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녀가정 소득세 감면해줘야”…의사 출신 경제학자, 저출생 해결책 내놨다는데
이진한 기자(mystic2j@mk.co.kr)
입력 : 2025.06.05 08:53:42
입력 : 2025.06.05 08:53:42
학술지 EDCC 첫 韓편집장...의사 출신 경제학자 김현철 교수
한국 2100년엔 인구 반토막
다양한 정책 동시에 건드리는
‘빅푸시’ 전략써야 출산 해결
다자녀가정 소득세 감면 필요
사교육세 신설로 재원 마련해
출산장려금 쓰는 것 도입할만
한국 2100년엔 인구 반토막
다양한 정책 동시에 건드리는
‘빅푸시’ 전략써야 출산 해결
다자녀가정 소득세 감면 필요
사교육세 신설로 재원 마련해
출산장려금 쓰는 것 도입할만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9년 만에 반등했다지만 고작 0.75명입니다.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현재 5100만명이 넘는 인구는 2100년엔 2600만명으로 반토막이 됩니다.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사라져가는 상황으로 이를 극복하려면 대대적이고 정책 동원이 필요합니다.”
‘의사 출신 경제학자’로 명성을 얻고 있는 김현철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 겸 홍콩과기대 경제학·정책학 교수는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한국의 저출생 대책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의 출산율 반등을 위해선 하나씩 고치는 미세조정이 아니라 여러 축을 동시에 건드리는 ‘빅 푸시(Big Push)’가 필요하다”며 “출산은 제도와 돈의 문제를 넘어선다. 새 대통령은 임기 초반부터 과감한 결단과 정치적 자본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김 교수는 보건 및 개발경제학 분야에서 세계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공중보건의로 복무하던 중 사회적 취약계층이 암을 비롯한 중증 질환에 더 고통받는다는 상황을 보고 진로를 변경한 뒤 약 20년간 이룬 연구 성취다. 지난해 하반기 연세대로 돌아와서는 의대와 상경대가 주도하는 학제간 융합 연구기관인 ‘인구와 인재연구원’ 초대 원장직을 맡았다.
개발경제학은 응용경제학의 한 분과로, 개발도상국의 경제적 발전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김 교수는 아프리카 말라위, 에티오피아 같은 개발도상국은 물론 한국의 보건, 노동, 교육 정책이 얼마나 효과를 보이고 있는지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해왔다. 그가 언급한 ‘빅 푸시’ 또한 개발경제학에서 본격화한 개념이다.
저출생 극복을 위해 김 교수가 주목한 요소는 돈과 시간, 교육제도, 일자리와 주거 등 다양하다. 그는 “아이를 낳으면 가계가 오히려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전방위적인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소득세를 프랑스처럼 개인이 아니라 가족 단위로 책정해 자녀가 많을수록 세금이 급감하는 효과를 유도하고, 부부가 동시에 육아 휴직을 쓸 경우 추가 혜택을 주는 ‘6+6 제도’(부부 모두 육아휴직 6개월 이상 사용시 휴직급여 인상)를 제안했다.
김 교수는 “한국의 저출산 현상은 경쟁이 낳은 구조적 불안의 산물”이라며 “아이를 낳는 순간 부모는 입시 전쟁에 내던져진다”고 꼬집었다. 이어 “학계에서는 한국의 교육열을 ‘지위 외부효과’로 설명한다. 남들보다 뒤처질까 과잉투자하고, 그 부담이 출산을 꺼리게 만든다는 것”이라며 “연구에 따르면 이 효과만 사라져도 출산율이 28% 높아질 수 있다. 그는 학원 매출이나 학원비 등 사교육비에 교육세를 부과하고, 그 재원을 출산장려금으로 쓰는 방안은 검토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교육 개혁은 김 교수가 귀국한 후 매일 피부로 체감하는 중대 개혁 과제이기도 하다. 국내와 해외 대학의 연구비와 인건비 격차는 말할 것도 없다. 전 세계적인 고물가 현상으로 화폐 가치가 떨어진 데다 한국 같은 경우는 원화가 약세 기조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외국의 석학들에게는 격차가 더 크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저성장 기조에 빠진 한국 경제가 반등하려면 대학을 필두로 한 교육 개혁은 필수”라며 “한국 대학은 무엇보다 교수가 연구에만 전념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한창 연구 성과를 내야 하는 젊은 교수들조차 행정 업무에 발목을 잡히고 있는데 이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내 대학이 세계 정상급 인재를 확보하려면 정부가 대학에 자율성을 더 부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인으론 처음으로 지난 4월 응용미시경제학 분야 주요 학술지인 EDCC(Economic Development and Cultural Change)의 편집자로 임명된 점은 큰 동기부여다. 국내 대학에서도 세계적인 연구 실적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면 뛰어낸 외국인재 유치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대학간 격차 완화는 뒷받침해야 할 조건이다. 지역 거점대학의 경우 당위성에 얽매여 대상 지역을 늘리기보다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2~3개 대학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상위 대학마저 처우를 비롯한 각종 영역에서 격차가 벌어지며 학교 간 교류가 막혀 있다”며 “줄세우기식 서열화를 타파해야, 다양한 대학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연구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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