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두배로 올리는데 어떻게 버텨”…한국 철강업계 ‘멘붕’ 빠지게 한 관세 인상

우제윤 기자(jywoo@mk.co.kr), 유준호 기자(yjunho@mk.co.kr), 최승진 특파원(sjchoi@mk.co.kr)

입력 : 2025.06.05 06:20:39
4일부터 전격 발효

“이미 계약 마친 수출 물량
갑자기 관세 2배 대혼란”

정부선 7월 패키지 협상추진
성사때까진 수출급감 불가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인상하기로 한 50% 관세가 발효된 4일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4일(현지시간)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율을 25%에서 50%로 전격 인상하면서 철강업계가 패닉에 빠졌다. 정부는 미국과 패키지 딜을 빠른 시간 내에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지만 당분간 대미 철강 수출은 된서리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포고문을 통해 철강 관세 인상 조치가 미 동부시간 기준 4일 0시 1분부터 발효된다면서 이는 국가 안보를 위해 필수적인 조치라고 강조했다.

포고문에서는 “관세를 인상하는 것은 이 같은 산업에 더 큰 지원을 제공하고, 철강·알루미늄 제품과 연관 제품 수입이 초래하는 국가 안보 위협을 축소하거나 제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영국에서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는 기존의 25%가 유지된다.

국내 철강업계는 그야말로 ‘멘붕’ 상태에 빠졌다. 특히 이미 계약을 마치고 미국행 수출 선박에 실어보낸 물량에 대한 혼란이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한 철강 업체 관계자는 “지금까지 25% 관세를 고객사와 반반 부담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2배가 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25%에서 50%로 인상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이 관세는 포고문에 적시된 대로 미국 동부 시간 이날 0시1분(한국시간 4일 오후 1시1분)을 기해 발효됐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관세 인상 조치로 국내 철강업계 수출은 또다시 부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올헤 들어 4월까지 전년 대비 10.2% 줄었던 대미 철강 수출액은 5월(1~25일 기준)에만 20.6% 급감했다.

관세 조치가 미국을 넘어 세계 철강 시장 전체에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시장 진입이 어려워지면 주요 철강 생산국들은 기존 미국향 수출 물량을 제3국으로 돌려야 하고, 그 과정에서 철강사 간 가격 경쟁이 격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 더해 각국이 가격을 낮추는 덤핑을 막기 위해 자국 철강 시장을 걸어 잠그면 한국 기업으로서는 수출길이 막히게 된다. 앞서 유럽연합(EU)은 지난 3월 미국 행정부가 철강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자 역내 철강 산업을 보호하고자 철강 수입량 제한을 위한 ‘세이프가드’ 조치를 강화하기도 했다.

통상 전문가들은 이번 미국의 관세 인상 조치가 빠른 관세 협상을 유도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고 본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번 조치는 지난 연방법원의 판결 이후 다소 느슨해지거나 시간적 여유를 두려는 협상 대상국들의 움직임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일단 한국에서 수출 통관이 끝나 미국으로 향하는 물량에 대해 관세 인상을 유예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일정량만 수출하는 쿼터를 다시 만들어달라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2018년 만들어져 올해 3월까지 유지된 263만t의 연간 수출 쿼터는 대미 수출 확대를 막았지만, 차라리 쿼터가 더 안정적이라는 볼멘소리까지 나오는 것이다.

허 교수는 “국내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을 고려하면 미국에 협상 연기와 그 기간 동안 관세 유예를 요청할 필요가 있다”며 “새 정부에서 한미 협상을 책임지고 수행할 장관급 협상 대표를 빠르게 임명하는 것도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이 같은 고율 관세가 계속 유지되긴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의 유정용 강관이나 판재 등 수출이 막히면 미국 내 에너지 프로젝트 등도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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