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묵은 환경 오염' 광주 하남·본촌산단 불편한 진실 드러나
1990년대까지 오염 물질 규정 허술…오염물질 방치·매립
천정인
입력 : 2025.07.20 10:03:58
입력 : 2025.07.20 10:03:58

[연합뉴스 자료사진]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광주 하남산단 지하수 오염을 확인하고도 방치한 파장이 이어지면서 지난 40년간 누적된 산단 환경 오염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됐다.
20일 광산구 등에 따르면 하남산단은 1983년부터 금속가공이나 화학, 전자부품 등 1천여개의 크고 작은 제조 업체가 자리를 잡고 가동 중이다.
1990년대까진 폐기물과 토양 오염 물질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산업용 유기용제 등을 방치하거나 무단 매립하는 경우가 많았다.
장기간 방치된 유기용제나 매립 폐기물이 토양과 지하수 오염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2023년 작성된 하남산단 지하수 오염 조사 결과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문제가 된 1급 발암물질 TCE(트라이클로로에틸렌)와 PCE(테트라클로로에틸렌)가 지표면과 가까운 3∼4m 토양에선 검출되지 않았고 11m 이상 고심도 토양에서 저농도로 검출됐다.
물보다 무거워 지하로 수직 이동이 쉬운 TCE, PCE의 특성상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 표토층에서 지반 하부로 이동한 것으로 조사 수행기관은 분석했다.
지하 10∼35m 깊이에 있는 지하수에서는 TCE와 PCE가 기준치보다 각각 466배, 284배 이상이 검출되는 등 모두 5개 구역(Zone 1~5)에서 오염이 확인됐다.
해당 구역은 금속가공, 전자부품 제조, 도금 등 업체가 오래전부터 입주해 있어 많은 폐기물과 오염물을 누출시켰을 개연성이 존재하는 지역으로 분석됐다.
실제 일부 업체에서는 현재도 금속 가공, 전자 부품 제조 등을 위해 TCE, PCE를 세정용 유기용제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 하남산단 지하수토양오염 조사 결과 보고서 발췌.재판매 및 DB 금지]
보고서는 "결과적으로 산업용 유기용제에 의한 오염이 넓게 나타나는 지역은 산업단지가 조성된 40여년 전부터 오염 물질이 누출돼 확산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이 지역의 지형적 특징을 고려하면 인근 주거지역과 풍영정천 방향으로 오염 지하수가 흐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실제 사용되고 있는 지하수 관정은 최대 100m 이상의 깊이에서 끌어오면서 2021년 이후 수질 검사에서는 TCE, PCE가 검출되지 않거나 기준치 이하로 검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 북구 본촌산단 역시 이러한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기준치보다 최대 11배 이상 높은 TCE가 검출됐는데 당국은 환경 관련 법령이 정비되기 전인 1980∼1990년대 사용된 TCE, PCE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산업 발전을 명목으로 오염시켜온 대가를 이제는 치러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관련 분야를 연구한 한 연구자는 "물보다 무거운 TCE와 PCE의 특성상 암반 틈새를 타고 더 깊은 곳으로 가거나 지하수 흐름에 따라 조금씩 하천으로 유입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 사용하는 지하수 수질 검사에서 오염 물질이 나오지 않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라며 "확산 방지와 정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 4개 환경단체가 모인 광주환경회의도 "광주 지역 산업단지 오염 전반을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광주 산업단지를 대상으로 한 지하수 전수 조사와 지하수 지도 제작, 주민과 근로자 건강영향평가 등을 시급히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광주 광산구는 2023년 '하남산단 지하수 토양오염 조사 용역'을 통해 지하수에 1급 발암물질인 TCE와 PCE가 기준치보다 최대 466배, 284배가 넘는 오염이 확인된 사실이 확인됐지만 2년 넘게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 비판에 휩싸였다.
iny@yna.co.kr(끝)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
1
삼성전자 롱, 하이닉스 숏 잡은 외국인·기관…공매도 거래는 두 종목 모두 폭증해
-
2
어음 부도율 10년만에 최고치…자금줄이 말라간다
-
3
23일 테슬라·알파벳 실적 발표···M7 중 첫 주자
-
4
세종시청 로비서 21일부터 '페루 문화·관광 사진 전시회'
-
5
[연합뉴스 이 시각 헤드라인] - 15:00
-
6
강원도, 병영 식당 대상 컨설팅 실시…군 급식 위생 '이상 무'
-
7
한수원, 신월성원전 2호기 발전 중지…계획예방정비 착수
-
8
결국 증권거래세 인상되나…금투세 도입 무산에 칼빼든 정부
-
9
김영록 전남지사 "호우 피해 조속히 복구, 실질적 지원"
-
10
[프로필]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경험·실무 풍부한 '위기 해결사'