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더 거세질 C커머스 공세 대비해야"

이진한 기자(mystic2j@mk.co.kr)

입력 : 2025.01.01 17:39:15 I 수정 : 2025.01.02 14:46:25
중국 이커머스 전문가 '알리 쇼크' 저자 김숙희 씨
알리바바 유일 한국임원 거쳐
쉬인그룹선 글로벌 사업 개발
中기업 이커머스 성공 비결은
저가 물량 공세 이어 AI전략
중국, 품질 높여 韓 공략 고삐
국내기업 리테일 테크 승부를






"알리·테무·쉬인(알테쉬)을 필두로 한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의 공세는 2025년에 더 거세질 것입니다. 쿠팡·네이버를 제외한 국내 중위권 업체들이 특히 어려울 수 있습니다. 업계 전반이 '리테일테크'로의 전환에 성공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세계적인 C커머스 기업 '알리'를 분석해 화제가 된 '알리 쇼크'의 작가 김숙희 전 중국 쉬인그룹 글로벌사업 한국 임원은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올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대해 이같이 분석했다. 그는 "이들 기업과 국내 기업 사이에는 이미 '초격차'가 존재한다"며 "한국이 리테일테크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테일테크란 소매 유통 사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것으로 무인 매장이나 생성형 인공지능(AI) 커머스 등이 대표적이다.

김 작가는 2003년 카카오의 전신인 다음커뮤니케이션 재직 당시 중국 상하이지사를 설립하고 그 후로 20년 넘게 중국 인터넷·리테일 업계에 종사한 중국 전문가다. 쉬인그룹에서 근무하기 전엔 중국 알리바바그룹에서 당시 최초의 한국인 임원으로 7년간 사업개발이사를 지냈다.

김 작가는 양국 기업 간 '초격차'의 원인으로 기술력과 전략의 부재를 꼽았다. '알테쉬'의 강점이 표면적으로는 가성비로 소비 욕구를 자극한 것처럼 보이지만 핵심은 소비자 니즈 파악에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게임 요소를 넣어 소비자 간 상호작용을 활성화하고, 증강현실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하며 '쇼핑 경험'을 새롭게 창출해 구매전환율을 높인 점을 주목했다.

AI를 통한 빅데이터 활용도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알리바바만 하더라도 지난해 AI 스타트업 문샷(Moonshot)에 8억달러 등 AI 관련 설비에 4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자했지만 국내 기업 중에서는 네이버를 제외하고 견줄 만한 기업이 없다는 것이다.

김 작가는 "국내 중위권 온라인 플랫폼을 보면 시장 나눠먹기식 운영을 이어오다 위기가 닥치면 인수·합병을 통한 무리한 몸집 키우기만 보였다"며 "기술 투자와 커머스 사업 경쟁력 강화로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성공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신세계그룹이 알리바바 인터내셔널과 이커머스 합작법인을 만들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서도 혁신을 성공 조건으로 꼽았다. 김 작가는 "G마켓이 알리바바 유통 채널에 올라타더라도 혁신이 없다면 기존의 G마켓 글로벌샵과 다름없을 것"이라며 "글로벌 소비자들 취향에 맞는 상품들을 매력적인 가격에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시장에서 최근 C커머스의 성장세가 주춤했던 점을 두고서는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한국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품질 기준과 운영 시스템을 끌어올리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실제 테무는 중국 셀러들에게 특정 품목에 대해 품질보증서나 안전검사증명서를 요구하는 등 고위험 상품군 선별 작업을 시작했다. 알리도 한국 소비자 권익과 셀러 보호를 위한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김 작가에 따르면 알테쉬의 이 같은 전략은 2018년 이미 현지에서 큰 효과를 냈다. 특히 대도시가 아닌 지방 소도시를 대상으로 공급망을 혁신하고, 빅데이터 등 하이테크에 기반한 고객 관리 모델을 구축했다. 그는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의 핵심 전략 모델은 AIPL(인지·관심·구매·충성)"이라며 "초개인화 전략을 기반으로 한 고객 데이터 관리를 통해 단순히 맞춤형 상품 제시 수준을 넘어 고객의 수요를 예측하고 잠재 수요까지 창출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들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기술에 있다고 강조했다. AI의 커머스 활용이 맞춤형 상품 추천이나 콘텐츠 생성 단계를 넘어가면서 완전히 새로운 상거래 형태가 등장할 수 있는 만큼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도록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공략을 위한 정부의 지원도 강조했다.

김 작가는 "크로스보더 시대에 글로벌 소비자의 니즈를 공략하는 판매 전략과 마케팅이 필요하다"며 "알테쉬가 이미 220개국 공략에 나선 상황에서 국내 이커머스 업체에 융자 지원 등의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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