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은 고평가 됐습니다”…부의 이동 ‘이 지역’으로 넘어온다는데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입력 : 2025.07.20 11:09:32 I 수정 : 2025.07.20 12:05:46
BCG ‘2025 글로벌 자산 보고서’
지난해 미국 주식시장 급상승에
북미지역서만 금융자산 15% 올라

향후 5년 아시아 성장세 높을 예정
상속·증여세 없고 영주권 나오는
홍콩·싱가포르·UAE가 주로 수혜

한국 주식시장 올해만 650조 올라
韓기업 실적상승시 코스피5000 가능


[본 기사는 07월 20일(11:06) 매일경제 자본시장 전문 유료매체인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아시아로의 부의 흐름 재편 <챗GPT>
전 세계 부의 흐름이 아시아로 재편되고 있다. 향후 5년간 아시아 금융자산이 미국·유럽 대비 두 배 이상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아시아 국가 중에선 홍콩·싱가포르·UAE가 투자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며 글로벌 고액자산가의 부(富)를 대거 유치하고 있다.

한국도 코스피 상승과 외국인 자금 유입 등 간접적 수혜가 올해부터 본격화되고 있지만, 이들 국가에 비해선 아직 미약한 상황이다.

아시아 금융자산 성장률, 향후 5년 간 북미 2배
매일경제가 입수한 글로벌 컨설팅사 BCG(보스턴컨설팅그룹)의 ‘2025년 글로벌 자산 보고서(Global Wealth Report 2025)’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아시아에만 약 33조달러 규모의 금융자산(2024년 65조 달러 → 2029년 98조 달러)이 새롭게 축적될 전망이다.

향후 5년간 아시아태평양 지역 금융자산 연평균 성장률은 9%로 예측됐다.

이는 향후 5년간 북미(4%), 유럽·일본(각 5%) 연평균 성장률 예측치에 비해 2배가량 높은 수치다.

금융자산은 주식부터 채권·대체투자 등을 모두 포괄한 개념으로, 실물자산(부동산)과는 대비되는 개념이다.

글로벌 컨설팅사 BCG(보스턴컨설팅그룹)의 ‘2025년 글로벌 자산 보고서(Global Wealth Report 2025)’ 자료. 지난해엔 미국 주식시장 호재로 북미 금융자산이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다만 앞으로 5년(2024~2029년) 간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금융자산 성장률이 다른 지역을 압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BCG가 이같이 예측한 이유는 북미시장, 즉 미국 주식시장이 고평가 구간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지난해만 해도 금융자산 증가율은 S&P500, 나스닥 상승효과로 북미가 14.9%로 가장 높았다.

아시아태평양(8.3%)이 그 다음으로 증가율이 높았고, 서유럽(0.8%), 일본(-5.2%), 중남미(-9.3%)는 상대적으로 정체되거나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북미 금융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147조 달러에 달한다. 이는 글로벌 금융자산 전체(305조 달러)의 약 절반에 달하는 수치다.

북미의 GDP가 글로벌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25~30%인 점을 고려하면, 북미시장 금융자산이 상대적으로 고평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BCG가 지난 10년간 글로벌 톱200 자산운용사의 AUM(운용자산) 증가 요인을 분석한 결과, 북미자산 금융자산 증가분의 절반 이상이 주식시장 상승에 따른 착시 효과였다.

자문역들의 운용방식이 AUM 성장에 기여한 정도는 전체의 22%에 불과했다.

실제로 금융자산이 아닌 실물자산(Real Asset)을 따져보면, 북미 실물자산은 지난해 말 약 64조 달러로, 글로벌 실물자산(268조 달러) 대비 약 24%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아시아태평양 지역 금융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65조 달러로, 전체 금융자산의 21%에 불과하다. 중국 인도 한국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GDP가 전세계서 차지하는 비중이 50%인 것을 감안하면, 금융자산 규모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

BCG측은 보호무역주의 기조하에 갈수록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고액 자산가들의 ‘글로벌 분산투자’가 더욱 활발해질 예정이라고 전망하며, “아시아로의 부의 이동이 향후 5년간 대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콩·싱가포르·UAE, ‘新 스위스’로 부상
이는 글로벌 고액자산가가 자국이 아닌 타국에 돈을 맡기려고 할 때, 어느 국가를 주로 선택하는지 보면 더욱 명확히 보인다.

BCG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만 고액자산가가 외국으로 부를 이전한(Cross Border Wealth) 규모가 1조1500억 달러에 달했다.

글로벌 컨설팅사 BCG(보스턴컨설팅그룹)의 ‘2025년 글로벌 자산 보고서(Global Wealth Report 2025)’ 자료. 홍콩 싱가포르 스위스 미국 순으로 글로벌 고액자산가 자산을 유치하고 있다.
국가별로 보면, 홍콩(2310억 달러), 싱가포르(2040억 달러) 스위스(1540억 달러) 미국(1440억 달러) 영국(730억 달러) UAE(650억 달러) 순으로 고액자산가 자금을 유치했다.

특히 홍콩·싱가포르·UAE 세 국가의 향후 5년간 고액자산가 투자유치 규모는 연평균 6~7%가량 성장할 전망이다. 이는 유럽부자들의 전통적인 부의 이전장소인 스위스의 향후 5년간 연평균 성장률(4.6%)에 비해 높은 수치다.

세 국가는 아시아 지역 내에서도 ‘유망 투자처’로 꼽힌다.

상속세와 증여세가 거의 없고, 고액자산가의 돈을 운용해주는 패밀리오피스(Family Offcie)를 많이 양성하기 위해 여러 정책적 혜택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알파 라우 홍콩투자청장은 올해 초 한국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업들이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 이후 탈홍콩을 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지난해만 539개 기업이 홍콩으로 왔다”라며 “최소 3000만 홍콩달러를 투자하면 가족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신투자이민제도를 통해 적극적으로 기업을 유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고위 관계자는 “싱가포르와 홍콩의 경우, 1조원 이상 재산을 가진 고액자산가들의 패밀리오피스가 활성화되어 있어서글로벌 PEF들이 이들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자주 2곳을 방문한다”라며 “반면에 한국은 패밀리오피스가 상대적으로 초창기여서 그다지 관련 비즈니스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미 650조 오른 韓, 코스피 5000 갈 수 있다
규제 완화·M&A 활성화 통해 실적개선 해야
BCG가 예측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금융자산 증가폭은 향후 5년(2024~2029년)간 약 33조 달러.

아시아태평양 지역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4~5%인 점을 고려하면, 우리도 약 1조3000억원~1조6000억원, 우리 돈으로 약 2000조원에 달하는 금융자산이 축적되어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이 1962조원이었고, 올해 7월 17일 기준 2612조원으로 약 650조원이 증가했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코스피 5000’이 2029년에 달성된다면, BCG의 예측이 어느 정도 맞는 셈이 된다.

IB 업계에 따르면, 미국 뉴욕 월가의 유명 자산운용사들은 한국 금융시장에 전체 포트폴리오의 약 1% 남짓을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한 상황이다.

다만, 한국 주식시장이 최근 3개월을 제외하곤, 지난 10년간 구조적으로 ‘박스권’에 머물러 있어,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한국투자는 목표치보다도 낮았던 게 사실이다.

상법 개정안, 배당 확대, 지배구조 개선 등 ‘한국형 밸류업’ 정책도 외국인 투자심리를 지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코스피가 미국 기술주 훈풍에 장 초반 연고점을 재차 경신했다. 연합뉴스
IB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월가는 그간 시장 평균수익을 밑돈 한국증시에 투자를 상대적으로 덜 했는데, 최근 한국증시가 오르면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라며 “다만 한국경제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고 있고 기업 수익성도 크게 반등하고 있지 않아서, 월가가 실제로 더 많은 자금을 한국증시에 투자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6월 3일 대선 이후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증시 순매수 규모는 약 4조원 정도에 불과하다. 아직까진 한국에 대한 낙관론보다는 반신반의하는 흐름이 크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자산유입국이 되기 위해선 단순한 제도 개선을 넘어 실질적 기업 경쟁력과 성장동력 회복이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IB업계 고위 관계자는 “주식시장에 자금이 유입되는 수급적 측면만 강조되고 있는데, 더 핵심은 결국 기업이 실적을 올리면서 돈을 벌어다 주느냐에 있다”라며 “중국과 산업구조가 많이 겹치는 탓에 한국산업에 대한 미래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AI 등 혁신기술을 기존산업과 접목하며 기업의 수익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중장기적으로 코스피5000이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재명 정부는 돈의 흐름을 부동산 시장서 주식 시장으로 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 같은 방향성은 좋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산업경쟁력 제고가 관건이다. 다양한 M&A 활성화, 각종 규제 철폐 등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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