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자영업 생존율 분석 진입 장벽 낮은 온라인 쇼핑몰 5년째 창업자수 가장 많지만… 고금리·고물가 직격탄에 휘청 中커머스 공습 겹치며 와르르 年100억 매출 쇼핑몰도 폐업 창업 3년차엔 절반 이상 증발
적은 창업 비용에 큰 고민 없이 온라인 의류 쇼핑몰을 시작한 유정아 씨(29·가명)는 과열 경쟁과 매출 부진으로 창업한 지 2년 만에 결국 사업을 접었다. 유씨는 "500만원이면 쇼핑몰을 열 수 있어 쉽게 생각했고, 준비가 부족했던 것 같다"며 "월 200만원을 벌려면 매출이 700만원 이상 나와야 했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몰을 창업한 10명 중 3명은 1년 안에 문을 닫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세청이 29일 발표한 '생활업종 생존율'에 따르면 창업을 가장 많이 하는 생활업종 20개 가운데 통신판매업 생존율이 69.8%로 가장 낮았다. 통신판매업은 온라인 쇼핑몰, 홈쇼핑 등 비대면으로 상품·서비스를 판매하는 업종을 포괄한다.
2023년 기준 통신판매업의 3년 생존율은 45.7%, 5년 생존율은 33.6%에 그쳤다. 진입 장벽이 낮고 초기 자본금이 적어 많은 이들이 충분한 준비 없이 시장에 뛰어든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너도나도 창업' 열풍으로 과잉 경쟁이 심해진 점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알테쉬) 등 중국발 플랫폼의 초저가 공세도 온라인 쇼핑몰 업계에 추가 악재로 작용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2월 및 연간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발 온라인 직구 규모는 4조7772억원으로 전년 대비 48% 급증했다. 전체 해외 직구액(7조9583억원)의 60%가 중국발이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온라인 쇼핑몰 시장의 고속 성장기는 이미 지나갔으며 현재는 포화 상태"라면서 "100원 단위 가격 경쟁이 벌어지는 시장에서 중국발 C커머스의 공세에 대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1월에는 가수 출신 사업가 김준희 씨가 연 매출 100억원을 기록했던 의류 쇼핑몰 폐업 소식을 전하며 "고물가로 원단 비용과 공임비가 계속 오르는 가운데 가격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마진을 줄이다 보니 운영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몰은 생존 자체가 쉽지 않지만 낮은 진입 장벽 때문에 신규 창업자는 여전히 많다. 2023년 기준 통신판매업 신규 창업자는 21만1275명으로, 생활업종 중 가장 많은 수를 기록했다. 통신판매업은 최근 5년간 신규 창업자 수 1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신규 사업자 수뿐만 아니라 전체 사업자 수도 가장 많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전체 사업자 수는 64만603명으로, 역시 생활업종 중 가장 많았다.
한편 생활업종 중 1년 생존율이 가장 높은 업종은 미용실(91.1%), 펜션·게스트하우스(90.8%), 편의점(90.3%)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생존율이 가장 낮은 업종은 통신판매업에 이어 화장품 가게(74.2%), 식료품 가게(77.3%) 등이었다.
창업이 활발한 20개 업종을 넘어 100대 생활업종까지 범위를 넓혀 보면 1년 차 평균 생존율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다가 2023년엔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에 따르면 1년 생존율은 2019년 77.8%, 2020년 78.4%, 2021년 78.9%, 2022년 79.8%로 꾸준히 상승했으나, 2023년에는 77.9%로 하락했다. 2023년 폐업 신고 사업자는 98만6487명으로 2006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창업 이후 경영 부담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법인사업자도 포함된 수치이지만 자영업자의 경영 악화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는 6월 공표될 예정인 지난해 폐업 신고 사업자 수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 수는 565만7000명으로 전년 대비 3만2000명 감소했다. 이는 2021년 이후 처음 감소로 전환된 것이며, 올해 역시 1% 미만 저성장이 예상돼 사업체 운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