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영 세종 변호사 인터뷰 상속과정서 주가 하락 불가피 기관·개인 투자자들 피해도 커 경영권 불안정땐 투자도 지연
"기업 경영권 지분을 현금·토지·건물 같은 여타 상속 재산과 똑같이 보는 게 맞는지 사회적 논의가 시급해지고 있습니다."
장재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사무소에서 매일경제와 만나 "한국 경제가 거대한 세대교체에 돌입한 지금 기업 경영권 상속은 단순히 대주주 일가만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상장사는 기업 임직원이나 연기금과 같은 기관, 개인투자자는 물론 협력사와 하도급 업체, 금융기관까지 다양한 경제 주체가 얽혀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 등과는 구별된다는 취지다.
장 변호사는 지난해 이른바 한미그룹 모자 분쟁 당시 모친인 송영숙 회장 측 법률 대리를 맡았다. 분쟁은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 사후 촉발됐다. 창업주 배우자인 송 회장과 장녀 측이 장·차남 측과 상속세 재원 마련에 있어 의견 차이를 보이면서 발생했다.
분쟁은 장남이 지분 일부를 모녀 측에 매각하며 지난달 말 모녀 측 승리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1년여에 걸친 분쟁의 상흔은 회사에 전가됐다.
분쟁 직전 35만원을 웃돌던 한미약품 주가는 현재 25만원 수준으로 30% 가까이 빠졌다. 경영권 확보 전쟁 속에 일관된 연구개발(R&D) 투자 집행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도 주가에 악재였다.
법조계는 대주주의 상속세 부담 이슈가 기업의 정상적 경영 어려움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한미그룹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현행 상속세법은 상속 개시일 이전·이후 각 2개월간 매일 종가의 평균액을 기준으로 과세한다. 최대주주 지분이면 실질 최고 상속세율이 60%에 달한다. 통상 연부연납(세금을 수년에 걸쳐 매년 1회 납부) 과정에서 오버행 부담에 주가는 계속 하락하게 된다. 떨어진 주가에 맞춰 매도 물량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장 변호사는 "주식담보대출을 받으면 주가 하락 시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과 그에 따른 강제 청산으로 경영권을 잃을 수도 있다"면서 "설령 경영권을 포기하고 사모펀드(PEF) 운용사에 지분을 넘기더라도 엑시트(투자회수) 시점 도래 시 오버행 이슈로 주가 상방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그는 한국 경제가 1%대 저성장 국면에 돌입한 지금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에 기존 기업이라도 백년기업으로 잘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경제성장을 이끌 중추인 기업 경영권이 안정되지 않으면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장 변호사는 "기업은 중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미래 사업에 투자해야 한다"며 "필요에 따라 경영자가 바뀌면 안정적인 사업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상장사 경영권 지분에 한해 과세 이연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최종적으로 상속인의 이익이 현실화한 시점에 세금을 내게 하자는 것이다. 다만 특혜 논란이 일 수 있는 만큼 대주주의 일탈을 막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보수나 내부거래를 보다 투명하게 하고 회사 자금을 유용하지 않도록 규정을 엄격히 보완하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