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금융주를 견인한 '밸류업 훈풍'에서 소외됐던 증권주가 올해 독보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체거래소(ATS) 출범 등으로 국내 증시가 달아오른 데다 최근에는 대선 레이스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 공약까지 거론되면서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은 증권주가 더욱 탄력을 받았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을 발표한 지난해 1월 17일부터 이달 9일까지 KRX 증권지수는 47.21% 상승했다.
'밸류업 수혜주'의 대표 격으로 꼽혔던 KRX 은행지수와 KRX 보험지수는 같은 기간 각각 39.03%, 16.50% 오르는 데 그쳤다. KRX 은행지수는 계엄령 선포 사태 직전 상승률이 46.82%까지 뛰었지만 이후 외국인들의 '팔자세'로 상승세가 둔화했다.
증권주 중에서도 브로커리지 비중이 높은 대형주들이 좋은 성적을 냈다. 대장주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들어 주가가 47.95% 상승했다.
미래에셋증권은 한국금융지주와 함께 지난 9일 장중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 신고가 기록을 세운 NH투자증권(9.51%)과 삼성증권(23.11%)도 올해 큰 폭으로 올랐다.
기본적으로 견조한 국내외 증시 거래를 바탕으로 증권사들이 호실적을 내면서 주가를 떠받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실적을 내놓은 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키움증권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상향하는 추세다.
지난 8일 KB증권과 삼성증권은 미래에셋증권의 목표주가를 1만4000원으로, 메리츠증권은 1만3000원으로 높여 잡았다. 유안타증권은 키움증권과 NH투자증권의 목표가를 각각 17만2000원, 1만9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자사주 소각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 달 새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종목도 있다. 상장한 증권사들은 은행과 달리 오너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보유한 자사주 비중이 높은 편이다.
신영증권이 대표적이다. 신영증권은 최근 한 달간 주가가 34.06% 넘게 상승하며 KRX 증권지수(26.85%)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지난 8일에는 장중 9만8900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신영증권은 지난해 4월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며 자사주 비중이 53%까지 불어난 상태다. 자사주 비중이 유통주식을 웃도는 만큼 소각 가능성이 부각됐다. 자사주 비중이 43%에 육박하는 부국증권 역시 최근 한 달간 19.92% 상승한 가운데, 9일 장중 3만원대에 도달하며 최고가를 새로 썼다.
이 밖에 자사주 비중이 25%를 웃도는 대신증권도 최근 한 달간 21.25% 상승하며 코스피 상승률을 큰 폭으로 웃돌았다.
대선후보들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증시 활성화 공약을 쏟아낸 점도 증권주를 향한 투심을 달궜다.
지난 4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금융투자업계와 간담회에서 "상장사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소각해 주주 이익으로 환원될 수 있도록 제도화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안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치권에서 증시 부양책을 공약으로 내세우자 시장에서는 대선 결과를 막론하고 증권주 수혜를 점치고 있다"며 "증시 거래대금이 회복하면서 증권사의 수익 비중이 큰 브로커리지 실적이 좋은 흐름을 보이는 것도 핵심 원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