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3시간에 손님 1명"…설 대목에도 얼어붙은 인천 현대시장
황정환
입력 : 2025.01.18 08:12:00
입력 : 2025.01.18 08:12:00
(인천=연합뉴스) 황정환 기자 = "점심 이후 3시간 동안 고기를 구매한 손님이 한명입니다.
설 대목이요? 보면 알잖아요." 설 명절을 10여일 앞둔 지난 16일 오후 인천시 동구 현대시장.
20년 넘게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는 70대 이모씨는 3시간 만에 손님 1명에게 국내산 돼지 앞다릿살(600g)을 팔고서는 텅 빈 시장을 가리키며 한숨을 쉬었다.
고기를 보관하는 냉동고 앞에 있는 작은 의자에 겨우 앉아 휴대전화를 바라보던 이씨는 계속되는 고물가와 탄핵 정국을 언급하며 생계 유지가 힘들다고 호소했다.
이씨는 "계엄 사태 이후 환율이 올라서 수입산 고깃값이 많이 올랐는데 최근 한 달 만에 LA갈비 가격은 10% 넘게 상승했다"며 "손님도 갈수록 줄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고 토로했다.
현대시장은 2023년 3월 방화로 점포 205곳 가운데 70곳이 탔을 정도로 큰 피해를 보고 1년 3개월 만인 지난해 7월 복구가 완료됐다.
가게 간판은 손님들의 이목을 끌 수 있게 통일된 디자인으로 변경했고 도로 끝에 있던 철골 구조물도 없앴다.
보행로는 넓혔고 바닥은 초록색 페인트로 다시 칠했다.
입구 간판은 밤에도 눈에 띄도록 디자인 간판으로 교체했다.
그러나 시장에는 가게 앞 매대에 놓인 채소와 생선 등만 보일 뿐, 손님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저녁 장을 보러 온 60대 정모씨는 "지난해 1만원이던 아귀가 오늘 2만원이라고 해서 고민 끝에 샀다"며 "가격이 비싸서 명절 음식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과일 가게를 둘러보던 한 손님은 바구니에 든 귤 10여개에 1만원이라고 적힌 가격표를 보고 "왜 이렇게 비싸요?"라며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지난 추석 1개당 3천원에 팔았던 배는 이상기온으로 출하량이 줄면서 8천원까지 가격이 올랐다.
20년 넘게 과일을 팔아온 60대 이모씨는 "손님들이 배를 고르다가 생긴 흠집으로 못 팔까 봐 낱개로 포장까지 했다"며 "선물 세트는 거의 안 팔리고 제수용 과일도 여러 개 사지 않고 주로 1개만 사 간다"고 말했다.
오후 5시가 넘어가자 가게들은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
야채가 담긴 박스 위로 밤사이 냉해를 볼까 봐 마대와 이불이 덮여 있었고, 10곳 가까운 점포는 영업을 종료했다.
건어물 가게 상인 조모(57)씨는 "예전에는 오후 9∼10시까지 문을 열었는데 장사가 안되니까 일찍 들어가는 상인들이 많다"며 "설 명절 때는 이 무렵부터 황태포나 밤, 대추를 미리 사러 오는 손님들이 있는데 올해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인천시가 조사한 소비자 물가 동향에 따르면 1월 둘째 주 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무(15∼20㎝) 1개는 3천199원, 배추 1포기는 5천954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17%, 62.5% 올랐다.
인천시는 전통시장 지원을 위해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오는 30일까지 현대시장, 석바위시장 등 22곳의 주변 도로 주·정차를 허용할 방침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18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전통시장 장보기 행사를 진행하고 교통혼잡이 예상되는 구역에는 교통경찰관과 모범운전자 등을 투입해 안전 관리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hwan@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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