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주도 브릭스, '트럼프 관세' 직격 당한 멕시코에 손짓

브라질 룰라, 7월 정상회의에 멕시코 대통령 초청…"다자주의 강화"멕시코 대통령 "美관세 유지 시 다른 무역 파트너 찾아야" 묘한 여운
이재림

입력 : 2025.03.06 03:30:10


정례 기자회견에서 답변하는 멕시코 대통령
(멕시코시티 EPA=연합뉴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 있는 멕시코 대통령궁에서 정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2025.3.6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25% 관세부과라는 '날벼락'을 마주한 멕시코에 중국·러시아 주도 신흥경제국 연합체 '브릭스'(BRICS)가 우호의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5일(현지시간) 멕시코 대통령 정례 기자회견과 브라질 외교부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종합하면 올해 브릭스 의장국인 브라질은 오는 7월 6∼7일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브릭스 정상회의를 열 예정인데, 멕시코 대통령 등을 이번 회의에 초청했다.

브라질 외교부는 이번 회의에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아랍에미리트, 인도네시아 등 정회원국을 비롯해 10곳의 준회원국 정상 및 대표가 참석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올 초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최대 규모 경제국으로 꼽히는 인도네시아까지 정회원국으로 품은 브릭스는 한동안 외부에 문호를 개방하지 않았지만 2023년 이후 2년여만에 회원국 수를 10곳으로 늘리며 몸집을 키운 상태다.

최근에는 신규 가입 대상 후보로 중남미 국가를 염두에 둔 움직임이 감지된다.

브라질은 올해 정상회의에 멕시코를 비롯해 콜롬비아, 우루과이 대통령을 초청했다고 밝혔다.

이중 정상 참석 여부에 가장 큰 주목을 받는 나라는 단연 멕시코가 꼽힌다.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기반으로 한 '북미 3국 경제 통합' 전선이 '관세 전쟁'으로 균열 조짐을 보여고 있어서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정부는 올해 정상회의를 통해 다자주의 및 자유무역 강화를 목표로 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구심점 역할을 자처할 예정이라고 현지 매체 G1은 보도했다.

룰라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브릭스 정상회의 실무 담당(셰르파) 모임에서 "일방주의에 의지하는 건 국제 질서를 훼손할 뿐"이라며 "강자의 법칙에 기반한 협상은 불안정과 전쟁으로 가는 위험한 지름길로 안내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언하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브라질리아 로이터=연합뉴스.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지난 1일 야만두 오르시 우루과이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위해 몬테비데오를 찾은 자리에서도 현지 취재진에 "다자주의라는 국제 교역의 근본적인 질서를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며 "자유무역과 다자주의 없는 국가 간 불평등한 관계는 (모두에) 해를 끼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며 관세를 무기화해 국제 통상질서 변화를 가속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언급으로 풀이됐다.



의회에서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재판매 및 DB 금지]

멕시코는 아직 브릭스 정상회의 참석이나 가입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진 않고 있다.

상호 간에 최대 교역국으로 자리 잡은 미국과 멕시코의 관계를 고려할 때 멕시코가 당장 미국을 등지고 주요 무역 파트너에 변화를 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현지 시각이다.

하지만, 멕시코 정부가 '미국 의존도를 줄인다'는 측면에서 브릭스의 관심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 고려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달러 패권 도전'을 비롯한 브릭스 정책 방향에 강한 거부감을 표한 바 있다는 점에서 멕시코 입장에선 브릭스와의 관계 개선이 트럼프 정부의 일방통행을 견제하는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멕시코 정상은 브릭스 회의 참석 여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피력하면서도 시장 다각화에 나설 필요가 있음을 내비쳤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미국 측 관세 정책이 이대로 유지된다면, 우리는 다른 무역 상대국을 찾아 나서야 한다"며 "이는 사소한 결정이 될 수 없으며, 주권과 존엄성 수호라는 틀 안에서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항복은 없을 것"이라며 "(미국의 관세 부과) 상황이 그렇게 되더라도, 우리는 캐나다를 비롯한 다른 나라로 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전날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과 통화하고 양국 협력 증진을 위한 노력을 약속했다.

칠레 대통령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우리는 무역과 인권 문제를 비롯한 글로벌 및 역내 과제 해결을 위해 함께 할 것"이라고 적었다.

한편, 브릭스는 최초 5개 정회원 국가(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영문 앞 글자를 딴 기구로, 유엔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이들 5개 회원국만으로도 전 세계 인구의 42%, 영토의 26%, 국내총생산(GDP)의 23%, 교역량의 18%를 차지한다.

walden@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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