06:31:01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홈플러스 임차 점포인 잠실점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40대 초반)는 홈플러스 측이 최근 건물주에게 임차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는 뉴스를 본 순간 눈앞이 캄캄했다.

A씨가 잠실점에 가게를 연 것은 지난해 2월이다.

홈플러스 측과 2027년 6월까지 전대차(임차물의 재임차) 계약을 맺었다.

기한 안에 폐점 등으로 매장을 접게 되면 보상해주겠다는 조건도 붙었다.

A씨는 홈플러스를 믿고 보증금 2천400만원을 포함해 1억5천만원을 투자했다.

이 가운데 8천만원은 은행 대출로 충당했다.

A씨는 26일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터라 폐점하면 약속된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보상 없이 매장을 접으면 생계는 물론 매달 180만원에 이르는 원리금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홈플러스가 임차료 조정 협상이 지지부진한 17개 점포의 임차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입점 소상공인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계약 해지 대상 점포는 가양, 일산, 시흥, 잠실, 계산, 인천숭의, 인천논현, 원천, 안산고잔, 화성동탄, 천안신방, 천안, 조치원, 동촌, 장림, 울산북구, 부산감만 등이다.

검찰, '채권 사기 발행 의혹' 홈플러스 압수수색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홈플러스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이 홈플러스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 중인 28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모습.검찰은 홈플러스와 MBK가 신용등급 하락을 사전에 인지하고 기업회생을 준비하면서도 단기 채권을 발행한 것으로 보고 경영진의 사기 등 혐의를 수사 중이다.2025.4.28 yatoya@yna.co.kr

해당 점포에 입점해있는 매장 수는 대략 200∼300곳으로 추산된다.

점포별로 적게는 10여개, 많게는 30여개 매장이 영업하고 있다.

절반은 브랜드 본사 직영 매장이고, 나머지 절반은 순수 자영업자들이다.

문제는 홈플러스와 같은 대형마트에 입점해있는 매장은 특수상권으로 분류돼 임대차보호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최대 10년의 계약 갱신청구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권리금도 받지 못한다.

폐점이 확정되면 그로부터 6개월 이내에 문을 닫아야 한다.

그나마 회생 절차 개시 전 폐점이 결정된 홈플러스 부천상동점이나 서울동대문점에 입점한 점주는 위로금과 인테리어 투자비 일부를 보상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회생 절차 개시 이후로는 최소한의 보상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로선 홈플러스가 임차료 협상이 끝내 결렬될 경우를 대비해 입점주 보상책을 마련했는지도 불확실하다.

홈플러스는 17개 점포의 임대차 계약 해지 통보 사실을 알린 지난 16일 설명 자료에서 점포가 문을 닫을 경우 소속 직원에 대해선 고용안정지원제도를 적용해 인근 점포로 전환 배치하고 소정의 격려금을 지급하겠다는 등의 대책을 밝혔으나 입점주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

점주들은 홈플러스 측의 소통 부재와 무성의한 태도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홈플러스 사태 해결 촉구 108배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2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이 연 홈플러스 사태 해결을 위한 단식 선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108배를 하고 있다.2025.4.28 seephoto@yna.co.kr

상당수 점주는 홈플러스의 임차 계약 해지 통보 사실을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

점주의 생계가 달린 문제임에도 사전에 어떤 설명이나 공지도 없었다고 한다.

A씨는 "뉴스를 보고 매장 직원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페점이 확정되지 않아 뭐라고 할 말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묻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으니 답답하기만 하다"고 했다.

홈플러스 측은 뒤늦게 임차 계약 해지 대상 점포 입점주들에게 임차료 협상이 계속 진행 중이니, 동요하거나 걱정하지 말고 기다려달라고 알리고 있다.

하지만 입점주들은 홈플러스를 신뢰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홈플러스 측이 수익이 나지 않는 몇몇 점포를 이미 '살생부'에 넣었다는 말도 돈다.

일산점 식음료 매장의 한 점주는 "기습적인 회생절차 개시에 이어 예고 없는 임차 계약 해지 통보까지 두차례나 뒤통수를 맞은 셈"이라며 "임차 계약 해지도 결국 손실 나는 점포를 대거 정리하려는 의도로 의심하는 점주들이 많다"고 말했다.

침체한 상권에 있는 점포 입점주의 경우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이후 방문객 수가 줄면서 매출이 갈수록 떨어져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인천논현점에서 음료 매장을 운영하는 B씨는 "회생 개시 이후 월 매출이 20∼30%가량 빠졌다"며 "문을 연 지 8개월 됐는데 영업을 계속할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구호 외치는 홈플러스 전단채 피해자들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17일 서울 종로구 MBK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가 연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김병주 MBK 회장과 김광일 홈플러스 공동대표의 사채출연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2025.4.17 seephoto@yna.co.kr

고용 보장을 약속받은 홈플러스 직고용 직원들은 그나마 처지가 나아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충남 천안지역의 경우 점포 2개(천안·천안신방점)가 모두 임차 계약 해지 대상이 돼 역내 전환 배치가 여의찮은 상황이 됐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에 따르면 두 점포 직원 수는 178명이다.

사측에선 천안지역 내 홈플러스익스프레스(슈퍼마켓) 4개점으로 분산 배치한다는 계획이지만 점포당 직원 수가 10명이 안 되는 슈퍼마켓 점포가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4개점 중 한 곳은 가맹점이라서 증원이 가능할지 불투명하다.

노조 측은 "천안지역 두 점포만 해도 최소 200명의 고용에 영향이 있다"며 "실질적인 고용 유지가 어려운 전환 배치는 구조조정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홈플러스는 폐점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언급할 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해당 점포 입점주와 직원들의 불안은 이해하지만, 현재도 임차료 협상을 지속하는 만큼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강서 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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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 개시된 홈플러스 임차 점포의 임차료 협상은 건물주와 홈플러스 측 간 줄다리기가 이어지면서 장기화할 조짐을 보인다.

홈플러스의 임차 점포는 68개로 전체(126개)의 절반이 넘는다.

이 중 임차료 협상 대상 점포는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점포와 회생절차 개시 이전에 폐점이 확정된 점포 등 7개를 제외하고 61개에 이른다.

홈플러스 측은 건물주들에게 임차료 50% 인하와 일부 전대차 매장의 승계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업체인 건물주는 이에 난색을 보여 쉽사리 접점을 찾지 못하는 분위기다.

임차 계약 해지 통보가 된 17개 점포 외에 나머지 44개 점포에 대해서도 유사한 조건을 두고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아직 결론이 난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임차 점포의 연간 임차료는 4천억원대이며, 임차 계약 기한 만료까지 계상한 리스 부채는 약 3조6천억원이다.

홈플러스와 건물주 간 임차료 협상이 장기화할수록 점포 내에서 영업 중인 매장 점주들과 노동자들의 불안감 확대는 불가피하다.

또 임차료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홈플러스 회생 절차도 더뎌지고 있다.

회사의 존속·청산 여부를 가늠할 조사위원의 조사보고서 제출 기한은 이달 21일에서 다음 달 12일로 미뤄졌고 자연스럽게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도 다음 달 12일에서 7월 10일로 한 달 늦어졌다.

lucho@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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