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저PBR 해소 강조하며 자사주 소각 의무화 강력 시사 자사주 보유비율 높은 지주사 PBR 0.2배 수준 그쳐 사정권 보험사 자사주 소각 여지 많아 금융주 추가 밸류업에 촉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최근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과의 간담회에서 자사주는 소각이 원칙이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들에 대해선 청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자산주·가치주에 대해 시장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에 신고된 주요 기업 사업보고서와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대부분의 지주사는 전체 지분에서 자사주가 차지하는 비율이 10%가 넘는다. 롯데지주는 지분의 32.51%를 자사주로 들고 있고 샘표, 대웅, SK 모두 자사주 비율이 20%대에 달한다. 특히 롯데지주나 SK는 자사주 비율이 높아 PBR이 0.2배 수준이어서 소액주주로부터 자사주 소각 요구를 계속 받아왔다.
지주회사는 자사주 보유 비율이 높은 경우가 일반적이다.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도 의결권이 있는 신주를 지급했기 때문에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체계를 만들려는 그룹들은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비율을 높여왔다.
반면 인적분할 시 최대주주의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자사주의 마법' 때문에 자사주가 대주주 경영권 강화의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주가가 저평가된 상황에서 자사주 매입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매입이 소각으로 이어져야 실질적인 주주환원 효과가 나타난다는 지적은 계속 나왔다.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를 소각하면 주당순이익(EPS)이 늘어나 주식 가치가 오르고 주당배당금도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매입한 자사주가 임직원 보상에 쓰인다면 적극 권장해야겠지만 회삿돈으로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매입한다면 주가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지주사뿐만 아니라 금융회사 역시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는 사례가 많아 추가 주주환원으로 나설지가 관심사다. 이미 금융지주들은 밸류업 공시를 통해 자사주 매입 규모를 밝히고 있는 상황인데 보험사는 자사주를 소각할 여지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요 금융주들의 자사주 보유 비율을 살펴보면 미래에셋증권이 23%, 미래에셋생명이 26.29%다. KB금융은 전체 주식의 6.69%를, 삼성생명은 10.21%를 자사주로 보유했다. 이 기업들의 PBR은 0.2~0.55배 수준으로 드러났다.
한편 이 후보가 PBR 0.2배 미만 기업은 적대적 인수·합병(M&A)을 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지만 저PBR 종목들은 거래 대금과 주가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의 대주주 지분율이 높아 적대적 M&A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PBR이 0.2배 미만인 종목은 총 53개다. 이 중 현대제철은 기아를 비롯한 최대주주 지분율이 35.96%에 달하며, 롯데케미칼과 한화생명도 지주사의 지분율이 절반 내외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