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100년 이끌 '2050 비전' 수립을 …국민 화합도 시급

전경운 기자(jeon@mk.co.kr)

입력 : 2025.05.25 18:07:24 I 수정 : 2025.05.25 20:37:18
임기내 업적에 치중 단기정책 쏟아내
국가 비전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새정부 개헌은 한번에 해결 불가능
'87체제 묵은때' 수시로 개헌 필요
혐오·적대적 표현 규제법 도입을




◆ 새정부에 바란다 ◆







▷박형준 정책학회장=우리나라가 정치적·사회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워낙 현안이 많다 보니 정부가 단기적인 정책만 쏟아내고 있다. 이제 멀리 좀 봐야 할 때가 됐다. 대선 후보들이 누구는 3년만 하고 나가겠다고 하고, 누구는 5년 다 하겠다고 하는데 3년, 5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임기 이후의 미래까지 보고 일을 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취임하면서 2030 비전을 말했는데, 지금은 그런 게 없다.

▷김범수 정치학회장=새 대통령은 2050 비전과 전망을 내놓아야 한다. 2050년이면 6·25전쟁 100주년이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100년 역사를 써야 하는 시점이다. 앞으로 25년밖에 안 남았다. 25년 후에 대한민국이 어떤 모습으로 있을지, 국제사회에서는 어떤 위상에 있을지를 전망하고 국민에게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2002년 월드컵이 23년 전이었으니까 앞으로 25년이 그리 먼 미래는 아니다. 그런 비전이 있어야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가 만들어질 수 있다.

▷양희동 경영학회장=국가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지도자에게 굉장히 중요한 임무다. 국민이 화합하고 함께 한 방향으로 노력할 수 있도록 사회 구성원들에게 일종의 환상을 넣어주는 것이다. 존재하지 않는 지옥을 만들어서 기독교가 한 것처럼 말이다. 그런 비전 때문에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희생할 수 있고 대의를 위해서 개인이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비전이 없다면 내가 왜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군대를 가느냐, 내가 왜 노인들을 위해서 국민연금을 내느냐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아무것도 안 된다.

▷김 회장=개헌 여론이 무르익었다. 새 정부에서는 무조건 개헌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런데 한번에 모든 것을 완벽하게 바꾸려고 하면 아무것도 못 바꾼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합의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 그래서 '합의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빨리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점은 현실적으로 내년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개헌은 한 번만 하는 게 아니고 여러 번 해야 한다. 우리가 1987년 체제 이후 너무 오랫동안 개헌을 안 하다 보니 개헌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그래서 이번 개헌 때는 모든 과제를 다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40년 묵은때를 어떻게 한꺼번에 벗겨 내나. 급한 것부터 이번에는 손을 씻고, 몇 년 후에는 세수하고 하는 식으로 수시로 순차적으로 풀어 나가야 한다. 미국도 여러 차례 헌법을 고쳤다. 우리가 너무 5공화국, 6공화국 하면서 개헌을 어렵게 보고 있다. 이번에 대통령 4년 중임제로 개헌하면서 대선을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르고 중간평가로 총선을 치르는 것으로 바꾸면 2년마다 개헌 국민투표를 같이할 수 있다.









▷김 회장=이게 뭔가 역린을 건드리는 것 같아서 굉장히 조심스럽지만, 새 정부는 북핵 정책을 좀 더 현실적으로 바라보고 접근해야 할 것 같다. 우리는 지금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솔직히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는 것은 다 알고 있지 않나. 강의할 때 학생들에게 북한이 핵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거의 모두가 그렇다고 한다. 북한은 헌법에 핵 보유를 명기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수차례 핵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런데 우리가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도저히 인정하지 못하다 보니 대북 정책이 한 발도 못 나가고 있다. 북한이 사실상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인식하면서도 이를 인정하지 않으니 현실과 동떨어진 비핵화 정책에만 매달리는 것이다. 우리는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지 않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몇 차례 북한이 핵을 가졌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북핵 정책을 이원화해서 장기적인 목표는 북한의 비핵화를 추구하되, 단기적으로는 북한이 사실상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보고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겠나 생각한다. 그래야 한중 관계, 한·러 관계, 한·미·일동맹 등에서 현실적인 정책을 펼칠 수 있다.

▷임운택 사회학회장=한때 정치권에서 도입하려 했던 '헤이트 스피치 금지법'이 이제는 필요한 것 같다. 지금은 공론의 장이 바뀌어서 소셜미디어에서 각종 혐오 발언이 횡행하는데, 여기에서 젠더 갈등도 생기고, 헌법에 적시된 역사도 왜곡이 되고, 가짜뉴스도 판을 친다. 레거시 언론이 잘 작동하면 이런 것들이 많이 걸러질 수 있을 텐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각자 수위와 방식이 다르기는 하지만 독일, 영국, 일본에도 헤이트 스피치 금지법이 있다. 계엄과 탄핵 사태를 거치면서 많은 국민도 혐오·적대적 표현을 좀 규제했으면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김 회장=가짜뉴스를 규제하거나 처벌하려고 들면 표현의 자유를 얼마나 보장할 것인가 하는 고민의 부분이 있다. 그런데 쉽게 해결할 방법이 있는 게 우리 형사법 체계 안에 범죄이익을 환수할 수 있는 법이 있다. 가짜뉴스, 혐오 발언 이런 것들이 유튜브에서 횡행했다. 처벌을 받아도 솜방망이 처벌인 데다 상대적으로 워낙 많은 수익이 생기니까 무서워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이를 범죄이익이라고 해서 환수하게 된다면 함부로 못할 것이다.

[전경운 기자 정리 / 사진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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