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2015년 사모펀드 운영사 MBK파트너스가 7조2천억원(기존 차입금 1조2천억원 승계 포함)에 홈플러스를 인수하자 업계와 자본시장은 "예상 밖의 고가 매입"에 깜짝 놀랐다.
당시 국내 인수·합병(M&A) 역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운 '통 큰 베팅'을 두고 투자·유통업계 모두 MBK가 어떤 방식으로 '엑시트'(투자금 회수) 할지 관심과 우려 섞인 시선을 보냈다.
사모펀드는 투자 후 통상 5년 안에 기업가치를 올린 뒤 재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한다.
MBK는 홈플러스 인수 10년이 되도록 되팔 곳을 찾지 못했고 지난 4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홈플러스 상황은?'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가 지난 6일 잇따른 협력사 이탈로 영업 중단 고비를 맞았다가 대금을 순차적으로 지급하기 시작하면서 사태를 수습하고 있다.식품업계에 따르면 주요 식품기업 오뚜기, 롯데웰푸드, 삼양식품 등 3곳이 9일 홈플러스 납품을 재개했거나 재개할 예정이다.사진은 이날 서울 한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2025.3.9 ksm7976@yna.co.kr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그동안 경영악화에 대해 ▲ 대형마트 의무휴업 시행으로 인한 매출 감소 1조원 ▲ 영업시간 외 배송금지로 이커머스 업체로의 소비자 이동 촉진 ▲ 쿠팡 매출 2019년 7조원→2024년 41조원 ▲ 유통시장 온라인 비율 54%(세계 2위) ▲ 코로나 기간 매출 감소 ▲ 직원 정규직화 및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을 원인으로 나열했다.
김광일 홈플러스 각자 대표이사(MBK 부회장)도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홈플러스의 회생 신청 요인에 대해 "홈플러스의 줄어든 점포 수가 이마트·롯데마트보다 적고, 코로나19 이후 회사가 어려운데 대형마트 규제가 풀리지 않아 고객은 온라인으로 가고 심야 온라인 배송도 못 한다"고 말했다.
회생절차 관련 기자간담회 하는 홈플러스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김광일·조주연(오른쪽) 홈플러스 공동대표가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업 회생절차(법정관리)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있다.2025.3.14 hwayoung7@yna.co.kr
그러나 홈플러스 마트노조와 유통업계는 "남 탓만 하고 있다"며 홈플러스 악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MBK의 '전략 실패'를 지목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MBK가 홈플러스를 7조2천억원에 사들이면서 '부동산만 팔아도 원금은 회수한다'는 시각으로 유통업을 잘 모르고 접근한 것 같다"며 "전통 유통 강호인 롯데·신세계도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온라인 쇼핑 급성장에 뼈를 깎는 자구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마트노조는 "경영 악화 원인은 MBK의 투자 부족과 전략 부재 때문"이라며 "코로나 때 과감한 투자로 성장한 경쟁업체와 달리 홈플러스는 제대로 된 투자 없이 매장 구조만 변경한 홈플러스 스페셜과 풀필먼트센터(FC)를 운영하다 실패로 끝났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MBK가 홈플러스를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인수하고, 부동산 중심으로 경영해 경쟁력이 약화한 것을 '패착'으로 꼽았다.
노조 한 관계자는 "MBK는 블라인드 펀드로 2조2천억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5조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은 이후 각종 부동산을 매각해 인수차입금을 갚아왔다"며 "홈플러스 경영 악화의 결정적 요인은 5조원의 과도한 차입금과 이에 대한 이자 비용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MBK 인수 이후 2016∼2023년 이자 비용 합계는 2조9천329억원으로 같은 기간 영업이익 합계 4천713억원보다 2조5천억원이 많다"며 "홈플러스 영업이익이 MBK의 이자 비용으로 지급되고 그것도 모자라 자산을 팔아 지급했다는 뜻"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