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글로벌 경제질서' 강연 "한국 특유의 지배구조 덕분에 外人 마음대로 돈못빼는 효과"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글로벌 경제질서 변화와 대한민국 경제정책 전략' 강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일반 주주 이익 보호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는 '더 센' 상법 개정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 특유의 지배구조를 감안할 때 일반 주주 목소리를 강화시킬 필요는 있으나 선은 그어야 한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배당 등으로) 마음대로 돈을 빼가고 싶은데 한국에선 재벌 가문이 틀어쥐고 못 빼가게 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를 두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말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그러면서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이윤 빼먹기가 너무 많아 경쟁력을 위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보잉 같은 최고의 항공기 제작사가 이제는 사고 나는 비행기를 만들고 있다"면서 "재벌 집안 전횡을 막겠다고 완전히 반대쪽으로 가면 미국 같은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24일로 예정된 한미 '2+2 통상협의'를 앞두고 장 교수는 현재 국면에서 주도권이 한국에 있다고 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미국이 약자라는 점"이라며 "우리나라 자동차, 반도체, 조선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 패권의 중요한 부분이 군사력인데, 1년에 배 스무 척을 만드는 나라가 해군을 어떻게 유지하나, 한국이 중국 다음으로 조선 기술이 있는데 협상장에서 이를 갖고 튕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굉장히 변덕이 심하다. 트럼프 1기 시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을 개정했는데, 이번에 또 (개정을 요구)하지 않나"라며 "지금 대행 정부뿐만 아니라 새 정부가 들어와도 버틸 때까지 버텨야 한다. (미국 관세 정책이)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왜 미리 가서 협상을 하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