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 영역 집중하려는 기업들… 카브아웃서 기회” [IB명가에 듣는다]

우수민 기자(rsvp@mk.co.kr)

입력 : 2025.01.23 15:16:18 I 수정 : 2025.01.23 20:31:29
이성 NH증권 IB1부문 대표

금리 인하·경제 성장률 둔화에
대기업 구조조정 수요 커질 것

정부, 의무공개매수 도입 추진
관련 시장 활기 불어넣을 전망

기업 외화시장 접점 늘릴 방침


이성 NH투자증권 IB1부문 대표가 최근 서울 영등포구 사옥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NH투자증권]
“기업들이 잘하는 영역에 집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해 카브아웃(대기업 자회사·사업부 매각)에서 많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성 NH투자증권 IB1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지난해 공개매수 시장을 선점해 패키지 딜을 수임했듯 회사의 플랫폼을 활용해 고객사의 모든 고민을 원스톱으로 해결하는 연계영업을 활성화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금리 인하가 주춤해지고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낮아진 만큼 NH투자증권은 대기업 계열사 매각을 비롯한 구조조정 수요가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크레딧솔루션(일시적으로 자금 곤경에 있는 회사에 상대적으로 대규모 고금리 대출을 실행하며 상환 안정성을 확보하는 거래)과 인수금융, 자본성·부채성 자본조달을 함께 제공하는 한편, 매각자문까지 수행한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NH투자증권 어드바이저리본부는 세아FS, 세아 ESAB, 한국금거래소를 비롯한 국내 기업 매각을 주관하고 있다.

여기에 해외법인 네트워크와 전략적 파트너사인 에버코어와 협업해 크로스보더 파이프라인도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아펠가모, 더채플 웨딩홀을 운영하는 유모멘트 투자유치 자문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도 했다.

약 15년째 유지해온 M&A 전문 조직이 힘을 발휘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이 업황과 수익성에 따라 관련 조직을 없앴다가 살리기도 하는 행보를 보인 점과 차별화된다.

이 대표는 “M&A 딜 자체는 어드바이저리본부가 단독으로 하기보다 인더스트리본부가 발굴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며 “매주 어드바이저리·투자금융·인더스트리 등 유관부서가 함께 회의를 진행하며 소통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상장사 M&A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개매수 수요에도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은 기업 기초체력과 상관없이 시장 불확실성 등 외부적 요인으로 포트폴리오사 주가가 빠지는 상황에 대해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대표는 “올해 정부가 다시 추진하고 있는 의무공개매수 제도 도입이 현실화할 경우 공개매수 시장이 한층 활기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의무공개매수란 상장사 지배주주 지분을 매입해 경영권을 취득할 때 소액주주 지분도 함께 매수할 것을 의무화하는 제도다.

자본 조달과 관련해선 올해 금리가 하락 안정화하리라는 낙관적인 전망에 대해 경계심을 놓지 않고 있다.

최근 국고채 금리는 미국이 올해 약 3번 정도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예측을 반영해 움직이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미국 고용이 여전히 강한 상황에서 관세 인상까지 실현될 경우 물가 인상 부담에 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 있다”며 “그렇다고 채권금리가 마냥 튀어오르기보다는 일시적인 변동성을 보이되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말 신설한 글로벌신디케이션부·구조화금융부를 중심으로 다양한 기업 수요에 맞춤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구조화금융부는 기존에 강점이 있던 회사채, 여전채에 더해 자산유동화증권(ABS) 대표주관 점유율 확보에 사활을 걸 예정이다.

이 대표는 “기업들이 실적이 부진하고 부채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자산 유동화 등을 통한 자금 조달을 도울 경우 은행 차입 등과 비교해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돼 관련 영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글로벌신디케이션부는 기존 신디케이션1부 글로벌파이낸스팀이 수행하던 국내외 기관 투자자 대상 기업공개(IPO) 마케팅에서 나아가 더 폭넓은 세일즈를 맡을 전망이다.

이성 NH투자증권 IB1부문 대표가 최근 서울 영등포구 사옥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NH투자증권]
이 대표는 “IPO, 증자, 블록딜, 주식연계채권을 비롯한 주식발행(ECM) 상품에 대한 신디케이션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국내 기업이 발행하는 해외채권이나 역외 외화 조달 관련 채권발행(DCM) 영업을 전담함으로써 국내 고객이 외화시장에 접근할 지점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NH투자증권은 최근 한국수출입은행의 첫 한국물 외화채권 발행을 성공적으로 주관했다. 국내 정치 불확실성을 뚫고 당초 목표였던 20억달러보다 10억달러 증액해 발행했다.

IPO 부문에서는 지난해 말 사령탑을 전격 교체하기도 했다. 6년간 본부를 이끌던 김중곤 전임 ECM본부장 대신 당시 홍콩법인장을 맡고 있던 최강원 상무를 선임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깜짝 인사’라는 반응이 흘러나왔다. 본부장 교체로 IPO 부문 전략이 크게 변화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다만 보다 철저한 기업실사와 시장 눈높이에 맞는 기업가치 산정에 노력한다는 목표다.

이 대표는 “최 상무는 대우증권에서 7년 정도 IPO 실무를 수행한 경력이 있는 인사”라며 “국내외 투자자 네트워크와 적극적이고 합리적인 마인드에 비춰볼 때 조직이 보다 시장 친화적으로 변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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