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 흔드는 월가 MZ세대 한인들

우수민 기자(rsvp@mk.co.kr)

입력 : 2025.07.16 17:59:33 I 수정 : 2025.07.16 19:54:30
뉴욕 한인금융인협회 KFS 출신들 약진
2009년 비영리 조직 출범
16년만에 회원 무려 5천명
취업보다 뚫기 더 힘들다는
멘토링 과정으로 후배 양성
한화 아워홈 인수 때도 활약
韓 10대그룹 최연소 임원도




한국계 금융인들의 모임인 KFS(Korea Finance Society)가 지난해 9월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KFS 코리아 포럼을 열고 금융시장 발전을 위한 크로스보더 민관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마크 김 KFS 회장(둘째줄 왼쪽 셋째)이 참석자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KFS


미국 동부 최고 보딩스쿨을 나와 아이비리그인 컬럼비아대를 졸업한 인재가 있었다. 활발한 성격으로 고교·대학시절 많은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하지만 정작 월가 취업의 벽은 너무 높았다. 인터뷰 기회를 얻어도 끝까지 밀어주는 사람은 드물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뱅크 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에서 근무하는 한 한국계 고위 인사를 찾아갔다. 그의 능력을 확신한 선배는 이 후배를 인턴으로 채용하도록 밀어줬고, 청년은 절망 끝에서 월가에 입성하게 됐다.

5000여 명의 한국계 월가 핵심 네트워크인 뉴욕 한인금융인협회(KFS·Korea Finance Society) 회장인 마크 김(김선홍) 앵커리지캐피털 상무 이야기다. 1993년생인 그가 이끄는 KFS는 2009년 뉴욕에서 200여 명으로 시작됐다.

KFS는 골드만삭스 출신인 주희찬(Mike Joo)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기업금융 최고운영책임자(COO), 허민영(Sandor Hau) 찰스뱅크캐피털파트너스 크레디트 부문 사장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출발했다. 한국계 금융 파워가 급성장하며 KFS 규모는 16년 만에 25배로 성장했다.

이들은 월가 취업보다 합격이 더 힘들다는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대학생들을 선발해 후배로 키워왔다. 최근 이 같은 용광로를 통과한 차세대 한국계 금융 인재들, 이른바 'KFS 키즈'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KFS는 설립자 두 사람을 비롯해 김 회장, 김수현(Soo Kim) 앵커리지캐피털 파트너, 김상엽(Yup Kim) 텍사스지방퇴직연금 최고투자책임자(CIO), 김동진(David Kim) 블랙스톤 이노베이션즈 인베스트먼츠 상무 등이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특히 김 CIO는 미국 최대 공적연금인 캘퍼스(CalPERS·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 사모펀드 담당 헤드를 거쳐 주요 사모펀드 등에 자금을 공급하는 큰손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들이 구축한 멘토링 플랫폼과 국내외 네트워크는 15년이 넘는 기간 'KFS 펠로십' 프로그램을 통해 한인 수백 명의 월가 취업을 지원해왔다.

KFS 커뮤니티가 육성한 'KFS 키즈' 활약이 돋보인 대표 사례로는 최근 한화그룹의 아워홈 인수가 꼽힌다.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미래총괄 부사장이 이끈 이 거래의 핵심 실무자는 당시 한화갤러리아 CIO로서 딜 전 과정을 진행한 류형우 아워홈 전략실장(상무)이었다. 1990년생인 류 상무는 이번 거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뒤 10대 그룹 최연소 임원으로 승진했다.

같은 거래에 우군으로 참여한 박찬우 IMM크레딧앤솔루션(ICS) 대표를 보좌해 조용한 연결자 역할을 한 이는 류 상무와 동갑내기인 이종원 ICS 부장이다. 해당 거래에서 매끄러운 자금조달을 성공시킨 이 부장은 10여 년 전 KFS 펠로로 선발돼 월가 헤지펀드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 역시 현재 KFS에서 집행위원을 맡고 있다.

지난해 9월 신라호텔에서 개최된 KFS 코리아 포럼에는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기획재정부·국민연금을 비롯해 수백 명의 연기금·공제회·중앙회·금융사 소속 핵심 의사결정권자가 참여했다.

KFS는 뉴욕 일대에서 활약 중인 젊은 한국계 금융인들을 규합해 유대인 못지않은 막강한 네트워킹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고려대에서 멘토링 프로그램을 하고, 국내 대학생들의 월가 진출을 돕기 위한 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내년에도 한국에서 이런 취업 설명회 및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국민연금 등 한국 기관투자자들의 운용자산은 '세계 톱5'에 들 정도로 영향력이 커졌다"며 "KFS는 우수한 한국계 인력들이 미국 주류 금융사회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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