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미국의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확대 기대감에 뉴욕 증시에서 AI 관련주가 상승 마감했지만 국내 증시에선 반도체 업종이 일제히 하락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대표적인 AI 관련주로 꼽히는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는 각각 2.66%, 3.33% 내린 21만9500원, 12만1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삼성전자도 1.10% 하락한 5만3700원에 마감했다.

반면 미국 증시에서 AI 관련주는 일제히 상승했다.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AI 인프라 지원을 대폭 확대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의 일환으로 오픈AI, 소프트뱅크, 오라클은 AI 합작사 ‘스타게이트’를 설립해 미국에 최소 5000억달러를 투자한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오라클과 ARM은 각각 6.75%, 15.93% 급등한 184.22달러, 179.93달러에 마감했다. 오라클은 스타게이트에 참여한 기업이고 ARM은 이에 참여한 소프트뱅크의 자회사다.

오픈AI의 최대주주 마이크로소프트는 4.13% 상승해 446.2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의 AI 인프라 지원 확대 최대 수혜 기업으로는 엔비디아가 꼽힌다. 빅테크 기업들의 설비투자(CAPEX)가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스타게이트에 참여한 오라클은 자체적인 AI 반도체가 아닌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만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욱 신영증권 연구원은 “5000억달러는 미국과 중국 빅테크 업체들의 올해 CAPEX의 1.68배에 해당한다”며 “4년에 걸쳐 투자가 집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년 30~40%의 CAPEX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오픈AI는 자체 AI 반도체를 개발 중이나 2027년께 상용화한다는 목표이고 1000억달러 투자는 빠르면 올해 초부터 집행될 전망”이라며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시작된다면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수요 증가는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엔비디아는 이날 4.43% 반등한 147.07달러에 마감했다.

단 주가는 하락했지만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강점을 갖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신영증권 분석에 따르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4년간 매년 5.4~7.7억 기가바이트(GB)의 추가적인 HBM 수요가 예상되고 있다. 올해 HBM 수요 추정치 23억 GB와 비교하면 최대 33.48%의 추가 성장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한편 서학개미들은 올해 들어 양자컴퓨터 관련주와 팔란티어 보관 금액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서학개미 보관 금액 상위 10위권에 들던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은 순위권에서 밀렸다.

2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국내 투자자들의 외화증권에 양자컴퓨터주인 아이온큐(9억1600만달러)는 5위, 리게티 컴퓨팅(8만9600억달러)은 6위를 차지했다. 양자컴퓨터 보안 기술을 보유한 실스크(4억4200만달러)는 10위에 들었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아이온큐는 10위권, 리게티컴퓨팅은 30위권 밖이었다. 실스크는 50위에 들지 않았다.

지난해 13위였던 방산 인공지능(AI) 기업 팔란티어(4억4500억달러)는 이달 기준 7위를 차지했다.

반면 지난해 연간 기준 8위에 올랐던 마이크로소프트(9500만달러)는 35위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10위였던 애플(1억9500만달러)은 여섯 계단 내려간 16위에 자리했다.

동시에 국내 투자자들의 테슬라와 엔비디아 사랑은 지속됐다.

이달 들어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보유한 해외 주식은 테슬라(19억8200만달러)로 집계됐다.

테슬라 수익률을 일일 2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X’ 상장지수펀드(ETF) 보관금액은 12억5000만달러로 2위를 차지했다.

엔비디아(9억7700만달러)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3배로 추정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불 3X’ ETF(9억3600만달러)는 각각 3, 4위로 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