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오만산 원유 내보내고 미국산 맞이할 준비 ‘착착’…여수 석유비축기지 가보니

신유경 기자(softsun@mk.co.kr)

입력 : 2025.05.12 13:59:01 I 수정 : 2025.05.12 15:47:56
올해 중동산 비축유 미국산으로
교체 수준 통상 규모의 3배 달해
지하 암반공동에 저장된 비축유
유조선에 싣기까지 48시간 소요


한국석유공사 여수지사 인근 부두(제티)에 접안한 유조선. 미국산으로 교체하기 위해 공사가 판매한 오만산 비축유가 여기 실릴 예정이다. [신유경 기자]
지난 8일, 한국석유공사 여수지사 석유비축기지. 바닷가 부두(제티)에 어마어마한 크기의 배 한 척이 접안해 있었다. 길이만 300m가 넘어 가까이서는 한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80층짜리 초고층 아파트 ‘두산위브더제니스’ 높이가 300m다. 이 초고층 아파트를 눕혀놓은 크기의 배는 석유공사가 비축해뒀던 오만산 원유 200만 배럴을 밖으로 실어보낼 유조선(VLCC)이다.

석유공사는 올해 중동산 중질유 600만배럴을 미국산 경질유로 교체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비축하고 있던 중동산 원유를 판매하고, 미국산 원유를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3월까지 미국산 원유를 200만배럴씩 구매하는 계약 2건을 맺었다. 남은 한 건도 올해 안에 체결할 계획이다. 올해 구매 계약을 맺은 미국산 원유는 내년에 실제로 입고될 예정이다.

이번 교체 물량은 통상 석유공사가 교체하던 물량 대비 큰 수준이다. 석유공사는 지난 2022년부터 비축유 중 중동산 중질유를 미국산 경질유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과거 중동산 중질유의 가격 경쟁력이 압도적이었지만 최근 품질이 좋은 미국산 경질유의 가격이 내려왔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사들 역시 미국산 경질유를 선호하는 추세다.

그동안 석유공사의 연간 비축유 교체 물량은 200만 배럴 정도였지만 이번에는 그 3배 규모를 교체한다. 이같은 조치는 대미 무역흑자 규모를 줄이는 데에도 상당 부분 기여할 전망이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에 유조선에 실리는 오만산 원유 200만배럴은 석유공사 여수지사의 지하 암반공동에 저장돼있던 물량이다. 석유공사 여수지사는 지상탱크와 총 3개의 지하 암반공동을 통해 원유를 비축하고 있다. 지하 저장용량은 총 4700만배럴에 달한다. 돔 형태의 지붕으로 덮인 지상탱크에는 500만배럴의 원유를 저장할 수 있다. 석유공사의 전체 비축유의 절반 가까이를 여수지사가 담당해 저장하고 있다.

지하공동은 지하 30m 깊이부터 시작해 60m 깊이까지 땅을 굴착해 조성한 암반공동을 뜻한다. 이 거대한 빈 공간에 원유를 저장한다. 공동 주변에는 수벽공을 설치하고 수압을 통해 저장된 원유의 누출을 막는다. 이때문에 지상에서는 암반공동과 연결된 파이프들만 확인할 수 있다.

지하 암반공동으로부터 유조선까지 원유를 전달받을 파이프. [신유경 기자]
이달 나가게 되는 오만산 비축유는 암반공동으로부터 유조선에 연결된 파이프를 통해 유조선에 실리게 된다. 시간당 5만4000배럴의 원유가 실릴 수 있다. 총 200만배럴의 원유가 모두 실리기까지는 꼬박 48시간이 소요된다.

석유공사의 전체 비축유(9900만배럴)에서 올해 교체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6.1%로 낮은 상황이다. 하지만 앞으로 대미 에너지 수입을 확대할 수 있다는 ‘시그널’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향후 공사는 국내 수급 트렌드 변화에 따라 경질유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 있다”며 “계획 달성을 위해 도입 유종으로 미국산 경질유 역시 고려 대상 중 하나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산 경질유 도입을 확대하면 국내 원유 소비 패턴 변화 양상에 따라 국내 에너지 수급 안정화에 기여할 가능성이 증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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