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한테 10억, 아들딸한테 5억씩 줄게요”...이렇게 물려주면 세금 ‘0’

문지웅 기자(jiwm80@mk.co.kr)

입력 : 2025.03.12 18:35:39 I 수정 : 2025.03.12 20:28:32
정부, 상속세 체계 75년 만 개선
稅부담 덜게 유산취득세로 개편

배우자 상속세 최소 10억원 인정
자녀 2명 5억원씩 총 20억원 면제


정부가 상속세 과세 체계를 대수술한다. 피상속인(사망자)의 전체 상속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현행 ‘유산세’ 방식에서 상속인(상속받는 사람)이 실제로 취득하는 상속재산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한다. 사진은 12일 서울 시내 세무사 사무소. [이충우 기자]
현행 상속세법에서 자녀 3명이 각각 5억원씩 15억원을 물려받으면 상속세 2억4000만원을 내야 한다. 반면 재산 5억원을 자녀 1명이 상속받으면 세금은 0원이다. 같은 5억원을 상속받고도 세금 차이가 크다.

정부는 이 같은 불합리를 개선하고 국민의 세 부담을 덜기 위해 현행 유산세 방식의 상속세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면 개편한다고 12일 밝혔다. 2028년 시행을 목표로 이달 중 입법예고를 거쳐 5월 중 법안을 낼 예정이다. 1950년 현 상속세 체계가 도입된 후 75년 만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유산세 방식은 사망자인 피상속인의 전체 유산을 기준으로 상속세율이 정해지고 과세가 이뤄진다. 반면 유산취득세는 상속인들이 실제로 받는 상속재산에 대해 세율이 정해지고 과세가 이뤄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한국과 미국 영국 덴마크 4개국만 유산세 방식을 따르고, 일본 프랑스 독일 등 20개국은 유산취득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정정훈 세제실장(왼쪽 세 번째)이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기자실에서 유산취득세 도입 방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완수 상속세개편팀장, 김건영 조세개혁추진단장, 정 실장, 김병철 재산소비세정책관. [사진 = 연합뉴스]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가까운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과 요구가 많았다”고 유산취득세 도입 배경을 밝혔다.

배우자 상속세는 최소 10억원까지 한 푼도 안 내도록 하는 방안이 개편안에 담겼다. 지금은 배우자 공제 최소한도가 5억원인데 이를 2배 높여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상속세 면세점도 올라가게 된다. 배우자와 자녀 2명이 총 20억원을 상속받는다면 지금은 배우자 공제 5억원, 자녀 일괄공제 5억원을 합쳐 10억원까지 상속세가 면제된다. 하지만 개편 후에는 배우자공제가 10억원으로 늘어나고, 자녀 1명당 5억원씩 10억원 기본공제가 더해져 20억원 전액 상속세를 내지 않는다.

유산취득세로 바뀌면 다자녀인 경우 지금보다 상속세가 줄어 장기적으로 저출생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다만 상속세 공제 최대 한도는 30억원으로 지금과 동일해 배우자 상속세 폐지까지는 가지 못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유산취득세로 빨리 전환했어야 하는데 늦은 감이 없지 않다”며 “배우자에 대한 상속세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개편안에서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최대주주 할증 폐지, 가업상속 확대 등은 빠졌다. 정 실장은 “최고세율 인하 등은 별도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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