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분투칼럼] 아프리카와 개발협력⑴: 절대빈곤의 '진짜' 현장
김영완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우분투추진단
입력 : 2025.06.03 07:00:03
입력 : 2025.06.03 07:00:03

[김영완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우분투추진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아래 사진의 움집이 어느 시대의 것처럼 보이는가.
국제개발협력 수업에서 이 사진을 보여주면 많은 학생이 선사시대를 떠올린다.
그럴 만하다.
땅을 파고 짚단을 둘러 만든 움집은 실제로 선사시대의 대표적인 주거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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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놀랍게도 이 사진은 필자가 2015년께 아프리카 최빈국 부룬디에서 직접 찍은 사진이다.
움집은 수도에서 그리 멀지도 않은 어찌 보면 평범한, 부룬디 시골 마을의 흔한 주거 형태다.
임시 거주지가 아니다.
실제로 이 안에서 생활이 이루어진다.
집 내부는 나무를 때 요리를 할 수 있는 부엌이 있다.
신생아를 비롯해 7명의 가족이 함께 잠을 잔다.
이런 곳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태어나자마자 폐가 망가진다.
환기되지 않는 곳에서 나무를 때기 때문이다.
운이 좋지 않은 아이는 5살을 넘기지 못하고 사망한다.
'운이 좋으면' 평생 만성 폐 질환에 시달리며 살게 된다.
내가 아프리카에서 목도한 절대 빈곤의 '진짜'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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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이 아니라 현장을 알기 위해 지금까지 76개국 400여 도시를 돌아다녔다.
1인당 국민소득으로 따지면 가장 못 사는 국가에 속하는 부룬디, 말라위, 모잠비크 등을 포함해 아프리카 20여개 국가를 연구했다.
이러한 긴 여정은 필자를 자연스럽게 한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길로 이끌었다.
그 질문은 오랫동안 필자를 끊임없이 뒤흔들었다.
왜 이렇게까지 가난할까.
해답을 찾고자 정치학 박사로서 국제개발협력을 공부하고 개발협력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최빈국 아이들이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지 고민하는 일은 평생의 과제가 됐다.
앞으로 우분투 칼럼을 통해 아프리카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필자의 오래된 고민과 여정을 조금씩 풀어보고자 한다.
현재 세계은행은 하루에 2.15달러(3천91원) 이하로 살아가는 것을 절대 빈곤으로 정의한다.
아프리카의 절대 빈곤 이미지가 과도하게 왜곡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프리카 국가의 수많은 사람이 절대 빈곤에 빠져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저발전 문제와 절대 빈곤을 빼고 아프리카를 얘기한다는 것은 아프리카의 본질을 빼고 얘기한다는 것과 같다.
아프리카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먼저 아프리카 국가가 처한 경제적 상황을 객관적으로 살필 필요가 있다.
아프리카에는 총 54개 국가가 있다.
유엔에 따르면 44개의 최빈국 중 32개국이 아프리카에 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가 49개국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 지역 대부분 국가가 최빈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최빈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천88달러, 우리 돈으로 약 152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부룬디의 국민소득은 이보다 훨씬 낮다.
매년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순위'에 빠짐없이 이름을 올리는 부룬디의 1인당 국민소득은 300달러(41만9천880원)가 채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부룬디 국민 한 명이 1년 동안 버는 소득이 한화 40여만원인 남짓인 셈이다.
365일로 나누면 하루에 약 1천95원의 소득이 있다는 뜻이다.
세계은행이 정의한 절대 빈곤 기준선인 하루 2.15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아프리카의 절대 빈곤에 대한 강의를 5천원짜리 커피를 매일 마시는 학생들에게 하면, 대부분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1인당 국민소득이 이토록 낮은 이유는 데이터 왜곡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소득이 낮더라도 물가가 싸서 생계에 큰 지장이 없을 거라고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심각하게 낮은 아프리카 국가의 1인당 국민소득에는 두 가지 함정이 있다.
첫 번째 함정은 빈부 격차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의 수도에 일주일 정도 머문 이들은 예상보다 현대화된 발전된 도시 풍경에 놀라곤 한다.
절대 빈곤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고 돌아가기도 한다.
실제로 아프리카 국가의 수도와 몇몇 도시는 상당히 발전했다.
하지만 외곽으로 조금만 나가면 도시 빈민가가 있다.
농촌 지역은 발전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프리카의 빈부 격차 문제는 그 어느 국가보다 심각하다.
부패한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엄청난 재산을 축적하기도 한다.
아프리카에서 개발협력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마을 사람들의 소득을 파악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시골 마을 사람들은 자신의 소득을 '0원'이라고 답한다.
당장 먹고살 만큼 작물을 텃밭에서 재배하는 것이 전부이기에, 사실상 실질 소득이 없다.
반면, 상위계층의 소득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이들의 수입까지 평균에 포함하면, 통계상 절대 빈곤에 처한 사람들의 소득은 300달러(약 42만원)도 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두 번째 함정은 물가가 생각보다 비싸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비교적 저렴하다.
그러나 자동차를 비롯한 공산품의 가격은 선진국의 가격과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 문명기술을 사용해 생산하는 공산품은 대부분 수입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선진국에 비해 더 비싸게 팔리기도 한다.
전 세계는 문명 발전의 혜택을 보고 있다.
하지만 절대 빈곤에 놓인 아프리카 국민에게는 아직 산업 혁명도 오지 않은 것 같다는 착각이 일기도 한다.
절대 빈곤의 상태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마주하는 문제는 복잡하고 다양하다.
그중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보건과 교육이다.
보건과 교육은 한 사람의 현재와 미래를 의미한다.
절대 빈곤 상태에 놓인 이들은 아파도 치료받기 어렵다.
돈이 없고 가까운 병원이 없어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한다.
이런 상황은 비극으로 이어진다.
내가 아픈 것은 치료받지 않고 견딜 수 있다.
그러나 아이가 아픈 것은 견디기 어렵다.
병으로 죽어가는 아이에게 제대로 된 치료를 해줄 수 없는 부모의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교육의 부재는 개인의 미래를 파괴한다.
교육은 경제적 자립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교육이 없으면 빈곤의 악순환은 멈추지 않고 계속된다.
'부모가 교육받지 못했기에 내가 절대 빈곤에 시달렸다'는 좌절감, 그리고 그 가난이 내 아이, 그리고 손주에게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은 사람에게서 희망을 앗아간다.
아프리카의 경제적 상황은 과거에 비해 확연히 나아졌다.
그럼에도 절대 빈곤은 아프리카가 지닌 가장 중요하고 해결이 시급한 문제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고 한다면 수많은 희생이 뒤따를 것이고, 그 과정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런 시급성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절대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한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데 소극적이다.
공적개발원조(ODA) 규모조차 줄이는 추세다.
2025년 현재에도 아직 굶어 죽는 사람이 전 세계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해 인류 모두는 반성할 필요가 있다.
※외부 필진 기고는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김영완 교수 현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미 아이오와대학(University of Iowa) 정치학 박사,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개발협력 석사,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학사,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 사회과학단 전문위원(2022∼2024), 현 외교부 무상원조관계기관 협의회 민간전문가.(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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