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스마트] 소비자는 AI 스마트폰에 추가금을 내고 싶지 않다

'애플 인텔리전스' 고급 기능 무제한 쓰려면 월 2만9천원 지불해야
조현영

입력 : 2025.04.12 10:00:03


애플 인텔리전스 유료 버전 알림
[촬영 조현영]

(서울=연합뉴스) 조현영 기자 = 애플이 최근 자사 인공지능(AI) 모델 '애플 인텔리전스'에서 한국어 등 영어 외 언어를 지원하며 AI 스마트폰 전략을 본격화했다.

하지만 소비자 반응은 냉담하다.

애플 인텔리전스 자체만으로 가능한 기능이 손에 꼽고, 쓸 만한 기능은 대부분 챗GPT 플러스 버전을 유료로 구독해야 하기 때문이다.

12일 애플 인텔리전스에서 "이틀짜리 서울 여행 계획 세워줘"라고 요청하니 "텍스트를 작성하려면 챗GPT를 사용해야 합니다.

계속 진행할까요?"라며 챗GPT 사용 동의를 묻는 알림이 떴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능을 넘어선 요청은 챗GPT에서 처리하도록 설계됐다.

예컨대 '오전 7시에 알람 맞춰줘'는 자체적으로 처리하지만 '나트랑 여행 일정 짜줘'처럼 외부 인터넷 정보가 필요한 경우는 챗GPT를 사용하는 식이다.

현재 애플 인텔리전스 자체 기능은 사진에서 불필요한 요소를 지우는 클린업 기능과 글을 '전문적으로', '친근하게' 등 목적에 맞게 교정하는 기능 두 개로, 이 외 다른 기능은 챗GPT를 사용해야 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애플 인텔리전스를 하루에 몇 번 사용하고 나니 '챗GPT 고급 기능 일일 사용 한도에 도달함.

앞으로의 추가 요청은 최대 24시간 동안 기본 버전을 사용합니다'라고 알렸다.

오픈AI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고급 기능을 하루에 일정 횟수로 정해놓는데, 그것을 초과했으니 추가 사용을 원하면 챗GPT 플러스로 업그레이드해 유료 버전을 사용하라는 이야기다.

출시 앞둔 애플 '아이폰16'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애플의 첫 인공지능(AI) 스마트폰 '아이폰16 시리즈' 공식 출시일을 하루 앞둔 19일 서울의 한 애플스토어 앞에 로고가 붙어 있다.2024.9.19 mjkang@yna.co.kr

그런데 애플 인텔리전스를 무료로 이용하려는 입장에서는 자신의 요청이 챗GPT 고급 기능에 해당하는지 기본 기능에 해당하는지 알 수 없고, 오픈AI가 정해진 횟수가 얼마인지 공개하지 않기에 하루에 몇 번까지 무료로 고급 기능을 쓸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업계에서는 챗GPT 기본 기능과 고급 기능의 차이는 '창의성'이 필요한지 여부라고 분석한다.

사용자 요청이 유에서 무를 만들어내는 정도의 창의성을 요구하면 고급 기능으로, 그렇지 않다면 기본 기능으로 처리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사용자는 언제 고급 기능이 한도에 도달할지 모르는 깜깜이 상태에서 AI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는 AI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애플의 초기 발표와도 배치된다.

애플은 지난 6월 애플 인텔리전스를 처음 발표하면서 사용자가 GPT-4o(포오)에 무료로 접근할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애플 인텔리전스 자체 기능 2개와 챗GPT 기본 기능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지만, 애플이 홍보하는 AI 기능을 이용하려면 고급 기능 이용이 불가피하므로 AI 기능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챗GPT 프로는 월 2만9천원에 제공된다.

1년으로 따지면 34만8천원, 2년으로는 69만6천원을 스마트폰 가격에 더해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이미 챗GPT를 이용하고 있는 이용자는 계정을 연결하면 되지만, 그 외 다른 AI 모델을 유료로 사용하는 사용자라면 애플 인텔리전스를 사용하기 위해 추가로 구독료를 내야 하는 점도 아쉬운 지점이다.



아이폰16 살펴보는 시민들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애플의 첫 인공지능(AI) 스마트폰 '아이폰16 시리즈'가 국내에 출시된 20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애플스토어에서 시민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2024.9.20 ryousanta@yna.co.kr

이에 대해 한국 소비자들도 불만을 표현하고 있다.

아이폰 이용자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서는 "무료라고 했는데 챗GPT 유료 버전을 써야 하는 것이 어이없다", "애플 자체적으로 되는 기능이 거의 없고 죄다 챗GPT 이용인데 그것조차 앱 연동이 거의 안 된다", "이럴 거면 챗GPT를 쓰지 왜 애플 인텔리전스를 쓰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다만 애플 인텔리전스가 아직 베타 버전이므로 정식 버전을 기다려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앞서 애플은 아이폰 16 시리즈를 AI 스마트폰으로 홍보하며 지난해 9월 출시했으나 약 3개월이 지난 12월이 돼서야 챗GPT 탑재 기능을 출시하고, 최근에는 음성 비서 '시리'(Siri)의 개인화 기능을 연기한다고 밝히면서 AI 전략이 삐걱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애플이 허위광고를 했다며 국내외에서 소송 등 법적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 갤럭시 또한 기기 자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넘어선 요청은 구글 제미나이가 처리한다.

자체 기능에는 통화 실시간 통역 등 통역 기능, 포토 어시스트, 오디오 지우개, 답장 추천 등 글쓰기 어시스트 기능이 있다.

아이폰처럼 갤럭시에서도 제미나이 어드밴스드는 유료지만, 갤럭시 S25 구매 혜택으로 6개월 체험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후에는 월 2만9천원이 청구된다.

구글 또한 고급 기능인 딥리서치의 무료 버전 이용 한도는 공개하지 않는다.

갤럭시 언팩에서 공개되는 '구글 제미나이'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10일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4에서 '갤럭시 Z 폴드6'와 '갤럭시 Z 플립6'에 탑재된 '구글 제미나이' 앱이 공개되고 있다.2024.7.10 san@yna.co.kr

일반적으로 소비자는 AI 사용성을 강조한 전자기기의 비싼 가격에 AI 이용료가 포함됐을 것으로 기대한다.

카테고리가 다르지만, 최근 HP가 공개한 AI PC HP 엘리트북 시리즈는 GPT-포오 고급 기능을 무료로 횟수 제한 없이 제공한다.

AI 스마트폰 제조사가 AI 사용료를 소비자에 전가한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hyun0@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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