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美관세 보복 유보…"美와 실용적 협상"

대미관계 악화 피하려 신중 모드…관세 피할 경제협정 아직 불분명
김지연

입력 : 2025.03.12 22:49:05


12일 다우닝가 10번지 나서는 스타머 총리
[AP/PA 연합뉴스]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미국이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 데 대해 영국은 유럽연합(EU)과 달리 보복 조치를 유보하고 미국과 협상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12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주간 총리 질의응답(PMQ) 시간에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글로벌 관세 부과에 실망했지만 실용적으로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세를 포함한 경제 협상을 하고 있으나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겠다"고 말했다.

미국의 관세 부과 이후 스타머 내각은 보복 조치를 선택지의 하나로 남겨둔 채 대미 협상에 초점을 맞춘다는 일치된 메시지를 내고 있다.

제임스 머리 재무부 부장관은 이날 오전 타임스 라디오에 "(영국이) 보복할 권리를 비축하고 있다.

즉각적인 보복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실용적으로 접근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너선 레이놀즈 상무장관도 "미국과 추가 관세 제거를 위한 더 광범위한 경제 협정을 위한 신속한 협상 중"이라며 "테이블에 모든 옵션을 올려두고 국익을 위해 대응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머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노동당 정부는 지난해 출범 이후 대외 관계에서 경제적 실리를 챙긴다는 실용주의를 전면에 내세워 왔으며 이번 트럼프 관세 대응에도 EU와 다른 방식을 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관세에 따른 영국 철강업계의 비용 부담은 1억파운드(1천880억원)로 추산되는 만큼 영국 정부로서는 미국 정부와 관계 악화를 감수하고 전면적인 대응을 할 정도의 타격은 아니라고 계산했을 수 있다고 해설했다.

영국 정부가 언급하는 미국과 무역 협상은 지난달 27일 스타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회담에서 공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미·영 무역 협정이 "아주 금세 이뤄질 수 있다"며 "두 위대하고 우호적인 국가인 우리는 관세가 필요 없는 진짜 무역 협정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국은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 이후 미국과 무역 협정을 추진하다가 중단했다.

새로 추진하는 경제 협정은 경제·기술 분야를 먼저 다루는 단계적 협정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영국 내각은 이를 통해 미국과 유럽 간 '관세 전쟁'의 포화를 피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현재 추진 중인 협상안으로 추가 관세를 피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또 스타머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EU와 관계 재설정 측면에서도 트럼프 관세에 대한 영국의 '조심스러운' 대응 방식이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FT는 짚었다.

영국 탤벗의 철강 공장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영국철강협회는 에너지 비용 상승과 수요 둔화, 과잉 공급에 직면한 철강업계가 최악의 상황에서 관세 타격을 받게 됐다고 우려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협회는 미국이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영국에는 EU에 이어 두 번째로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영국이 지난해 미국에 수출한 철강 반제품, 완제품은 18만t으로 전체의 7%를 차지하며 이는 대부분 방위, 석유·가스, 건설장비 분야에 사용된다.

수출 철강에는 미 해군이 잠수함에 쓰는 특수강도 포함된다.

영국 정부는 이 점에서 철강 관세가 미국 납세자의 비용을 높일 것이라는 점에 호소하고 있다.

영국 최대 노조 유나이트는 "정부는 철강산업과 노동자 보호를 위해 단호하게 나서야 한다"며 "이는 국가 안보의 문제로, 철강은 즉시 중대한 국가 기간산업으로 지정돼 적절히 보호받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cherora@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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