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폭탄 일단 '리셋'…세계경제 상처 남긴 뒤 '숨고르기'

전면전 양상 번졌던 4월 이후 관세 대부분 석 달간 유예2월 美포문과 함께 시작…양국 관세 100% 넘으며 무역단절 수준 치닫기도지난달 말 갑자기 '대화 무드'…韓 등과 무역협상 조기타결 가능?
이봉석

입력 : 2025.05.12 20:08:37


미국과 중국 국기.
[중국 환구망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미국과 중국이 상대국에 부과했던 폭탄 수준의 상호관세를 약 석 달간 대폭 낮춘 채 무역 협상을 이어가기로 전격 합의했다.

미중이 지난 주말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첫 공식 협상 끝에 관세전쟁이 사실상 전면전 양상으로 번졌던 지난 4월 이후 부과된 관세 대부분을 일단 유예하기로 한 것이다.

이로써 미국이 중국 상품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30%, 중국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은 10%로 당분간 메겨진다.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과 함께 시작된 미중 간 무역전쟁이 글로벌 경제에 깊은 상처를 남긴 뒤 숨 고르기에 들어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무역회담 첫날인 지난 10일 이후 "우호적이지만 건설적인 형태로, 전면적인 리셋(reset·재설정) 협상이 있었다"고 밝혔다.

◇ 트럼프, 취임하자마자 '포문'…지난달 전면전 양상으로 재집권에 성공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60%의 추가 관세를 예고하면서 집권 1기에 이은 또 다른 무역전쟁을 예고했다.

집권 2기에 돌입한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포문을 연 것은 지난 2월 모든 중국산 철강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문제에 대한 중국의 대응 부족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자 중국도 미국산 석탄·액화천연가스(LNG)에는 15% 관세, 원유·농기계·대형차·픽업트럭에는 10% 관세를 부과하며 맞불을 놨다.

한 달 뒤 미국이 기존 대(對)중국 관세에 10%를 추가해 총 20%로 올리자 중국도 며칠 뒤 미국산 농축산물에 10∼15%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중 관세전쟁은 확전 양상으로 접어들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관세전쟁이 전면전 양상으로 접어든 것은 지난 4월로 들어서면서다.

양국은 보복 차원에서 하루가 멀다고 상대국에 대한 관세율을끌어 올렸다.

[그래픽] 미국-중국 관세전쟁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미국이 지난달 2일(이하 현지시간) 중국산 제품에 34%의 상호관세를 발표해 총 관세 54%를 적용하자 중국도 모든 미국산 제품에 대해 34%의 보복 관세를 발표했다.

미국이 곧바로 중국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84%로 인상하자 중국도 총 84%까지 관세율을 올렸다.

현재처럼 미국의 대중 관세가 145%가 된 것은 지난달 9일이다.

미국은 다른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면서 기존 20% 펜타닐 관세에 125%까지 끌어올린 상호관세율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로부터 이틀 뒤 중국도 대미 관세율을 84%에서 125%로 상향한다고 발표했다.

◇ 치킨게임 속 사실상 '무역 금수'…세계 경제성장률은 하항 조정 이때부터 미중이 '치킨게임'을 벌이는 가운데 양국 무역 관계는 사실상 단절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중국 등 무역상대국과 관세 협상을 총괄하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미중 간 관세 문제에 대해 "무역 금수 조치(embargo)에 상응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산 화물을 실은 선박의 미국 서부 입항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가뜩이나 경기 침체에 시달리는 중국 일각에서는 해고가 잇따른 가운데 중국의 대미 수출 관련 일자리 최대 1천600만개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추산도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트럼프 관세발(發) 통상 전쟁을 거론하며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3%에서 2.8%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 경제는 올해 1분기 역성장(-0.3%)했다.

중국은 양국의 관세가 경제적으로 의미 없는 수준까지 올랐다며 미국이 관세를 추가로 올리더라도 대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고 미국도 이후 관세를 더는 올리지 않았다.

미중 양국은 관세뿐 아니라 첨단 기술 등 분야에서도 강하게 대치했다.

미국이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대중 수출 통제 조치를 내놓고, 중국도 희토류 대미 수출을 제한하고 나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PG)
[제작 최자윤] 사진합성

◇ 지난달 말부터 기류 완화 분위기…韓 등과 협상에도 영향? 중국은 무역전쟁 초기 트럼프 행정부와 고위급 소통 채널을 구축하고 미국과 윈-윈(Win-win)하는 무역 관계를 지키려 노력해왔다.

이런 중국이 전면적인 반격으로 태세를 전환한 계기는 지난달 2일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적 독립기념일'이라고 주장한 상호관세 발표일 이후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외교부와 상무부 관료들에게 휴가를 취소하고 핸드폰을 24시간 켜두라고 하는 한편 외교전을 강화하라는 지시도 내렸다고 로이터통신이 지난달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때부터 중국 정부 입장문과 관영 매체에는 '끝까지 맞서 싸울 것'(奉陪到底·봉배도저)이라는 말이 빈번하게 등장했다.

미국도 중국산 선박을 이용하는 해운사 등에 미국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무역전쟁을 해운 분야로까지 확전시켰다.

이에 앞서 미국은 중국발 소액 소포에 대한 면세도 폐지했다.

이런 가운데 양국 간 '대화 무드'가 형성된 것은 지난달 말부터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 협상 낙관론을 부각한 가운데 중국은 미국산 반도체와 의약품, 화학제품(에탄) 등에 대한 면세 조치를 공식 발표 없이 현장에서 조용히 시행한 사실이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스위스 무역협상에 앞서 "중국에 대한 관세는 80%가 적절해 보인다"고 언급했고 트럼프 정부가 50∼54%(뉴욕포스트)나 60% 이하(블룸버그통신)로 대중국 관세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결국 양국은 협상을 통해 90일간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대해 30%, 중국은 미국 제품에 대해 10%로 관세율을 낮추기로 하고 후속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글로벌 최대 무역국인 미국과 중국이 잠정 합의에 이르면서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인한 시장 등의 우려가 상당 부분 완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이 지난 8일 영국과 첫 무역 협상을 타결지은 데 이어 인도와는 원칙적 합의에 근접했다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에서 한국, 일본 등과 협상이 조기에 타결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anfour@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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