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회장 전망] "정치 불안에 내수 부진…취약계층 부실 증가"
"트럼프 2기 출범 후 수출 타격 불가피"…일제히 '위험 관리' 강화이자이익 축소 전망에 '내실' 중시…밸류업은 계획대로
한지훈
입력 : 2025.01.05 06:01:03
입력 : 2025.01.05 06:01:03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한지훈 민선희 기자 =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정치 불확실성에 내수 경기가 악화하고 취약계층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금융지주 회장은 5일 연합뉴스 신년 인터뷰에서 미국 신정부 경제 정책으로 수출 둔화가 예상되는 상황에 국내 정치 불안이 겹친 점을 우리 경제가 직면한 최대 위험 요소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올해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자이익이 지난해보다 줄고 자산성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은 애초 목표대로 이행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 계엄·탄핵, 자영업자 등에 '직격탄' 평가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 심리를 망가뜨리고 내수 회복을 저해하고 있다는 데 대부분 공감했다.
특히 이런 불확실성이 조기 해소되지 못할 경우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과거 두 차례 탄핵과는 다르게 이번 탄핵 심의 과정에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 심리 악화로 인한 내수 둔화 가능성이 있다"며 "내수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저소득층,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 부실이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탄핵 심판과 조기 대선 가능성에 따라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상당 기간 국내 경제 및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진 회장은 "단기적으로 환율 급등에 따른 수출입 타격, 대외 신인도 변동에 따른 금리 변동성 발생이 우려된다"며 "장기적으로 기업 수익 악화와 연쇄 부실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086790] 회장은 "국내 정치 불안정성이 장기화할 경우 소비 부진 등으로 성장률이 둔화할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자영업 신용위험 등 구조적 불안 요인 하에 정치 리스크에 따른 소비 심리 둔화가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316140] 회장은 "우리 경제의 활력이 저하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임 회장은 국내 정치 상황을 포함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원/달러 환율, 시장금리, 주가 등 금융지표 변동성이 커졌다.
자본 비율, 연체율 등 위험 관리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재호 농협금융지주 회장 직무대행도 "불확실성에 따라 소비심리가 위축되며 내수 부진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자영업자에 압력이 증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미국 우선주의 강화로 '성장 동력' 수출 전망도 부정적 이달 20일 출범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관세 인상이 한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에도 우려가 깊었다.
금융지주 회장들은 내수 부진 속에 미국발 충격이 수출 둔화라는 악재를 더해 올 한해 경제 성장을 발목 잡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양 회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 기치 아래 중국뿐 아니라 동맹국에도 관세 인상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면서 한국 수출이 더욱 악화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진 회장도 "미국의 관세 인상 영향으로 그동안 성장을 지탱했던 수출이 크게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환율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함 회장은 "트럼프가 공약으로 내세운 자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통상 정책은 국제 교역 환경을 악화시켜 글로벌 실물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국내 수출에도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임 회장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 강도가 공약 수준에 부합하고 실행 시기도 빠를 경우 글로벌 교역과 투자가 위축되면서 우리 경제에 하방 위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 대행 역시 "글로벌 교역이 둔화하고 국내 무역수지가 악화할 가능성이 확대되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인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무리한 외형성장 안 해"…올해 허리띠 졸라맨다 올해 경영 여건이 지난해보다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효율을 높이고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겠다는 계획이 주를 이뤘다.
금리인하기로 접어들면서 은행 순이자마진(NIM)이 낮아지는 국면으로, 지난해까지 사상 최고 실적을 견인하던 이자 이익이 주춤할 수밖에 없다는 상황 인식이 깔렸다.
양 회장은 "전반적인 효율 경영 기조 속에 미래 성장을 위한 선별적인 혁신 성장을 추구할 것"이라며 "자본 효율성과 비용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높이되 꼭 필요한 분야에는 과감하게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NIM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자산관리(WM), 자본시장, 기업금융(IB) 부문을 재편해 비이자이익 체력을 향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충당금 전입액을 감축하고 판매관리비를 절감해 경영실적을 개선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명목 GDP 성장률 수준(2~4%)의 질적 성장을 통해 이자 이익을 제고할 계획"이라고 했다.
진 회장은 "기존 사업계획을 유지하면서 시나리오별 리스크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면밀한 자본 관리, 내부통제를 보다 철저히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가계대출에 대한 당국 규제 수준이 높아지면서 은행의 자산 성장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은행권 NIM은 다소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올해 자산 성장률을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수준인 약 3.5~4%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며 "이익 수준은 4조원 중반대 수준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함 회장은 "현재 금융시장은 높은 불확실성으로 예측과 대응이 쉽지 않은 경영 환경에 놓여 있다"며 "이런 상황일수록 금융 본업의 핵심 역량 강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튼튼하고 견고한 내실을 바탕으로 외부 시장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 사업 기반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리한 외형성장보다 선제적 위험 관리 강화 기조 아래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통해 내실을 다지고, 이를 통한 기업 가치 제고로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임 회장은 "기준금리 추가 인하, 국내 경제 성장률 둔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어려운 경영 환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의 화두로 '불확실성 대응'을 꼽으면서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리스크 관리, 내부통제 강화가 주요 화두"라고 말했다.
◇ 주주환원 목표는 유지…시장과의 '신뢰' 중시 금융지주 회장들은 밸류업 프로그램을 흔들림 없이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정국 불안으로 현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밸류업 프로그램 지속성에 의구심이 고개를 들면서 금융주 주가가 약세를 보이던 상황이었다.
KB금융[105560]은 자사주 매입·소각 방식으로 전년 말 기준 보통주자본비율(CET1) 13% 초과 자본에 상당하는 금액으로 연초 주주환원을 할 예정이다.
아울러 연중 13.5%를 초과하는 자본에 상당하는 금액으로 하반기 추가 주주환원을 한다.
경영진 성과 평가 때는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을 주요 성과 지표로 도입, 밸류업 목표와 실제 경영 목표를 일치시키려고 한다.
양 회장은 "지속 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주주환원을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2027년까지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유형자기자본이익률(ROTCE) 11.5%, 주주환원율 50%를 각각 달성하고 5천만주를 소각해 주당 가치를 제고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역시 자회사 평가와 최고경영자(CEO) 보상 체계에 밸류업 성과를 반영할 예정이다.
진 회장은 "2024년 연간 실적을 발표하면서 2025년 밸류업 계획을 공시할 예정"이라며 "2027년 이후로도 총주주환원율 목표를 재설정하고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2027년까지 총주주환원율 50% 달성을 목표로, 단계적으로 주주환원율을 확대할 계획이다.
함 회장은 "현금배당뿐 아니라 자사주 매입·소각 비중을 확대해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라며 "올해 밸류업 계획 실행력을 강화하고, 시장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장기적 성장 가능성을 입중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우리금융도 ROE 10%, CET1 13%, 총주주환원율 50%를 중장기 목표로 설정한 상태다.
임 회장은 "최근 고환율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중간 목표인 보통주 비율 12.5%를 반드시 달성함으로써 시장과의 신뢰를 구축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hanjh@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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