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부모님 운전도 못하시는데, 은행 볼일 보려면 27km 나가야”...은행 점포 소멸 대안없나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ifyouare@mk.co.kr)

입력 : 2025.01.10 14:20:20
“나이든 우린 어떡하라고” 노령층 불만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핸드폰 조작도 서툰데, 은행이 너무 멀어서 정말 불편해요.”

은행 점포 소멸 속도가 빨라지면서 지방의 경우 27Km가량을 움직여야 금융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지난해 12월 한달 새 영업점 94개를 축소, 점포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취약계층의 소외를 우려하는 감독당국이 자제를 당부하나, 은행들은 아랑곳 하지 않는 모습이다.

일례로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영업점(1112개)을 보유한 NH농협은행은 지난해 연말 전국 38개 점포를 통폐합한데 이어 올해부터 향후 2년간 100여 곳을 축소할 예정이다. 또 신한은행도 4월께 전국 13개의 영업점을 인근 지점과 통합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사진 = 연합뉴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국내 은행 점포 수(해외 점포 포함)는 총 5849곳이다. 이는 1년 전 보다 53곳 감소한 것으로 2012년 4분기 말 7835곳으로 정점을 찍은 뒤 매년 축소되고 있다.

지난 2017년 4분기 말 7000곳 아래로, 2022년 3분기 말 6000곳 아래로 떨어진 뒤 감소세가 다소 둔화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매 분기 감소하고 있다.

분기별 점포 수가 거꾸로 증가한 경우는 지난 2018년 3분기 중 6960곳에서 6곳 순증한 이후 6년간 한 차례도 없었다.

복수의 은행권 관계자는 “예·적금 가입이나 대출의 경우 70~80%가 비대면으로 진행돼 업무 효율화를 위해 점포 축소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수도권과 지방간 점포 수 격차가 문제가 발생하고, 비대면 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 소외될 수 있다.

은행 각 지점마다 상황이 달라, 도시와 시골 등 은행 풍경은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금융연구원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고령화가 심한 지역일수록 은행 점포 접근성이 낮아, 고령층의 금융소외가 더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은행 등 금융서비스 이용을 위해 소비자가 이동해야 하는 거리가 서울, 부산, 대전은 1km 안팎이지만 강원, 전남, 경북 등은 최대 27km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실제 서울지역은 큰 건물마다 점포가 하나씩 포진해 있기도 하지만, 지방이나 시골로 갈수록 은행 점포는 쉽게 찾을 수 없다. 이런 곳일수록 금융소외계층이 더 많아 금융업무에 대한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각 은행들이 디지털 전환 명분을 내걸고 점포 수를 계속 줄이고 있다”면서 “하지만 IT기술에 익숙치 않은 노인들은 애를 먹는 게 사실이다. 더욱이 어쩔 수 없이 창구를 찾는 경우에도 송금이나 환전, 예·적금 이자 등에서의 우대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인전용 창구 확대나 전용 안내전화 등으로 고령층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 연합뉴스]


요즘 각 은행들은 공동점포 확대와 우체국 등과의 영업 제휴로 대안을 찾는 모습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체국에서 일부 은행 업무를 볼 수 있게 하거나 은행의 공동점포를 운영하도록 하는 등 점포운영에 대한 은행의 자율성은 존중하되, 노령층 등 금융 이용자의 불편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01.10 19:10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