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파생상품 전격 관세에 車부품업계 '이중고'…"협력업체 우려"

현대모비스·한국타이어 등은 현지화로 대응…가전업계도 '고심'
홍규빈

입력 : 2025.03.12 19:28:00


자동차 수출 영향은?
(평택=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19일 경기도 평택항 부근에 수출용 차들이 세워져 있다.지난 1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 반도체와 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서 관세가 최소 25%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2025.2.19 cityboy@yna.co.kr

(서울=연합뉴스) 홍규빈 강태우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에도 즉시 관세를 매기기로 하면서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로선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맞았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예고했던 완성차 25% 관세까지 현실화할 경우 영세 부품 협력업체들은 존폐 위기에까지 놓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에서 세탁기, 건조기 등 가전을 생산하는 삼성전자, LG전자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오늘부터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시행
(화성=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가 시행되는 12일 경기 화성시의 한 알루미늄 제품 제조업체 공장에서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2025.3.12 hwayoung7@yna.co.kr

트럼프 행정부는 12일(현지시간)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87개에 대해서도 즉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범퍼, 차체, 서스펜션 등 자동차 부품과 가전 부품, 항공기 부품 등 87개 파생상품에 대해선 유예한다고 했었는데,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이 이를 뒤집은 셈이다.

지난해 대미 자동차 부품 수출액 역대 최대치(82억2천200만달러)를 기록했던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는 완성차 고율 관세가 가져올 후폭풍에 노심초사하던 와중 설상가상 악재가 겹친 모양새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관세가 현실화하면 부품 수입업체들이 그 부담을 우리 업체들에 전가하려고 하면서 부품업계 상황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제조원가를 낮추라고 하는 압력을 줄 수도 있고 아예 계약서를 다시 쓰자고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모든 부품을 미국산으로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그 부담을 같은 공급망에 있는 1차, 2차 협력사와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급망이 길고 복잡한 부품업계 특성상 그 파급효과를 구체적으로 예측하기도 어렵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 영향은?
(평택=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19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차들이 세워져 있다.지난 1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 반도체와 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서 관세가 최소 25%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2025.2.19 cityboy@yna.co.kr

특히 규모가 작은 부품 협력업체들이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부품업계는 영업이익률이 2∼3%인 곳도 많은데 관세가 25%라는 것은 아예 수출을 못 한다는 것"이라면서 "수출이 한 두 달만 안 되더라도 3차, 4차 업체부터 부도가 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모비스, 한국타이어 등 대형 업체들은 미국 현지화 전략으로 충격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의 경우 미국에 총 5개의 생산거점이 있어 직수출하는 물량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악셀 마슈카 현대모비스 부사장은 지난달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5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 생산을 강제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미국에서 생산 베이스를 늘리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타이어는 올해 미국 테네시주 공장을 증설해 연간 생산 능력을 550만개에서 1천200만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르면 4분기에 초도 생산을 시작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한다.

테슬라에 탑승한 트럼프
[EPA=연합뉴스]

관세 부과가 가전 부품으로까지 번지면서 미국에서 가전을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에서 세탁기를, LG전자는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세탁기와 건조기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에서 가전을 포함한 주요 산업에 들어가는 부품 생산 시설을 미국 내에 짓게 하려는 의도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미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 TSMC 등 반도체 업체들에도 자국 내 생산 압박을 준 바 있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아직 세부적인 관세 부과안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원론적으로는 미국 내에서 가전을 만드는 업체들이 사실상 부품 내재화까지 해야 할 가능성도 점쳐진다"며 "다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고 가전뿐 아니라 전 산업계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업체뿐 아니라 미국에서 가전을 만드는 해외 업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라며 "기업이 나서서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정부 부처가 나서서 대응해주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bingo@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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