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돈 생기는 거니까” “물가 더 오르면 어째”...소비쿠폰에 ‘설렘 반, 걱정 반’인 사장님들

방영덕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byd@mk.co.kr), 박성렬 매경 디지털뉴스룸 인턴기자(salee6909@naver.com)

입력 : 2025.07.16 16:48:33
21일부터 지급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최소 15만원부터 최대 55만원까지

파격 할인 내걸며 손님맞이 나선 유통가
외국인들 즐겨찾는 상권에선 큰 기대 안해
물가 상승 우려하는 목소리도


서울 시내 한 편의점 모습. [사진 = 방영덕 기자]


“그래도 공짜로 주는 거니까 상황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요?”

16일 정오 무렵 찾은 서울 서대문구 아현시장 골목길에서 옷가게를 하는 사장님에게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효과에 대해 묻자 이같이 말했다.

가뜩이나 손님이 줄어든 재래시장에 비까지 내리면서 방문객을 찾아보기는 더 어려웠다. 하지만 소비쿠폰 지급으로 인한 매출 상승 기대감이 자영업자들 사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듯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소규모 카페를 운영 중인 윤모(52)씨는 “소비쿠폰이 지급되면 ‘꽁돈’ 생기는 거니까 평소엔 비싸 안 먹던 디저트도 한번씩 먹어보지 않겠냐?”며 “코로나 때 이미 (지원금으로 인한) 소비진작 경험이 있으니 손님들도, 자영업자들도 기대감이 좀 생기는 거지”라고 말했다.

코 앞 다가온 소비쿠폰 지급...매출 상승 기대↑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아현시장 모습. [사진 = 박성렬 인턴기자]


전 국민 소비 여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1차 지급일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국민 1인당 15~50만원을 받게 되는 소비쿠폰이 회복과 성장의 마중물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자영업자들 사이 퍼지고 있다.

일부 편의점에선 소비쿠폰 지급에 맞춰 최대 80%란 파격적인 할인율을 내걸어 손님몰이에 벌써 나서기도 했다. 잘 팔리는 라면이나 김밥 등 일부 제품의 가격을 20% 할인하는 마케팅을 편의점 본사 차원에서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때보다 더 어려운 것 같다”고 느끼는 점주나 손님들을 위해 소비 진작 차원에서 다양한 방법을 준비하는 중이다.

서울 지역에서 폐점을 고려하던 한 편의점 점주는 “장사를 아예 접을 생각이었는데 올 연말까진 운영을 해보겠다고 마음을 바꿔먹었다”며 “당장 생계가 걸린 일이라 이번 소비쿠폰에 힘입어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소비쿠폰을 받게 되면 동네 편의점이나 소형 슈퍼마켓 등에서 식재료 등 생필품을 사겠다는 의견이 많다. 취업준비생 손모(24)씨는 “최소 받을 수 있는 금액이 1인당 15만원이다보니 적지 않은 금액”이라며 “적어도 2주 정도 동네 상권에서 식재료비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소비쿠폰을 1차와 2차로 나눠 지급한다. 오는 21일 1차에선 전 국민에게 기본적으로 15만원이 지급된다. 여기에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추가지원이 덧붙여진다.

2차 소비쿠폰은 전 국민이 아닌 ‘소득 하위 90%’만을 대상으로 1인당 10만원이 추가 지급된다. 결과적으로 민생회복을 위한 소비쿠폰 지급액은 최소 15만원에서 최대 55만원까지 차등화된다.

“현금 아니어서 아쉬워” “물가 상승 우려” 목소리도
오는 21일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을 앞두고 한 편의점에 붙은 관련 문구. [사진= 박성렬 인턴기자]


소비쿠폰에 대한 기대감은 상권마다 약간씩 달랐다. 특히 명동처럼 주로 외국인 고객들이 이용하는 상권의 경우 이번 소비쿠폰이 내국인 위주의 정책이다보니 손님수나 매출 변화가 크지는 않을 것로 예상했다.

명동에 자리잡은 한 디저트 판매점 관계자는 “우리는 외국인들 손님이 대부분이어서 소비쿠폰의 효과가 크진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소비쿠폰이 직접 우리 매장의 소비로 이어지진 않더라도 내국인들 사이 그만큼 여윳돈이 생기면 언젠가는 우리 매장에서도 돈을 쓰고 매출이 오르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60~70대 어르신들이 즐겨 찾는 재래시장에서는 현금이 아니라 카드 등으로 지급되는 이번 소비쿠폰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왔다.

아현시장에서 수 년간 남성복을 판매 중이라는 한 사장님은 “코로나 때는 긴급재난지원금을 현금으로 줘 매출이 조금 늘었는데 이번엔 모바일이나 카드로 지급한다니 어떨지 모르겠다”며 “아무래도 어르신분들은 현금 이외 결제수단 이용에 애를 먹는 만큼 현금을 주는 게 제일 도움이 되지 싶다“고 말했다.

정부에 따르면이번 소비쿠폰은 현금으로 지급되지 않는다. 소비 촉진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적 설계에 따라 사용처가 제한된 방식으로 지급된다. 받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선불카드 ▲신용·체크카드 포인트 충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카드사를 통해 신청하면 2~3일 내로 본인 명의 카드에 포인트가 충전된다. 선불카드는 실물카드로 지급되며, 지역화폐는 모바일 앱이나 실물 형태로 제공된다.

단기적으로는 매출 상승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물가 상승으로 인한 ‘뒷감당’을 걱정하는 의견도 있다.

서울 공덕동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당장 매출이 좀 오를 순 있겠지만 이렇게 공짜돈을 풀다보면 물가가 올라가고, 집값이 올라가고 하니 경기가 더 안 좋아진다”며 “그러면 자영업자들은 더 힘들어질텐데...”라며 우려를 표했다.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07.17 00:34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