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빈자리 꿰차야 하는데” ··· 韓대기업, 해외기업 인수 반토막 났다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입력 : 2025.07.16 17:07:39
2017~2022년 100억 달러대 넘었지만
2023년, 2024년 65~69억 달러로 주춤
원화 평가절하·보수적 경영태도 도마 위

트럼프 정부, 中기업 미국기업 인수 불허
中 빈자리 韓 대기업이 노릴 수 있는 기회
“원천기술 있는 해외기업 인수 적극 나서야”


[본 기사는 07월 16일(16:50) 매일경제 자본시장 전문 유료매체인 ‘레이더M

’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한국기업의 크로스보더딜 M&A 추이
미국의 산업용 위생·수처리 솔루션 기업 이콜랩(Ecolab)은 지난 10년간 크로스보더 M&A(국경을 넘어선 M&A)를 통해 실적과 시장점유율을 모두 개선했다.

특히 2015년 캐나다의 Ultra Fab Industries 인수는 에너지 및 정유 화학 분야 스페셜티(고부가가치 특화제품) 라인업을 구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러한 크로스보더 M&A 전략 덕분에 이콜랩의 매출은 2014년 약 136억달러에서 2024년 예상 기준 155억달러까지 성장했다.

글로벌 매출 비중도 같은 기간 30%에서 50% 이상으로 상승했다. 크로스보더 딜을 통해 이콜랩이 단순한 세척제 판매를 넘어, 글로벌 화학 스페셜티 기업으로 탈바꿈하게된 것이다.

반면 국내 대기업의 크로스보더 M&A는 2019~2021년 정점을 기록한 이후, 현재 반토막 났다.

지난 2023년 이후 구조적인 원화 약세로 국내 대기업의 크로스보더 M&A 소요비용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의 밸류업을 위해 크로스보더 M&A가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8일 크로스보더 M&A 전문 PEF(사모펀드)인 SJL파트너스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해외 M&A 규모는 2017년 161억달러, 2019년 169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에는 65억달러로 반토막 났다.

지난해 역시 69억달러에 머물렀으며 올해도 해외 M&A 규모는 활성화되지 않으리라고 전망된다.

글로벌 금리 인상, 원화 평가절하, 지정학 리스크 등 외부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보수적인 투자 기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내부 통합 역량(PMI) 부족, 언어·문화 장벽 등 비재무적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해 글로벌 M&A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기업의 크로스보더 M&A 추이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가 2017년 이후 8년 만에 2조3725억원을 들여 독일 플랙트그룹을 인수했고, 크래프톤이 베인캐피털재팬으로부터 일본의 3대 종합 광고 기업이자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ADK그룹을 7036억원에 인수했지만, 크로스보더 ‘빅 딜’은 2건이 전부였다.

지난 2020년~2021년 크로스보더 호황기 때,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90억 달러), 넷마블의 스핀엑스 인수(22억 달러), 하이브의 이타카 인수(11억 달러), 현대차그룹의 보스톤다이나믹스 인수(약 9억 달러) 등이 연이어 이뤄진 것과는 대조적인 양상이다.

임석정 SJL파트너스 대표는 “대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하고 성장하려면 크로스보더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단순히 외형 확장을 넘어 기술과 현지 네트워크 확보, 고부가가치 제품군 확대를 위한 전략적 M&A를 강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국내서 대표적인 크로스보더 M&A 성공사례는 KCC가 꼽힌다.

KCC는 지난 2019년 SJL파트너스, 원익 등과 컨소시엄을 꾸려 약 3조5000억원을 투입해 미국 실리콘 전문 기업 모멘티브를 인수했다.

이번 인수를 통해 KCC는 건자재·도료 중심 기업에서 국내 1위 실리콘(Silicone) 전문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모멘티브 인수 이후 KCC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2018년 약 3조7821억원에서 2024년 약 6조6587억원까지 증가하며 외형 성장을 이뤘다.

실리콘 사업 부문은 KCC 전체 매출의 약 50% 이상을 차지하며, 고부가가치 전자·전기차·반도체 소재 중심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해외 매출 비중 역시 모멘티브 인수 전 약 20% 수준에서 현재 55%로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가 국내 대기업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중국기업의 크로스보더딜 M&A 추이 [SJL파트너스]
미국·독일 등 선진국이 자국 전략 산업 보호를 이유로 중국 자본의 자국기업 인수를 제한하면서, 중국의 크로스보더 M&A 규모는 크로스보더딜 규모가 2016년 1679억달러에서 2022년 106억달러로 1/16 수준으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국내 산업과 경쟁 관계에 있는 중국기업의 크로스보더 M&A가 제한된 상황이, 역설적으로 국내 대기업에겐 기회라는 것이다.

임 대표는 “중국기업의 미국기업 인수가 막힌 지금이 대기업이 크로스보더 M&A를 하기 좋은 시기”라며 “원천기술이 있는 미국·유럽 등 선진국 기업을 인수하면서 신사업을 더욱 적극적으로 확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07.16 23:36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