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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소박한 '정의감'이 여기까지 오게 한 듯.

여전히 내꿈은 단란한 가정"(레이디경향, 2004년 1월1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를 만들어 2000년 이후 남북 민간 교류협력을 이끌어온 허당(虛堂) 조성우(趙誠宇) 전 민화협 상임의장이 18일 오전 9시30분께 서울대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다.

향년 75세.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해말까지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공동의장을 맡는 등 대외활동을 했지만, 최근 폐암 4기 진단을 받고 투병해왔다.

1950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란 고인은 서울 대신고, 고려대 행정학과('68학번')를 졸업했다.

군 복무중 3선 개헌 반대 투표를 했다가 전출을 당했고, 1974년 고려대 비상총학생회장을 맡았다가 1975년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붙잡혀 처음 투옥됐다.

1978년 민주청년협의회 의장을 맡아 1979년 11월 '명동YWCA 위장결혼 사건'을 주도했다가 계엄령 위반으로 수배됐다.

1980∼1982년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으로 투옥됐다.

1983년 일본으로 추방됐다가 1987년 귀국했다.

1988년 평화연구소를 설립했다가 1989년 1년간 복역했다.

1990년 베를린 남북 해외실무회담 남측 대표를 맡았다가 징역 1년6월이 선고됐다.

1994년 범민족대회 관련으로 수배됐고 1996년 바르샤바 남북회담 관련으로 징역 1년6월이 선고됐다.

고대 72학번으로 대학에서 고인을 만나 결혼한 부인 홍연실(전직 교사)씨가 레이디경향과 인터뷰에서 "정말 안 다닌 교도소가 없는 것 같다"며 "정말 목포교도소는 멀더라고요.

어렵게 학교에 양해를 구하고 새벽 6시30분에 고속버스로 내려가요.

점심 같은 것은 먹을 생각도 못하죠.

5분 정도 남편 면회를 하고 영치금 넣고 책 넣고 나면 오후 3∼4시가 돼요.

그러면 겨우 식사를 때우고 서울로 올라와 택시타고 집에 오면 밤 12시가 되더라고요.

그게 삶이었어요."라고 했을 정도로 투옥과 수배를 반복했다.

1998년 석방 전에 김대중 정부가 추진한 '노사정위원회'를 보고 진보·보수를 아우른 민화협을 구상, 같은해 9월 출범시켰다.

민화협 대표(의장)는 한광옥, 강만길(1933∼2023)씨 등이 맡았지만 고인은 집행위원장, 공동의장, 상임의장 등을 역임하며 사실상 민화협을 이끌어갔다.

북한도 '민족화해협의회'를 만드는 등 호응, 2000년 이후 남북 민간교류협력을 주도했다.

2000년 열린우리당 중앙당 상임중앙위원, 2020년 정치개혁연합 상임대표로도 활동했지만, 현실 정치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고인은 레이디경향에 "내 삶이 투옥과 운동으로 점철되어 있지만 저를 돌아보면 신념의 사나이도, 특별한 투사도 아닌 것 같아요.

고문당할 때도 무슨 신념이 있어서가 아니라 불면 더 맞을 것 같아서 참고 넘긴 거거든요.

대학생 때 가졌던 소박한 '정의감'이 여기까지 오게 한 것이죠."라고 했다.

유족은 부인 홍씨와 사이에 2녀(조정연·조수연)와 사위 황순식(전국비상시국회의 대외협력위원장)·오정인(회사원)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18일 오후 3시부터 조문 가능), 발인 22일, 장지 모란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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