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 안 될래요”…승진 기피하는 에너지 공기업 직원들

신유경 기자(softsun@mk.co.kr)

입력 : 2025.03.19 15:41:59 I 수정 : 2025.03.19 17:55:29
차장 진급 경쟁률 10년간 ‘뚝’
월급보다 ‘워라밸’ 추구 확산
지방이전으로 본사 근무 꺼려


워라밸 확보를 위해 진급을 꺼리는 직원들을 챗GPT가 시각화한 그림. [챗GPT]
에너지 공기업에 다니는 A씨는 최근 주변의 성화에 못 이겨 ‘울며 겨자 먹기’로 차장 진급 시험을 치렀다. 선임들이 A씨를 볼때마다 “왜 때가 됐는데도 진급 시험을 안 보느냐”고 물어왔기 때문이다. 승진에 뜻이 없던 A씨는 준비 없이 시험을 치르고 탈락했다. A씨는 “어차피 승진할 생각도 없었는데 차라리 시험을 보고 떨어지는 게 홀가분하다”며 “시험을 봤는데도 탈락했다고 하면 주변에서도 더 이상 얘기를 못한다”고 전했다.

에너지 공기업 직원들이 승진을 기피하면서 차장 진급 경쟁률이 최근 들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19일 한국전력공사(한전)에 따르면 2015년 7.8대1이었던 차장 진급 경쟁률이 올해 2.8대1까지 하락헀다.

또다른 지방 소재 에너지 공기업 B사 역시 2010년 5대1이었던 차장 진급 경쟁률이 2015년 3.3대1, 지난해 2.4대1로 급격히 낮아졌다.

공기업 직원들이 차장 진급을 꺼리는 대표적인 이유로는 ‘워라밸’(워크 라이프 밸런스)과 근무지 문제 등이 꼽힌다. 우선 차장으로 진급하면 업무 부담이 이전보다 과중해지는 만큼 이를 꺼리는 직원이 있다는 설명이다. 월급 인상 대신 워라밸 유지를 택하는 직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 공기업이 대부분 지방으로 이전한 만큼 근무지도 차장 진급을 기피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차장으로 승진을 하게 되면 지방에 위치한 본사 근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전은 나주에, 한수원은 경주에 본사가 있다. 이밖에 한국석유공사도 울산, 한국가스공사도 대구 등에 위치하고 있다.

한 에너지 공기업 관계자는 “본사 근무 메리트를 제공하기 위해 급여라든지 근무 환경, 복지 등 인센티브를 개발하고 점차 늘려가고 있는 상황인데도 생각만큼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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