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매일경제신문 독자위원회 정례회의가 열렸다. 왼쪽부터 봉욱, 황혜영, 황철주, 강희원, 이미경 위원. 김호영 기자
매일경제 독자위원회 정례회의가 지난달 24일 열렸다. 대학생 강희원 씨와 봉욱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주부 황혜영 씨 등 5명의 독자위원(가나다순)이 참석했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와 조성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면으로 의견을 보내왔다. 독자위원들은 3~4월 매일경제신문 보도와 매경이코노미, 매경럭스멘 기사에 대해 평가했다.
이미경 위원
매일경제신문이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과 함께 기획한 '대한민국을 위대하게 만들어줄 10개의 질문'의 첫 회(4월 15일자 A1·4·5면)가 돋보였다. 정답을 외우던 시대를 넘어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하는 '위대한 질문의 시대'에 걸맞은 화두를 던졌다. 다만 대담의 대상이 교수들로 한정된 점은 기술만능주의적 시각과 함께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아쉽다.
지난 3월 경북 의성에서 시작해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남긴 '경북 산불'을 다룬 기사는 현상만 바라본 표면적인 보도였다. 단순히 피해 규모만 중계하는 것을 넘어 경제지의 관점에서 누가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담았어야 했다. 2001년 미국 9·11 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에 본사를 뒀지만 최고안전책임자(CSO)의 평소 예방적 조치로 사망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던 금융투자회사 모건스탠리의 사례도 언론이 다룰 만하다.
강희원 위원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을 다룬 지면은 중립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다만 정치적 갈등 장기화로 많은 국민이 정보 피로감을 호소하는 가운데 여야 간 사소한 공방까지 지면에 담는 것은 불필요해 보였다. 주요 사안을 중심으로 보도하되 환율, 주가 등 '탄핵 정국'에서 주목할 경제 현안에 집중했어야 했다. 이진명 경제부장의 '경제도 개헌이 필요하다' 칼럼(4월 7일자 A31면)은 통찰력이 돋보였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은 평가 기간 매경이 가장 진심이었던 이슈였다. 관세 압박을 피하고자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려는 다양한 기업들의 사례와, 국내 노동시장과 내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조명한 기사가 돋보였다. 한국GM이 떠나면서 지역 경제를 조명한 3월 17일자 지면(A1·4·5면)은 인상 깊었다.
청년 세대 독자로서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국민연금 모수개혁안에 대한 기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생각이다. 일각에서 '전 국민적 폰지 사기'라는 강도 높은 비판까지 제기되는 만큼 충분한 관심을 더 보였어야 했다. 한편 '다문화, 이방인에서 이웃으로' '대한민국을 위대하게 만들어줄 10개의 질문' 등 주목할 만한 기획이 돋보였다.
봉욱 위원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과정에서 한국 법제도의 공백이 다수 드러난 만큼 향후 이를 조망하는 기획 기사를 주문한다. 헌법재판관의 임명 절차와 수사기관 사이의 난맥상을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주길 바란다. 공직자가 탄핵소추됐을 때 바로 직무 정지하는 헌법 규정이 맞는지도 검토가 필요하다. 주요 국가의 경우 탄핵 결정 후 바로 직무 정지를 하는 사례는 드물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영향력이 실효성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매경의 역할이 여느 때보다 중요하다. 정부가 최선의 대응책을 찾을 수 있도록 미국 관세 조치의 법적 근거가 되는 '무역법 슈퍼 301조' '무역확장법 232조' '국제비상경제수권법' 등 주요 법안의 구체적 발동 요건과 절차, 효과 등을 매경이 심층 분석해주길 바란다.
황혜영 위원
국내 2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했다는 보도는 주부로서 '올 게 왔다'는 심경이 들었다. 쿠팡을 비롯한 온라인 직배송 기업들이 생활 속에 워낙 깊이 자리 잡고 있다. 매경이코노미에서 쿠팡을 심층 분석했지만 기업 입장에 치우쳐 소비자 관점의 기사가 아쉬웠다. 조기 대선 정국에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책임 이행 여부가 묻히지 않도록 지속적인 후속 보도를 주문한다.
부동산 분야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재지정 여파를 다룬 지면이 돋보였다. 토허제 재적용을 하루 앞둔 주말의 현장 상황부터 확대 이후 강남구 일부 지역의 아파트 실거래가 동향 등을 면밀하게 보도하면서 제도의 효용성을 비판했다. '"토허제 해당 안 된대" 경매 법원 북적'(3월 26일자 A25면), '오락가락 미로 같은 토허제 Q&A'(3월 29일자 A14면) 등은 경제지로서의 기민함이 돋보였다.
황철주 위원장
국내외적으로 대형 이슈가 다발하면서 매경에 기대하는 바가 분명해졌다. 매경 지면에 실리는 모든 기사는 '결론은 경제'라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어야 한다. 평가 기간 보도한 '3만불 함정에 빠진 韓' 기획은 굉장히 중요한 화두를 던졌다.
기업인으로서 한국의 경영 환경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규제는 규제대로 남아 있고, 기업을 옥죄는 법률은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산업지형이 급변하면서 '1등 기업'이 아니면 살아남기 더 어려워졌다. 한국이 지속 성장하려면 우리 기업이 세계 1위 기업을 이겨야 하고, 세계 1등 기술을 이겨야 한다. 한국 사회가 이 점을 깨달을 수 있도록 매경이 더 역할을 해야 한다.
송재용 위원
'트럼프발 관세전쟁'에 대한 보도가 돋보였다. 다만 한국의 대미 관세 협상 전략을 전문가 의견을 빌려 체계적으로 제시하는 기사가 아쉬웠다. 양보할 수 있는 사안과 양보 불가능한 것을 나누고 협상 전략 시나리오를 제시해줘야 한다. 국내 기업들의 미국 직접 투자는 이면을 잘 비춰주길 바란다. 노동집약적 산업일수록 미국으로의 공장 이전이 정말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는지 따지고 검증해야 할 시점이다.
전 세계적 통상 환경이 악화하고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추격이 빨라지는 상황에서 K바이오에 초점을 맞춘 국민보고대회는 매우 시의적절했다. 이스라엘 바이츠만연구소 현지 르포 지면(3월 12일자 A1·3면)을 비롯해 벤치마킹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점도 긍정적이다.
조성진 위원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매일 바뀌고 있다. 문제는 그 내용이 국가별로 매우 다르고, 한 나라에 대해서도 유예되거나 시작하는 등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매일경제가 주기적으로 시행됐거나 시행될 수 있는 미국의 관세 정책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기획을 보도해야 한다.
이번 평가 기간에 특별하게 다루지 않았는데, 매경이 경제지로서 한국은행의 정책 실기를 비판할 필요가 있다. 경제성장률 예측 실패와 이에 따른 낙관적인 전망이 이자율 하락 시기를 놓치는 등 많은 문제를 파생하고 있다. 현재 4대 은행이 예대금리 차이에 의한 이자 장사로 수십조 원에 달하는 이자 소득을 기록하는 데는 한은의 금리정책도 일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